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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집니다. 이제는 정말 모두가 움직여야 합니다. 제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그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작은 실천을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매주 미사 중에 신부님이 짧게 환경 교리를 읽고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여러분 배달 음식 좋아하셔요? 밥하기 싫으면 운동 삼아서 식당에 가서 먹고 오셔요."
신부님의 짧은 한마디였지만, 생각거리가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요즘 날이 부쩍 쌀쌀해졌습니다. 12월 들어서면서 정말 '겨울이구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몸을 웅크리고 종일 지내다 집에 돌아오면 꼼짝하기조차 싫습니다. 밥을 하기는커녕 외식하러 나가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죠. 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귀찮고 힘들 날, 때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채 집에만 머무르다 보니 포장 용기는 그 이전의 몇 배로 쌓였습니다. 점점 불어나는 산더미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이전엔 무심하게 보던 플라스틱 짜장면 그릇, 기름이 스며든 종이 상자, 쿠킹 포일에 쌓인 치킨, 국물 음식을 담는 올록볼록 홈이 파인 플라스틱 통까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배달 음식 용기가 담긴 비닐봉지까지 더하면 일주일에 서너 번만 주문해도 매주 아파트 재활용 분리배출 마당이 가득 찼습니다. 매주 재활용품을 들고 나갈 때마다 느꼈던 그 불편한 마음이 저와 제 가족의 생활을 바꿔 놓았습니다. 몸이 찌뿌둥하거나 바빠서 제대로 식사 준비를 못 하는 날에는 식구들과 시간을 맞춰 동네 음식점을 찾습니다. 네 식구 각자의 취향을 고려해서 '동네 맛집 탐방'을 하는 셈입니다.

▲집을 나서다 바라본 하늘신호등 앞에 멈춰서 잠시 하늘을 발보다 구름이 예뻐 찰칵! ⓒ 김효숙
집에서는 차려놓은 밥을 먹자마자, 텔레비전에 시선을 뺏기거나 각자 방으로 흩어지지만, 식사하러 나갈 때면 함께 걸어갑니다. 집에선 잠시도 떼어놓지 못하던 스마트폰은 잠깐만 주머니에 넣어두기로 합니다. 하늘의 구름을 보고 날씨를 맞혀보기도 하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예쁘다고 유난을 떨기도 합니다. 남편과 나는 앞서 걸으며 그간 미처 말하지 못하고 혼자 애태우던 일이나 낮에 본 재미난 유튜브 영상을 나누곤 합니다. 뒤따라오는 아들딸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저희끼리 키득거립니다.

▲함께 나누는 보리밥 정식메뉴를 통일해 함께 나눈 날 ⓒ 김효숙
메뉴 선택도 재미를 줍니다. 때론 미리 메뉴를 골라 정해 놓은 식당으로 가지만, 식당이 늘어선 거리를 걷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음식점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우리 식구는 모두 내향형이라 메뉴를 고르느라 애를 먹을 때가 많습니다. 이미 서로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음식을 골라 서로 놀라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왜 그걸 골랐는지 서로 묻다가 웃음보가 터지기도 하고, 때론 그런 걸 왜 궁금해하느냐며 한 명이 토라지기도 합니다.
식구 중 누군가 혼자 준비하고 남은 사람들은 그저 당연하게 받아먹는 식사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나누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한 달에 서너 번 하는 외식 날은 이제 우리 가족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처럼, 배달 음식을 줄이고 식당에 가니 생각보다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시켜 먹을 때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먹고 나서 함께 걸으며 운동도 하고 집에서는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배달 주문시 기본값치킨 주문할 때 배달 용기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마음 ⓒ 김효숙
물론 배달 음식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습니다. 치킨은 여전히 배달 기사가 집 앞까지 가져다 줍니다. 대신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 포크 안 받기'를 기본값으로 설정합니다. 소스나 단무지를 빼고 주문할 때도 많습니다. 매콤하고 달콤한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땐 집 근처 떡볶이 전문점에 주문하고 용기를 들고 직접 찾아갑니다. 포장 주문을 하면 배달비가 없고 따로 할인도 더 해줍니다.
바쁜 세상 편리하게 손가락 몇 번으로 쉽게 주문하는 대신 가족이 시간을 맞춰 식당에 가거나 용기를 들고 가 포장해 오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나와 내 가족이 사는 이 세상이 조금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에, 오늘 또 쓰레기 하나를 줄였다는 뿌듯한 마음을 더해 오늘도 집을 나섭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