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APEC 반대! 트럼프 반대!"의 구호 아래, 세계 각국의 활동가·연구자·노동운동가들이 모였다. <2025 APEC 반대! 트럼프 반대! 국제민중컨퍼런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남긴 불평등의 유산을 비판하고, 민중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는, 국제민중컨퍼런스의 주요 발언과 토론 내용을 중심으로 ‘민중을 위한 경제’에 관한 시리즈를 게시한다.
① 세션1 - 세계화, 트럼프의 관세전쟁, APEC
② 세션2 - 다극화, 신냉전, 신파시즘
③ 세션3 - 대안, 사회운동, 진보정당

▲국제민중컨퍼런스 개회식국제민중총회 아시아 사무국 아툴 찬드라(Atul Chandra)가 해외인사 대표로 인사를 하고 있다. ⓒ 2025 APEC 반대
2025년 10월 30일, 강북노동자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제민중컨퍼런스는 국제민중총회 아시아 사무국 아툴 찬드라(Atul Chandra)의 인사로 시작되었다. 그는 "우리는 APEC 정상회의에 반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들의 논의가 민중들의 이해와 요구에 기반해야 하기 때문에 모였다" 라며, "APEC이 이야기하는 번영은 누구의 번영인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번영은 생활임금, 안전한 주거환경, 일자리,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의료가 보장되어야 한다. 에이펙 정상회의는 이런 것을 그저 마케팅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했다.

▲국제민중컨퍼런스 개회식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본부장이 국내 인사 대표로 인사를 하고 있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국내 인사 대표로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진억 본부장이 "또다른 세계, 평등세상은 허황된 꿈인가? 꿈은 꾸어야 이루어진다. 전 세계에서 행동하고 진지를 구축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하며 전 세계에서의 공동행동을 촉구했다.
이어서, 컨퍼런스 준비팀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를 향해 노동자, 농민 등 민중들이 항의구호를 외치며 등장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사진에 레드카드를 붙이며 다같이 인터내셔널가를 합창 후 "트럼프 반대! 아펙 반대!"를 외치며 힘차게 시작을 열었다.

▲국제민중컨퍼런스 개회식국제민중컨퍼런스 참석자들이 트럼프 반대 퍼포먼스에 참여 후, 인터내셔널가를 합창하고 트럼프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컨퍼런스'의 첫 세션은 '세계화, 트럼프의 관세전쟁, APEC'을 주제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세계화의 한계, 보호무역의 부활, 그리고 민중이 주도하는 경제 질서의 대안을 두고 세계 각국의 발제자들이 치열한 논의를 펼쳤다.
"세계화는 평등을 약속했지만 불평등을 남겼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월든 벨로(Walden Bello, 포커스 온 더 글로벌 사우스) 는 "1990년대 이후의 세계화는 전 지구적 번영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불평등·탈산업화·빈곤이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기업 주도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결과는 디스토피아"라며, WTO·IMF·세계은행(WB), 그리고 APEC이 그 핵심 도구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주도의 세계화'가 전세계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지만, 1999년 시애틀 WTO 투쟁을 시작으로 좌파에서 터져나온 분노가 결국 트럼프와 극우세력에게 악용되었고, 그들이 정치적 승자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월든 벨로(Walden Bello, 포커스 온 더 글로벌 사우스)'포커스 온더 글로벌 사우스'의 월든 벨로가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탈세계화, 좌파의 길인가? 우파의 길인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그는 탈세계화로 가는 두 가지 길로 트럼프의 배타적이고 "초보호주의적인 탈세계화"와, 자신이 2000년 저서 <탈세계화: 새로운 세계 경제를 위한 아이디어>에서 처음 제안한 "진보적 탈세계화"를 대조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진보적 탈세계화의 다섯 가지 원칙으로 "자급이 아니라 자립, 재분배와 역내 시장 중심의 무역, 다양한 경제집단에의 참여, 시장의 사회적 통제, 그리고 민주적 가치에 기반한 공동체의 회복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만약에 이러한 탈세계화를 택했다면, 무역 전쟁뿐 아니라 눈앞에 펼쳐진 진짜 전쟁의 위협 속에서 오늘날 세계가 처한 끔찍한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아직 선택의 시간은 있지만, 기회의 창은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1930년대 세계 정세를 다룬 케인즈의 상식적인 조언 즉, "재화는 합리적이고 편리하게 가능한 한 국내에서 생산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금융은 주로 국내에서 생산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 월든 벨로
"트럼프의 관세로 여성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폭력에 노출"
솔롱 세노헤(Solong Senohe, 레소토 통합섬유노조 사무총장)는 아프리카 남부 내륙국 레소토의 현실을 소개했다. 그는 "리바이스나 리복과 같은 미국의 주요 브랜드가 레소토에서 의류를 조달하면서 의류 산업은 레소토의 산업화와 세계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50% 관세를 부과하자 수입업체들이 주문을 취소했고, 공장이 폐쇄되고 대규모 해고가 뒤따랐다"고 밝혔다.

