
▲'재봉소리 공방'은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 무주신문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참 좋아요. 따다닥, 따다닥.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바늘만큼 우리 마음도 바빠지지만, 그 소리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 자리한 '재봉소리공방'은 나순녀씨의 손끝에서 시작된 특별한 공간이다. 이곳은 단순히 바느질 기술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이웃들이 삼삼오오 모여 앞치마와 파자마를 만들고, 서로의 손맛이 담긴 음식으로 정성껏 차린 점심상을 나누는 곳, 바로 삶의 이야기가 엮어지는 따스한 공동체다.
따뜻하고 활기 넘치는 공방의 분위기
공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다양한 색상의 천들과 실타래, 그리고 일렬로 늘어선 재봉틀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재봉소리 공방은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와 밝은 조명 아래에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재봉틀 앞에 앉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모두 작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하거나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활기 넘치고 정겨운 커뮤니티 공간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천장이 닿을 듯 높게 쌓인 원단들과 작업대 위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천 조각들은 이곳이 단순한 취미 공간을 넘어 바느질 배우는 사람들이 모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임을 짐작하게 한다. ⓒ 무주신문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가와 밝은 조명 아래에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재봉틀 앞에 앉아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 무주신문
특히 공방의 벽면은 아기자기한 그림과 인형, 한글이 적힌 자수 작품으로 꾸며져 있어 개성이 뚜렷하다. 그 자체로 공방이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작업하는 사람들의 감성과 애정이 깃든 창작의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천장이 닿을 듯 높게 쌓인 원단들과 작업대 위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천 조각들은 이곳이 단순한 취미 공간을 넘어 바느질 배우는 사람들이 모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임을 짐작하게 한다. 다양한 작업 도구와 재료들이 곳곳에 가득하지만 정돈돼 있어, 창의적인 영감을 주는 동시에 편안하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나순녀씨는 이 재봉틀들을 '마음을 꿰매는 도구'라고 부른다. 천을 자르고 바늘땀을 이어가는 동안,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우리 손주가 곧 태어나는데, 이걸로 예쁜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집에서 입을 편안한 옷이 필요했는데, 내 몸에 딱 맞게 직접 만들어 입으니 정말 뿌듯하네요."
식탁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
오전 내내 집중해서 바느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가져온 반찬들을 꺼내놓으면, 소박하지만 진수성찬인 한상이 차려진다.
"이건 우리 밭에서 갓 딴 상추고요, 저건 어젯밤에 제가 직접 담근 김치예요."
서로의 정성이 담긴 음식을 나누면, 오전에 쌓였던 피로와 긴장은 눈 녹듯 사라진다. 이곳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바느질 기술뿐만이 아니다. 농사 이야기도 하고, 자식 자랑도 하며, 소소한 일상의 걱정과 기쁨을 함께 나눈다.
"나무 처음 심으면 다 잘라줘야 해요. 그래야 뿌리가 제대로 내려요."
경험자의 조언이 새삼 귀하게 들린다.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끝이 없다. 가족 이야기, 일상의 고민들, 그리고 때로는 깊은 속마음까지도. "우리 남편은 집에서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라고 털어놓는 누군가의 말에서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는 현실을 본다. 그래서 이런 모임이 더욱 소중하다. 여기서는 모두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

▲오전 내내 집중해서 바느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 가져온 반찬들을 꺼내놓으면, 소박하지만 진수성찬인 한상이 차려진다. ⓒ 무주신문
"해방클럽이라고 이름 짓는 게 어때요?"
누군가의 농담 같은 제안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정말 그렇다. 여기 오면 모두가 해방되는 기분이라고 한다. 아내도, 엄마도, 며느리도 아닌, 그냥 나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밥을 먹으면서도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반딧불 축제에 대한 기대감, 올해 처음으로 도입되는 노래자랑에 대한 설레임. "연예인 부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을 거 같아요"라는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
재봉틀 소리는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그 소리 속에는 웃음소리와 정겨운 대화가 섞여 있다. 재봉소리공방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공간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스한 실타래와 같다. 나순녀씨는 이 공방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도 공방의 재봉틀은 바쁘게 돌아간다. 그 소리가 멈추지 않는 한, 이곳의 따뜻한 이야기도 계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무주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