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언론팀이 작성한 글입니다. 이후 '국제민중행동'의 활동과 APEC에 대한 국내외 인사의 목소리를 연재할 예정입니다.

▲APEC 홍보영상APEC 정상회의 홍보대사 지드래곤이 APEC 2025 비행기 파일럿으로 등장했다. ⓒ APEC 2025 KOREA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일주일 남짓 남겨두고, 한국사회는 가벼운 흥분에 휩싸여 있다. APEC 정상회의 홍보영상은 지드래곤, 장원영 등 톱스타와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깜짝 출연해 화제가 됐다.
APEC 공식 주제영상은 K-POP 아이돌의 무대와 석굴암, 첨성대 등 경주의 문화재를 화려하게 펼쳐보인다. 언론은 한화가 경주에서 5만발의 불꽃과 2천대의 드론으로 총력지원을 할 것이며, 파리바게뜨가 공식 협찬을 하고, 현대차가 의전차량 192대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소개한다. 또 각국에서 올 손님을 위해 할랄 음식점도 준비됐 있다고 한다. 경주시는 보문 멀티미디어쇼와 가을 축제 프로그램을 홍보 중이다.
이쯤 되면 의문이 생긴다. APEC은 '세계문화축제'인가? 각국 정상들은 왜 한국으로 모이는 것일까?
각국 정상들은 천년고도 경주를 관광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 경제체로 구성돼 있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40%와 GDP의 60%를 차지하고 있기에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올해 APEC 정상회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 신냉전과 다극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열린다. 이렇게 중요한 정세 속에서 거대한 세계경제의 규칙과 합의가 이뤄지는데, 우리는 왜, APEC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알기 어려운 것일까?
APEC이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불구하고, 시민이 APEC에 참여하는 방법은 불꽃과 드론쇼를 구경하는 것뿐이다. 이에 맞서기 위해, 국제전략센터와 진보정당, 노동조합, 여성단체, 농민단체, 인권단체, 반전평화단체, 예술단체 등 한국의 시민사회가 모여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아래 국제민중행동)'를 출범했다. 국제민중행동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연사와 함께 10월 30일 민중들의 컨퍼런스를 열고 APEC과 세계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모을 예정이다.
기업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는 APEC
APEC 정상회의에 앞서 가장 먼저 열리는 행사는, 바로 10월 28일 진행되는 'APEC CEO 서밋(Summit)'이다. APEC 회원국은 21개국인데, 글로벌 기업인들은 1700명 참석으로 사실상 총집결이다. 기업인 서밋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하며, 의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도 총출동한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등 빅테크 거물들의 참석은 큰 관심을 모으고 있고, 언론은 이들이 이재용·최태원 회장과 함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장면을 볼 수도 있다고 꿈에 부풀어있다. 기업인 서밋에서는 AI 기술과 공급망 재편을 논의할 예정이다.
APEC은 정상회의만 이뤄지지 않는다. 1년 간 다양한 APEC 회의체들이 4회 이상의 공식·비공식회의를 진행한다. 2025년 2월, APEC 기업인자문회원회(ABAC)는 무역환경 개선, 디지털 전환 대응, 기업 친화적인 투자환경 조성, 지속 가능한 에너지 활용 등을 논의했고, 이번 정상회의에서 기업인들의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APEC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상 기업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기업인들에게 기술 진보란, 이윤율을 높여주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들의 관심사는 '지속 가능한 경제', '지속 가능한 에너지'라는 표현 뒤에 숨어 있다. 바로 '지속 가능한 이윤'이다. 전기를 먹고 자라는 AI 산업의 발달로,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돼 인류는 또다른 기로에 서 있다. 빅테크 리더를 비롯한 기업인들은 이러한 논란을 뒤로 한 채, 에너지 소비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정부의 민간 지원과 국가 간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인류 모두를 위한 경제가 아니다. 기후위기를 다루는 자리에 시민의 참여나 접근 기회조차 거의 없는 것은 이러한 APEC의 본질 때문이다.

