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광릉숲에서는 두 차례 의미 있는 소식이 있었다. 7월 28일 국립수목원은 천연기념물 제218호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된 장수하늘소 수컷 한 개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개체는 몸길이 7.44cm, 체중 7.1g으로, 상태가 매우 양호했으며 2014년 이후 12년 연속 광릉숲에서 서식이 확인된 사례다. 이는 단순한 발견이 아니라, 한국의 숲에 여전히 희망이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였다.
8월 11일에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국립수목원은 장수하늘소 15마리를 광릉숲에 방사했다. "광복 80년, 되살아난 숲, 되찾은 날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인공사육으로 길러진 개체들이 본래의 서식지로 돌아가는 '생태적 귀향'의 의미를 담았다. 광복의 정신과 연결된 이번 방사는 인공의 세계에서 해방되어 자연으로 복귀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광릉수목원에서 확인된 장수하늘소 ⓒ 국립수목원
이제 광릉숲은 가을로 접어들었고, 장수하늘소 역시 겨울을 주닙하고 있을 것이다. 여름철 활발히 활동하던 장수하늘소는 이제 자연 속에서 조용히 삶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귀환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복원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숲 자체가 장수하늘소가 살아가기엔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수하늘소의 이야기는 곧 크낙새의 연결된다. 크낙새는 울창한 원시림에서만 살아가는 새로, 장수하늘소 유충을 주요 먹이로 삼았다. 그러나 크낙새는 이미 1994년 광릉수목원에서 마지막 번식이 확인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장수하늘소를 복원하는 그곳에 복원할 대표적인 생물 중에 하나가 크낙새이다. 장수하늘소를 먹이로 하는 크낙새의 멸종은 단지 한 종의 소멸이 아니라, 한국 숲 생태계의 구조적 붕괴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크낙새 수컷 사진 ⓒ 문화재청 홈페이지 갈무리
장수하늘소와 크낙새는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장수하늘소가 복원된다면 크낙새 역시 복원의 역사를 같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장수하늘소는 수백 년 된 거목 속의 썩은 나무에서만 번식할 수 있다. 어린 나무로 가득한 숲에서는 서식이 불가능하다. 크낙새에게는 장수하늘소가 필요하고, 장수하늘소 서식에는 오래된 원시림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숲은 대부분 50년을 채 넘지 못한 어린 숲이다.
문제는 숲을 대하는 국가 정책의 태도다. 산림청은 산림 부산물을 활용한 목재 팰릿을 재생에너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부산물 활용'이라는 명분 아래 어린 숲을 공격적으로 베어내고 있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지적이다. 심지어 산림청은 어린 숲이 성숙한 숲보다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크다며 벌목 주기를 30년으로 단축하려 했고, 사회적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어린 나무가 빠르게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된 숲이 저장하는 탄소량과 생태적 가치, 그리고 생물다양성의 토대는 결코 대체될 수 없다. 이런 과정들을 무시한 채 벌목과 수종갱신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게 맞을까.

▲크낙새 둥지의 모습 ⓒ 환경부
필자는 과거 산림청의 수목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현장에서 마주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심사 기준은 숲의 토양 상태나 생물 다양성, 서식지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나무의 생장 속도에만 맞춰져 있었고 생각됐다. 나무의 나이에 비해 키가 작거나 직경이 얇으면 '성장이 느린 불량목'으로 분류되었고, 그러한 나무들이 모여 있는 숲은 곧바로 '불량 숲'으로 낙인찍혔다. 숲이 어떤 생태적 가치를 지니는지 보다 생산성 잣대가 작동하는 구조였다.
더 큰 문제는 이를 견제하거나 감시할 제대로 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개발사업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라는 최소한의 절차가 존재하지만, 산림청의 벌목은 간단한 수목심사만으로 진행된다. 현장에서 "성장 속도가 느린 숲도 중요한 생태적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함부로 베어내서는 안 된다"는 문제 제기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지금의 산림 정책은 숲을 생태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자원 창고로 바라본다. 건강한 거대목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매년 일정량의 '벌채량'을 확보해 산업을 유지하는 구조에 매몰되어 있다.
그럼에도 국립수목원이 지난 8년간 이어온 장수하늘소 복원 사업은 의미가 크다. 장기적 성공을 거두려면 단순한 개체 방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숲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이유이기도 존재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짧은 주기의 벌목 정책으로는 장수하늘소가 전국적으로 퍼질 수 없다. 거대목과 고목이 산재하는 숲이 있어야 한다. 산림청은 '팰릿 중심의 벌채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팰릿은 원래 목재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 어린 숲을 베어내는 방식으로 에너지 산업을 유지하는 것은 생태계 파괴일 뿐 아니라, 결국 탄소 감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수하늘소 복원과 크낙새 복원을 연결하는 종합적 생태 복원 전략이 필요하다. 장수하늘소가 돌아오면 크낙새도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는 단순히 곤충과 조류의 복원이 아니라, 우리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되찾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장수하늘소와 크낙새의 복원은 단순히 한두 종을 되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숲을 바라보는 정책의 근본적 전환과 맞닿아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개발사업에 환경영향평가가 있듯, 산림 정책에도 생태적 가치를 반영한 체계적인 심사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숲이 지닌 토양 건강성, 서식종 다양성, 멸종위기종 보전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생태 기반의 종합 평가 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제도가 마련될 때 비로소 장수하늘소와 크낙새는 물론, 숲 전체가 살아 숨 쉬는 생태계로 되살아날 수 있다. 숲을 지키는 일은 종 하나의 복원을 넘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숲은 단순히 경제적 자원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 기반이다. 숲은 탄소를 저장하고, 홍수를 완화하며, 수많은 생명을 품는다. 그리고 장수하늘소와 크낙새는 그 숲이 제대로 기능하는지를 알려주는 생태적 지표다.
장수하늘소는 하나의 곤충이지만, 동시에 숲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존재다. 크낙새와 장수하늘소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숲을 만드는 것, 그것이 곧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유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