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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시가 재해예방을 목적으로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에서 대규모 준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갑천 원촌교 아래 준설 현장(자료사진).
대전시가 재해예방을 목적으로 갑천과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에서 대규모 준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갑천 원촌교 아래 준설 현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오는 11일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 WMBD)'을 앞두고 성명을 내고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전시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 중단과 생태 환경 복원을 촉구했다.

대전환경연합은 10일 발표한 성명에서 "올해 세계 철새의 날 주제인 '철새와 함께하는 도시와 지역사회 만들기(Making Cities Work for Migratory Birds and People)'는 도시가 인간만의 공간이 아님을 일깨운다"며 "철새 서식지의 소멸은 도시 생태계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대전은 갑천·유등천·대전천·대청호 등 수변 생태계가 밀집한 도시로, 팔색조·호사비오리·흰꼬리수리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수십 종의 철새가 서식하는 곳이다. 대전환경연합은 "대전의 하천은 전국적으로도 중요한 철새 도래지로,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생명의 순환이 이어지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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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들은 최근 몇 년간 대전시의 각종 개발 사업이 철새 서식지와 도시 생태축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전시는 극한 호우 대응을 이유로 3대 하천(갑천·유등천·대전천)에 240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준설공사를 진행했지만, 실제로 홍수 예방 효과는 미비하고 오히려 서식 환경을 훼손해 철새 개체수가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들의 2024년 12월 조사에서 63종 3876개체였던 철새가 2025년 1월에는 59종 2436개체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들은 "한 달 만에 1400여 마리가 사라진 것은 하천 내 생태계 파괴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구청이 추진 중인 유등천 제2파크골프장 조성 사업도 비판 대상이 됐다. 대전환경연합은 "홍수 완충 기능이 중요한 둔치에 인공 시설을 만드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행정"이라며 "생태적 감수성 부재의 단면"이라고 비난했다.

보문산 관광 인프라 개발에 대해서도 "대전의 허파를 훼손하는 일이며, 반대 의견을 낸 환경운동가를 고발해 벌금형을 받게 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울러 노루벌 국가정원 조성 사업 역시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노루벌은 대전 도심의 금강 생태축이자 시민의 허파다. 이미 자연 그대로의 생태 기능을 가진 공간에 인공 구조물을 세우는 것은 '정원'이 아니라 '파괴'"라며 "기후위기 시대의 진정한 정원은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숲과 습지다. 노루벌을 자연 기반 해법(NbS)의 핵심 모델로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환경연합은 "대전시는 '습지 보전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해 생물다양성 보전 의무를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준설과 개발을 강행하며 조례를 위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서는 개발이 아니라 회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는 환경단체의 요구가 아니라 국제적 의무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전시를 향해 ▲3대 하천 준설 중단 및 하천 생태 복원 ▲노루벌 국가정원·보문산 개발 계획 전면 중단 ▲유등천 파크골프장 조성 백지화 및 생태공원화 ▲습지 보전 조례 실질적 이행 및 자연 기반 해법 도입 ▲시민 참여 보장 및 환경단체 활동 탄압 중단 등 5가지를 요구했다.

끝으로 이들은 "철새는 도시의 건강을 비추는 거울이다. 철새가 사라지는 도시는 결국 인간의 삶도 위험해지는 도시"라고 경고하고 "시민과 함께 무분별한 개발에 맞서 싸우고, 생물다양성과 도시 생태의 건강성을 지켜나가겠다. 강과 숲, 하늘을 함께 누리는 도시,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대전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대전환경운동연합의 성명서 전문이다.

세계 철새의 날, 철새가 떠난 도시, 대전시는 이제라도 개발을 멈춰라!
-강과 숲, 그리고 하늘을 함께 누리는 도시.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대전

2025년 10월 11일,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 WMBD)을 맞아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시의 도시 개발과 정책이 지역 생태계와 철새 서식지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우려하며, 생물다양성과 생태적 건강성을 지키기 위한 전환을 촉구한다. 올해 세계 철새의 날 주제는 "철새와 함께하는 도시와 지역사회 만들기(Making Cities Work for Migratory Birds and People)"다. 이는 도시가 인간만의 공간이 아니라, 철새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철새는 지구 생태계의 연결망을 이루는 존재로, 그들의 이동은 지구 환경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은 곧 도시 생태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세계 철새의 날은 바로 이러한 경고를 되새기고,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향한 약속을 새롭게 하는 날이다.

