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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그만 먹을래요~ "
식사가 끝난 테이블 위, 4살 아이의 밥그릇에 남은 것은 국에 담긴 밥 두어 숟갈과 잘게 떼어준 생선살 몇 점이다. 늘 그렇듯, 그릇을 치우기 전에 아이에게 묻는다.
"로리야, 이거 남은 것은 어떻게 할까?"
"음.. 배불러서 먹기 싫은데 저기다 버리면 바다가 더러워질까요?"
싱크대를 가리킨다.
"물에 흘려보낼 수는 없어. 물 내려가는 길이 막히잖아. 밥을 이렇게 많이 남기게 되는 건, 밥 먹기 전에 과자를 먹어서 그래."
요즘 들어 먹어보지 않았던 초콜릿 과자맛을 알아 버렸다. 하루 두 개만 먹기로 약속하고 오후 간식으로 가끔 주곤 했는데 몰래 꺼내서 먹는 것을 보았다.
"그럼 할머니! 이따가 먹으면 안 될까요? 조금만 놀다가..."
"먹기 싫으면 그만 먹어도 돼! 그 대신 칭찬 스티커는 없어~"
무엇보다 밥을 먹는 시간은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다. 다 먹었다고 숟가락을 놓는 순간 식사시간은 끝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애 엄마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놀다가 먹다가를 반복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남기면 다 먹은 걸로 간주하고 마무리 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배부름이 끝나도 책임은 남아 있다
아이는 아직 우리 집 음식물 쓰레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모르고 있다. 우리 집 식탁에 한 끼 상차림으로 올라온 음식은 비교적 깨끗하게 다 비워지는 편이다. 반찬이나 국, 찌개를 먹을 만큼만 각자 덜어서 먹는다. 대충 양이 정해져 있으니 혹시 더 먹고 싶다면 더 가져다 먹으면 된다. 그러나 아이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먹을 만큼 줘도 더러는 더 먹기도, 조금은 남기기도 한다.
아이에게도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 알려 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식탁을 정리하려는데, 그릇 한쪽에 남아 있던 밥알들이 아이의 시선을 붙잡는다. 잠시 바라보던 아이가 다시 한번 물었다.
"할머니, 이거 버리면 정말 바다가 더러워져요?"
그 한마디에 나는 작정하고 아이손을 잡고 다시 식탁에 앉혔다. 차근차근 음식물의 여정과 쓰레기의 뒷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따라가 보기로 했다.
"로리야, 먹다가 남긴 밥은 그냥 흘러가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우선 우리 집 싱크대로 보내면 안 되지. 물길이 막혀서 더러운 물이 내려가지 않고 넘치게 되거든. 그래서 음식물 찌꺼기는 깨끗이 씻어서 따로 모아야 해."
"모아두면 어떻게 돼요?"
"집에서 모인 음식물쓰레기는 밖에 있는 음식물 수거함으로 가서 넣어. 그리고 그 통을 비우는 차가 와서 모아 간단다."
아이는 그 과정을 머릿속에 그리려는 듯 잠시 멈췄다. 그다음 엉뚱한 질문 하나가 톡 튀어나왔다.
"그럼, 그 차가 싣고서 바다까지 가요?"
"아니야. 바다는 아니고, 음식물 처리장으로 가. 그곳에서 음식물은 잘게 갈고, 물기를 빼서 말리고, 다시 나뉘어. 어떤 건 동물 사료가 되고, 어떤 건 땅을 살리는 거름이 되지."
아이의 눈이 둥글어졌다.
"우리가 남긴 밥이… 돼지 밥이 돼요?"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너무 짜거나 기름지면 동물도 먹기 힘들어. 그래서 음식물은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다시 쓸 수 있게 손질해서 배출해야 해.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하고 있어."
아이는 그제야 밥알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작은 마음속에서 무언가 자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할머니, 그럼 안 남기면 되겠다. 안 남기면 돼지가 덜 힘들잖아요."
로리의 말에 웃음이 났다. 그러나 아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남겨진 모든 음식물 찌까기가 모두 좋은 사료가 되는 것은 아닐 테니까.
"맞아, 안 남기는 게 제일 좋아. 먹을 만큼만 덜어 먹기. 우리 집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처럼 말이야."
잠시 후 아이가 또 물었다.
"할머니! 왜 엄마는 식당에서 먹다가 남으면 싸달라고 해요? 버리면 안 되니까?"
"맞아. 우리가 남기고 오면 식당에서는 그걸 다 버려야 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도 돈을 내야 하거든."
그 순간, 아이가 그릇 속 남은 밥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조금은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부름이 끝나도 책임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본능처럼 알아가는 과정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식탁 위의 그릇을 하나씩 치우며 나 스스로도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우리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만큼은 최대한 줄여보겠다고 아이에게 설명하는 말이 결국 나에게도 향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깨끗이 분리해서 버리는 것
언젠가 카페에서 잠깐 알바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주방에서 설거지 하던 젊은 청년이 세제거품이 하얗게 묻어있는 음식물 쓰레기 망을 그냥 빼서 음식물쓰레기 통에 털어 넣는 것을 보았다.
매번 그렇게 모은 쓰레기 한 통을 밖에 있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에 넣었을 테고 그것을 수거해 간 처리 시설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재활용을 할까 하는 걱정이 되었다. 비눗물과 함께 섞이고 종이나 비닐 빨대가 끼어들어간 음식물쓰레기가 잘 분리 될까?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쳐야 실질적으로 유용한 재활용이 될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집 음식물쓰레기는 아파트에 있는 전용 수거함에 넣지 않고 있다.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니라서 자체적으로 해결을 한다. 미생물 발효식 처리기를 사용하고 있다. 구입 비용이 부담스러웠지만 벌써 4년째 잘 쓰고 있다. 깨끗이 물 뺀 음식물을 넣으면 미생물이 발효, 건조, 분해 하여 마른 흙처럼 곱게 만들어진다.

▲음식물 쓰레기의 변신미생물 발효식 처리기에 넣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흙의 모습으로 변화된다. ⓒ 신혜솔
우리는 그것을 일반쓰레기와 함께 버리기도 하지만 텃밭을 하는 동안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 흙과 섞었다가 뿌려주기도 했다. 모든 가정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 집의 경우는 텃밭으로 인해 가장 쓸모 있는 처리 방식이 되었다. 정말 깨끗하게 처리된 음식물만 동물의 사료로 만들어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