▲솔롱 세노헤(Solong Senohe) 통합섬유노동조합 사무총장솔롱 세노헤 사무총장이 레소토 통합섬유노동조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세노헤는 "정부가 재난사태를 선포했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가 닥쳤고, 수많은 여성이 생계를 위해 남아공으로 떠나며 인신매매와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며 "국제 무역의 불평등 구조가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노헤는 "이 체제는 부자와 제국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노동자·여성·청년이 주체가 되는 성평등한 노조운동과 정치교육이 해방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지식을 통해 의식을 깨우고, 단결을 통해 제국주의 사슬을 끊을 것"이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현 체제와 법은 오직 부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지식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믿는다.
- 솔롱 세노헤
"관세는 경제무기, ASEAN은 민중경제로 재편돼야"
세 번째 발제자인 마이클 제야쿠마르 데바라즈 박사(Dr. Michael Jeyakumar Devaraj, 말레이시아 사회당)는 "트럼프의 2025년 관세 정책이 말레이시아의 수출 의존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지만, 동남아시아의 낮은 임금 수준 때문에 대규모 '리쇼어링(동남아에서 미국으로 생산을 회귀하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상품 가격 인상으로 총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고, 이는 18개월 내에 미국을 포함한 심각한 글로벌 경기침체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국제민중컨퍼런스- 제1세션마이클 제야쿠마르 데바라즈 박사(Dr. Michael Jeyakumar Devaraj, 말레이시아 사회당) 가 "세계화, 트럼프 관세전쟁, 그리고 APEC 2025"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그는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비판하는 주류 시각의 대부분은 트럼프가 미국의 경제력을 앞세워 모든 교역 상대를 압박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규칙 기반 국제 경제 질서의 복원"이라고 이야기했다. "규칙 기반 질서는 서민들보다 글로벌 엘리트와 초거대 기업에 훨씬 더 큰 이익을 안겼고, 말레이시아의 90% 국민은 국가소득의 28%만을, 상위 10%가 56%를 차지하는 현실이 바로 그 결과"라고 지적했다.
데바라즈 박사는 대안으로 ASEAN이 역내 생산과 분배를 강화하는 '민중경제 블록'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세 인상, 역내 임금 인상, 수입대체 산업화, 공공복지 확대를 통해 다국적기업 의존을 줄이고 노동자 생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일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가 APEC 정상회의에서 논의될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희망의 메시지는 오직 진보 운동에서만 나올 수 있다.
- 마이클 제야쿠마르 데바라즈
"세계화도, 보호무역도 아닌 제3의 길이 필요하다"
토론자로 나선 김성혁 연구위원(민주노총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트럼프의 관세폭탄은 개발도상국의 일자리와 복지를 후퇴시키고 세계경기 침체를 초래한다"고 지적하면서도, "그렇다고 WTO·IMF·세계은행이 주도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벨로의 '진보적 탈세계화'를 지지하며, "호혜 평등과 자주성을 기반으로 한 국제관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국적기업의 무제한 자본이동이 각국을 밑바닥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최저임금 보장·역내 공공서비스 확대 등 공정무역 체제를 국제연대로 실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제민중컨퍼런스 세션 1 - 트럼프의 관세전쟁, APEC세션 1의 토론자로 김성혁 연구위원(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김덕수 사무처장(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김종민 공동대표(함께서울)가 함께 했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두 번째 토론자인 김덕수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사무처장은 "1960년대 이후 한국의 산업화는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엔 젊은이도, 아이도, 학교도 사라졌고, 이주노동자 없이는 농사가 불가능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정부가 자화자찬하는 농가소득 5천만 원 중 농업소득은 1천만 원에 불과하다"며 "대규모 시설농 중심의 신자유주의 농정은 빚과 불평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식량주권'을 제시했다. "다품종 소량생산, 로컬푸드 운동, 지역 먹거리 순환체계가 농민에게 소득을,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준다"며 "국민이 주권자가 되는 농업으로 신자유주의 개방정책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김종민 함께서울 공동대표는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자본주의의 위기 탈출을 위한 약탈적 신자유주의의 귀환"으로 규정하며,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미치광이의 충동이 아니라, 금융자본 위기를 산업자본 재편으로 돌파하려는 자본의 본능적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이미 착취할 곳이 소진된 체제"라며, "트럼프 2.0은 군산복합체 중심의 산업자본 재집중으로 미국 패권을 연장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대표는 "진보세력의 무력함이 이런 파시즘적 경제전략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제는 각국의 좌파·노동·시민운동이 국제적으로 연대해 '반트럼프-반자본주의'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탈세계화'는 고립이 아닌 연대의 이름
세계화의 끝에서 민중이 선택해야 할 것은 고립이 아니라, '연대에 기반한 탈세계화'라는 제3의 길이었다. 대안으로 '진보적 탈세계화', '민중경제 블록', '식량주권', '공정무역 연대' 등이 제시되었다. 민중컨퍼런스의 1세션은 "자본의 세계화가 아닌, 사람의 연대를 위한 새로운 국제질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국제민중컨퍼런스2025 APEC 반대, 트럼프 반대 국제민중컨퍼런스에 국내외 활동가, 시민들이 모여 대안을 모색하는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 이 기사는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컨퍼런스」세션 1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세션 2 <다극화, 신냉전, 신파시즘>으로 이어집니다.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참여조직(38개 단체, 10월 29일자) |
| 국제전략센터, 균형사회를여는모임, 금속노조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너머서울,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위원회, 노동당, 녹색당, 다극화포럼, 서대문은평시민연대, 서울여성회,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시민권력직접행동, 시민영화제작소 발언시간, 민주노총 서울본부, 아시아반전평화단체 AWC, 영등포시민연대 피플, 오월달빛동맹, 용산시민연대, 우주군사화와로켓발사를반대하는사람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MTU),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일터와 삶터의 예술공동체 마루,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의당,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체제전환운동조직위원회,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긴급행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 플랫폼C, 함께노동, 함께노원, 함께서울, 행동하는지역공동체동서울시민의힘, 국제민중총회(IPA) |
덧붙이는 글 | 2025 APEC 반대 국제민중행동 조직위원회 언론팀이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