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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서비스에 신규 가입되었습니다."

'으잉 이게 뭐지? 내가 언제?'

최근 스마트폰 문자 하나에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스마트폰 문외한이 아니다. 강의 준비도 노트북으로 하고, 줌 같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도 직접 다룬다. 그러니 최소한 '앱을 켜고 끄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문자를 받으면 잠시 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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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가입한다고 했지?"

머릿속에서 화면을 되감아 보지만, '가입 신청' 버튼을 누른 기억은 없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본인 인증을 위해 한 인증 서비스 앱을 열었을 뿐이다. 공공기관 사이트나 카드사 앱에 접속할 때 늘 그렇듯, 안내에 따라 동의 버튼을 눌렀고 인증을 마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인증을 끝내고 나니 새로운 서비스 가입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나만 이런 경험을 할까?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때도 어디선가 무언가에 가입이 되어 있었고, 결국 통신사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한 뒤, 직원이 알려주는 대로 해당 앱에 들어가 직접 해지 신청을 해야 했다. 다행히 몇 분 만에 처리가 되긴 했지만, 메뉴를 찾아 들어가고, 여기저기 숨겨진 해지 버튼을 눌러야 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나만 이런 경험을 할까. 나는 컴퓨터를 모르는 세대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라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얼마나 더 자주 이런 일을 겪고 있을까 싶다. 문자 알림을 자세히 보지 못한 사이, 몇 달 동안 소액이 빠져 나가고 나서야 뒤늦게 알아차리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 앱과 온라인 서비스들은 한 달에 얼마씩 빠져나가는 '구독' 구조가 많다. 문제는, 이 구독이 사용자의 명확한 의사 표시보다 '실수'를 더 잘 포착하도록 설계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작은 글씨로 숨겨진 약관, 기본값이 이미 체크된 듯한 동의 버튼, '다음'만 눌러도 동의한 것으로 처리되는 화면… 사용자는 본인 인증이나 단순 확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다른 서비스 이용 약관까지 함께 통과해 버리는 식이다.

 나는 왜 '의도하지 않은 가입자'가 되었나
나는 왜 '의도하지 않은 가입자'가 되었나 ⓒ nordwood on Unsplash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자료를 보면 이런 방식을 이용자의 선택을 왜곡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숨기는 기만적 설계, 이른바 '다크패턴'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구독 서비스 영역에서 결제·신청 버튼은 크게 보이게 하고, 해지 메뉴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찾아갈 수 있게 만드는 사례들이 반복해서 지적된다. 최근 이용자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해지보다 유지를 눈에 띄게 설계한 화면을 경험했다"고 답한다.

한 번 잘못 누른 버튼이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고정비로 바뀐다. 큰 돈은 아니라고들 말한다. 한 달 2천 원, 3천 원, 4천 원… 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민연금과 줄어든 소득으로 겨우 생활비를 맞추는 퇴직자 입장에서, 원치 않는 구독료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노후 생활비를 갉아먹는 누수다. 더 심각한 건, 이 문제가 종종 '사용자가 잘 몰라서 그랬다'는 말로 끝난다는 점이다. '고객님께서 ○월 ○일에 동의 버튼을 누르셨습니다'라는.

기록 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화면에 어떤 정보가, 어떤 순서로, 얼마나 알아보기 쉽게 표시되어 있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동의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만 남아 있을 뿐, 그 과정에서 사용자가 진짜 무엇에 동의하고 있는지 충분히 인지했는지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디지털 약자를 위한 설계

디지털 기술은 분명 편리하다.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인증이 되고, 은행에 가지 않아도 이체를 할 수 있으며, 병원 예약과 교통수단 예매도 손바닥 위에서 가능하다. 문제는 이 편리함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빠르게 적응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지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위험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고정 수입이 줄어든 퇴직자 세대에게, '구독 함정과 다크패턴은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위험'이다. 눈 건강이 예전 같지 않아 작은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한꺼번에 여러 정보를 보여주는 화면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지금의 앱 설계는 너무 복잡하다. '모든 국민이 디지털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화면을 설계할 때 가장 느린 사람을 기준으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 셈이다.

이제는 '어르신들도 공부 좀 하셔야죠'라는 말로 이 문제를 넘길 수 없다. 물론 배우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디지털 약자를 전제로 한 설계'다. 가입, 결제 화면에서 핵심 정보는 더 크고, 더 단순하게 보여야 한다. '자동 결제'와 '한 번 결제'는 처음부터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무엇보다 해지 절차는 가입 절차보다 쉬워야 한다.

정부와 통신·플랫폼 기업들은 다크패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구독서비스의 과도한 해지 방해, 중요 정보 숨김 등에 대해 시정 조치와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만들어지는 속도에 비해, 이용자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더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전에도, 이날도, 나는 '의도하지 않은 가입자'가 되어 있었다. 통신사 대리점의 도움을 받아 앱 속 깊숙이 숨겨진 해지 메뉴를 찾아 들어가고, 버튼을 몇 번씩 눌러서야 겨우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AI 시대를 말할 때 우리는 자꾸만 거대한 미래를 떠올린다. 자율주행, 초거대AI, 스마트시티. 그러나 정작 퇴직자에게 AI 시대는 이런 문자 한 통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고객님, 서비스 가입이 완료되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문장은 편리한 알림이 아니라 경계의 신호가 되어 버렸다.

#퇴직자#구독경제#디지털격차#다크패턴#휴대폰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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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 40년을 ‘어떻게 버틸까’가 아니라 ‘어떻게 다시 살아볼까’라고 묻는 사람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듣고, 설명하고, 함께 고민해 온 이야기를 강의와 글로 천천히 풀어냅니다. 거창한 비법보다, 같이 버틸 수 있는 ‘은퇴 살이 해법’을 독자들과 함께 찾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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