▲APEC 정상회의 갈라만찬 불꽃드론쇼 시연 이미지한화그룹은 APEC 정상회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 31일 개최되는 갈라 만찬에서 불꽃쇼와 드론쇼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한화
APEC은 탄생부터 다국적 기업이 정부와 협력해 만들어낸 것이다. APEC은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라 일본이 동아시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만들기 위해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늘리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를 가치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다국적 기업이 국제통화금융(IMF), 세계은행(IBRD),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이용해 공공 부문과 사회보장제도를 무너뜨리고 있고, 다국적 기업은 규제를 걷어치우고 남반구와 약소국에 편하게 진출하고 있다.
즉,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강대국의 힘과 자본을 이용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해 기업활동을 적극 보장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AI, 반도체 등 신산업을 벌이는 기업은 물, 전기 등 공공재를 마치 기업의 것처럼 여기고 마음껏 쓰고자 한다. 이것의 국제무대 '확장판'이 바로 APEC이다.
APEC은 수십 년 동안 자유무역을 내세워 초국적 자본의 시장을 넓혀왔다. 노동과 공공을 세계자본시장에 넘기고자 하고, 기후위기를 다루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앞장서서 지구의 내일을 이윤에 희생시키는 구조를 강화한다. 우리가 가깝게 목격한 것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아래 '한국옵티칼') 노동자들과 일본 니토덴코의 싸움이다.
한국옵티칼은 일본기업 니토덴코가 지분 100%를 가진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50년 무상임대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은 니토덴코는 한국옵티칼 투자로 17조의 수익을 거두었다.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외면하고 손쉽게 청산 후 떠나버린 외투기업의 문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시대의 문제다. 또다른 니토덴코들이 모여 또다른 수탈을 낳는 곳,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이 APEC과 투쟁하는 이유다.
'인류 모두를 위한 경제'를 외치다
신자유주의는 이제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자본주의의 비상구가 아니다. 미국의 금융중심 신자유주의는 산업자본의 생산성을 약화시켰고, 트럼프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금융 엘리트를 공격하는 포퓰리즘과 함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만들어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트럼프는 산업자본의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군산복합체의 독점자본을 활용해 미국 내 산업자본의 집중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시작됐고, 이는 군산복합독점자본의 이윤율 보장을 통해 세계 산업자본의 미국 본토 집중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 2.0'이다. 무너져가는 신자유주의가 약탈적 본성을 폭력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이 전세계 민중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APEC의 경제체는 트럼프 2.0을 보호무역주의로 규정하며 자유무역의 기조를 지킬 것을 내세우고, AI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의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트럼프의 폭력적 약탈을 막아낼 수 없다. APEC 정상회의는 AI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를 의제로 하고 있지만 이는 기업의 투자 생태계와 고용 유연화에 영향을 미칠 뿐, 트럼프와의 경제전쟁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APEC 정상회의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의 행보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각국은 트럼프와의 관세협상에서 어떻게 손해를 덜 볼 것인지 눈치게임만 몰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민중들부터 실업과 경제 파탄의 어려움에 직면해 쓰러지게 될 것이다.

▲"APEC 반대! 트럼프 방한 반대!"2025 APEC 반대 국제 민중행동(구 APEC 정상회의 대응 국제연대행동 조직위원회) 주최로 지난 9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반트럼프! 인류 모두를 위한 경제! 2025 APEC 반대 국제 민중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APEC 반대와 트럼프 방한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 이정민
진보세력이 위기인 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국제적인 대안세력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국제민중행동'은 현 상황을 수탈의 신자유주의가 약탈의 신자유주의로 나아가는 모습으로 규정하고, APEC 정상회의에서 민중을 배제한 채로 진행되는 논의에 반대하며 국제적인 대안 비판세력으로 모이는 첫 걸음이다.
한 나라의 진보세력은 힘이 없지만, 국제적 연대는 만나는 순간 큰 힘이 된다. 국제민중행동은 APEC 정상회의 기간 지워진 목소리를 드러내기 위해, 국내외 인사들과 함께 오는 30일 국제민중컨퍼런스를 진행하고, 11월 1일에는 국제민중회의와 국제민중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제는 기업인과 국가 정상들만의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생산하는 경제의 진짜 주인, 모든 민중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참여조직(35개 단체, 10월 21일자) |
| 국제전략센터, 균형사회를여는모임, 금속노조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너머서울,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위원회, 노동당, 녹색당, 다극화포럼, 서대문은평시민연대, 서울여성회, 서울지역대학인권연합동아리, 시민권력직접행동, 시민영화제작소발언시간, 민주노총서울본부, 아시아반전평화단체AWC, 영등포시민연대피플, 오월달빛동맹, 용산시민연대,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일터와삶터의예술공동체마루, 전농강원도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의당, 좌파활동가전국결집, 체제전환운동조직위원회,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긴급행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플랫폼C, 함께노동, 함께노원, 함께서울, 행동하는지역공동체동서울시민의힘, 국제민중총회(IPA) |

▲국제민중행동의 투쟁일정국제민중행동은 10월 29일부터 11월 1일까지 민중 컨퍼런스와 국제민중회의, 국제민중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 국제민중행동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의 언론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