대전은 갑천과 유등천, 대전천, 대청호를 비롯해 수많은 수변 생태계를 품은 도시다. 둘레산으로 이어지는 녹지 축은 철새와 다양한 생물들의 생명선으로 기능하며, 도심 속 생태계의 균형을 지탱하고 있다. 이러한 하천과 습지는 철새들에게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하며, 그들의 생애 주기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대전에서 팔색조, 긴꼬리딱새, 호사비오리, 잿빛개구리매, 흰꼬리수리, 참수리, 흰목물떼새, 큰고니, 혹고니 고니 등 수십 종의 멸종위기종을 확인했다. 또한 풀밭종다리, 옅은밭종다리, 줄부리오리, 붉은부리흰죽지, 아메리카홍머리오리, 검은흰죽지 등 희귀종도 꾸준히 확인했다. 대전의 하천이 전국적으로 중요한 철새 도래지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대전시는 무분별한 개발 정책을 강행하며 이러한 생태적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 3대 하천 준설, 파크골프장 조성, 보문산 관광 인프라 개발, 노루벌 국가정원 추진 등은 모두 철새의 서식지와 도시 생태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대전시는 극한 호우 대응을 명분으로 갑천·유등천·대전천의 3대 하천에 총 240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준설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하천 준설은 과학적으로 홍수 예방 효과가 미비하며, 오히려 하천의 자연정화 기능과 서식 환경을 파괴해 장기적으로 홍수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퇴행 정책'이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준설 이후 철새의 개체수가 급감했다. 2024년 12월 조사에서 63종 3,876개체였던 철새가 2025년 1월에는 59종 2,436개체로 줄었다. 한 달 만에 1,400여 마리 이상 감소한 것이다. 이는 갑천 구간의 대규모 준설로 인해 하천 내 퇴적층과 수서생물 서식지가 파괴된 결과다. 하천은 콘크리트 수로가 아니라, 생명이 순환하는 공간이다. 대전시가 이를 단순한 토목 구조물로만 본다면, 하천은 결국 죽은 공간이 될 것이다.

서구청이 추진 중인 유등천 파크골프장 제2구장 조성 사업은 생태적 감수성이 결여된 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약 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하천 둔치의 홍수 완충 기능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철새들의 휴식 공간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한다. 유등천 둔치는 장마철마다 상습 침수 지역으로, 이곳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안전에도 위협이다. 실제로 충남 금산군의 경우, 21억 원을 들여 조성한 파크골프장이 개장 열흘 만에 폭우로 침수되어 복구조차 완료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시대에 하천의 본래 기능을 훼손하는 시설물 설치는 명백한 역행이다.

보문산은 대전의 허파이자 도시 녹지의 중심축이다. 그러나 대전시는 '보문산 관광 활성화' 명목으로 케이블카 등 관광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며 이 지역의 자연 생태를 위협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에 반대하며 의견을 제시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을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고발해 벌금형을 받게 한 점이다. 시민의 환경권과 참여권을 행사한 정당한 행동을 '범법 행위'로 몰아세우는 행정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대전시는 개발 중심 행정을 중단하고, 시민 참여와 생태 보전을 원칙으로 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회복해야 한다.

노루벌은 대전 도심에 남은 금강 수계의 핵심 생태축이자 시민의 허파와 같은 존재다. 그러나 대전시는 이곳을 '국가정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미 자연 그대로의 경관과 생태 기능을 보유한 지역에 인공 구조물과 대규모 토목공사를 가하는 것은 '정원'이 아니라 '파괴'다. 기후위기 시대의 정원은 콘크리트와 조경수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습지와 숲이 되어야 한다. 노루벌은 대전의 생태 회복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의 핵심 모델로 보전되어야 한다.

대전시는 <대전광역시 습지 보전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해 습지의 생물다양성 보전과 관리의 책무를 스스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 시정은 대규모 준설과 하천 개발을 강행하며 조례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대전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지향한다면, 개발이 아닌 회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단순한 환경단체의 요구가 아니라, 국제적 의무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세계 철새의 날을 맞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3대 하천의 무분별한 준설을 즉각 중단하고, 철새와 생태계의 서식지로서 하천을 복원하라.
2. 노루벌 국가정원 사업과 보문산 개발 계획을 중단하고, 핵심 생태축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라.
3. 유등천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하천을 생태공원으로 관리하는 패러다임을 수립하라.
4. <대전광역시 습지 보전 및 관리 조례>의 실질적 이행과 자연 기반 해법(NbS)에 기반한 생태 복원 계획을 수립하라.
5. 모든 개발사업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환경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탄압하는 행정을 중단하라.

세계 철새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철새는 우리가 만든 도시와 정책의 방향이 생명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철새가 사라지는 도시는 결국 인간의 삶도 위태로워지는 도시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시민과 함께 대전의 무분별한 개발 정책에 맞서 싸우고, 생물다양성과 도시의 생태적 건강성을 지켜낼 것이다. 철새 보호를 위한 정책 강화, 시민 참여 확대, 연구 지원, 국제 협력 강화를 통해 철새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강과 숲, 그리고 하늘을 함께 누리는 도시. 철새와 인간이 공존하는 대전' 그 길에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시민과 함께할 것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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