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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8 18:09최종 업데이트 25.11.28 18:09

"당신의 지역은 쓰레기를 얼마나 줄이고 있습니까?"

생활폐기물 '발생지 책임'과 자원순환을 둘러싼 뜨거운 토론

웨이스트 아틀라스 시즌2 웹포스터 생활폐기물 감축과 폐플라스틱 자원순환율 제고를 위한 시민포럼
웨이스트 아틀라스 시즌2 웹포스터생활폐기물 감축과 폐플라스틱 자원순환율 제고를 위한 시민포럼 ⓒ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당신의 지역은 얼마나 줄이고 있습니까 <웨이스트 아틀라스 시즌2>' 토론회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연구자, 자원순환 기업 대표, 시민사회 활동가, 언론인, 재활용 업계 전문가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3시간 가까이 치열하게 토론을 벌였다.

이번 자리는 주제 발표인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고정근 대표의 '지역별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책임과 자원순환 노력'을 시작으로, 시민참여단의 사례 발표로 이어졌다. 전체적으로 통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책임 기준과 정책 수단으로 생활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순환을 강화할 것인지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노무현시민센터 다들려강의실 인사말 및 진행 안내
노무현시민센터 다들려강의실인사말 및 진행 안내 ⓒ 표소진

발생지 책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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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는 지자체별 생활폐기물 배출량과 처리율을 지도와 표로 제시하며 "어디에서 얼마나 버리고,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를 시각화했다. 특히 증감률을 비교하며 "전반적으로 생활폐기물 발생이 억제되고 있지 않으며, 특히 소각장 이슈, 발생지 처리책임, 자원순환 측면에서 혼합폐기물 감량에 대한 대책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기초지자체 단위로 발생지 책임을 계산하면 대형 소각장·매립장이 위치한 지역의 부담이 과대하게 나타나는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수도권의 소비와 편익이 다른 지역의 환경·건강 부담 위에 서 있다는 점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정근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대표의 발제 주제 발표
고정근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대표의 발제주제 발표 ⓒ 표소진

수치의 함정: 재활용률·감량률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토론에서는 "감량됐다", "재활용률이 높다"는 지표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코로나19 이전·이후 특정 연도만 비교하면 일시적 변화가 구조적 개선인 것처럼 보일 수 있고, 전국 평균 재활용률과 특정 도시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다른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도 착시를 만든다는 지적이다.

재활용 선별장 운영 경험이 있는 참석자는 "공식 발표 재활용률과 실제 물질 재활용률(MR)에 큰 차이가 있다"며, 소각을 포함한 열회수까지 합친 수치만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논쟁은 앞으로 어떤 지표를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지, 발제 연구의 후속 과제로 남았다.

시민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조와 규제의 문제

토론의 또 다른 축은 '시민 실천 vs. 구조 변화'였다. 제로웨이스트숍 운영자 등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분리배출·플라스틱 어택 등의 실천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기업 포장재 디자인과 재활용 등급제, 일회용품 규제 같은 구조적 변화 없이는 시민의 노력만으로 감량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재활용 어려움' 등급 포장재에 실질적인 벌칙과 전환 목표를 부여하는 규제 강화, 일회용품 보증금제·무인 회수기 도입, 종량제 수수료 현실화 등을 통해 발생량 자체를 줄이고, 그 비용과 책임을 기업과 소비자가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실험: 성남 자원순환가게re100, 서대문·전주의 거점 수거

발제의 문제의식을 공유한 지역 사례도 소개됐다. 성남에서는 단독주택·빌라 지역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re100'이름의 재활용품 거점 수거가 도입됐다. 시민단체가 주민 참여를 조직하고, 민간업체가 재활용품을 구매·수거하며, 지자체가 공공수거와 예산으로 받쳐주는 협치 모델이다. 재활용 선별률은 높아졌지만, 재활용 단가 하락으로 선별장 수익성은 악화되는 딜레마도 함께 드러났다.

한편으론 서울 서대문구의 재활용 정거장, 전주시의 거점 수거 시도 등도 소개되며, 특히 아파트가 아닌 단독·다세대 밀집 지역에서 거점 수거와 인센티브를 결합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참가자들이 공감했다. 다만 거점 수거만으로는 실패할 수 있고, 문전 수거 체계와 어떻게 조합할지, 이동 거리·편의성·인센티브를 어떻게 설계할지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지적도 나왔다.

소각장 논쟁과 '정의로운 감량'의 방향

생활폐기물 감량 논의는 자연스럽게 소각장 논쟁으로 이어졌다. 마포구 소각장 문제를 취재하는 참가자는 "민간 소각장을 쓰는 것이 더 비싸다는 이유로 공공 소각장을 도심에 짓는다면, 시민의 건강권은 어떻게 보장하느냐"고 질문했다. 다른 참석자는 "도쿄처럼 도심 내 다수의 공공 소각장을 고도화된 방지시설과 함께 운영하는 사례를 보며, 한국도 '어디에도 짓지 못하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의 출발점이었던 '발생지 처리 책임'은 이 대목에서 다시 중요해졌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도시가 책임을 적절히 부담하지 않으면, 결국 산업폐기물·생활폐기물 모두가 더 취약한 지역과 주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동시에, 어느 지역에 어떤 규모의 시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환경·경제·사회적 정의를 함께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날 토론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됐다. "당신의 지역은 얼마나 줄이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단순히 분리배출 실천 여부를 넘어, 그 지역이 얼마나 책임 있게 처리하고, 자원순환을 위해 어떤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함께 묻고 있었다.

#웨이스트아틀라스#공익연구센터블루닷#자원순환#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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