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체포방해 등 사건 15차 공판에서 윤석열씨가 재판부의 신속 재판 진행 방침에 반발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옥중에서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는 가운데 "제2의 서부지법 폭동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작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이 윤씨 메시지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두고도 "윤씨의 주장이 유효한 것처럼 언론이 전달자가 돼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 회장(전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지난 18일 윤씨가 옥중에서 낸 '성탄 메시지'를 두고 "어떤 변명을 가져다 대도 포장될 수 없는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옹호하며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는 대한민국에 극심한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며 "극우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과거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민주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폭력 행위를 부추길 토양을 키우는 작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씨는 지난 18일 윤석열 변호인단 배의철 변호사를 통해 "자녀에게 올바른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제가 모든 것을 내어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중 하나"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윤씨는 청년층을 겨냥해 "부정과 부의에 침묵하지 않는 청년 여러분이 이 시대 예수의 제자들이다"라 주장했다.
윤씨가 낸 옥중 메시지는 곧바로 SNS를 통해 극우 지지 세력에게 빠르게 퍼져나갔다.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18일 '스레드'에 윤씨의 옥중 메시지를 공유하자 "윤 대통령님 힘내세요", "대통령님 곁에는 저희들이 있다"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으며, 청년 극우 단체 자유대학이 해당 메시지를 공유한 게시물에도 "윤어게인을 안 외칠 수가 없다"는 등 700개에 가까운 응원 댓글이 달렸다.

▲18일 윤석열씨가 옥중에서 낸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메시지가 SNS를 통해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유되며 응원 댓글이 달리고 있다. 왼쪽은 전한길씨가 '스레드'를 통해 공유한 윤석열 메시지의 응원댓글, 오른쪽은 극우 청년단체 자유대학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한 윤석열 메시지의 응원댓글 ⓒ 스레드, 인스타그램 갈무리
윤씨는 수감 중에도 지속적으로 변호인단을 통해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만 1년이 된 날에도 윤씨는 "12.3 비상게엄은 국정을 마비시키고 자유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체제전복 기도에 맞서 국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헌법수호책무의 결연한 이행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10월과 11월에도 배 변호사를 통해 "무너진 법치와 공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자유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냈다.
"극우 개신교·청년 타깃팅해 비상계엄 옹호 주문, 언론 '스피커'로 확산"
내란 재판을 지속적으로 참관하고 있는 최새얀 변호사(민변 12.3 내란 진실규명 및 재발방지 TF)는 윤씨가 내놓는 메시지들을 "극우를 결집시키고 폭력행위를 증폭시키는 기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용현 재판에도 극우 지지자들이 많이 모여드는데 변호인들의 내란 선동 논리에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마찬가지로 윤석열도 옥중 메시지를 통해 극우 세력들에게 '내란은 정당한 것이고 법원이 잘못된 재판으로 윤석열을 탄압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청년을 타깃팅하는 건 극우 세력 중 청년들이 기동성과 활동력이 높으니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윤석열의 의도"라며 "지금은 재판중이지만 향후 윤석열이나 책임자들에 대한 유죄 판단이 났을 때 이들 지지 세력이 제2의 서부지법 사태를 일으키고 사법부의 지위를 흔들 위험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가 지난 8월 6일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에 출석한 가운데, 그의 극렬 지지자들이 주변에서 "YOON AGAIN(윤 어게인)"이 적힌 수건을 들고 있다. ⓒ 이진민
비상행동에서 활동한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메시지를 내는 목적은 명확한데 자신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에게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행위를 더욱 열심히 해달라는 주문을 하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 옥중 메시지는 기독교적 가치들을 강조하고 있는데 거리에서 '윤어게인'을 외치는 주류 집단인 극우 개신교 집단을 명백히 타깃팅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 사무국장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위헌성 판단은 이미 헌법적으로 끝났고 최근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파면으로 한 번 더 확인사살됐다"면서 "그럼에도 계속해서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며 계엄과 내란이 마치 사회적 해석의 차이인 것처럼 가져가려는 꾸준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윤씨의 메시지를 '받아쓰기' 보도하면서 윤씨 궤변의 전달자가 돼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사무국장은 "윤씨도 언론 보도를 통한 파장을 노리고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 체계에서 용인될 수 없는 얘기들은 언론이 그냥 실어줘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이어 "윤석열씨의 얘기도 사실상 범죄를 선동하는 것인데 이를 가감없이 언론이 따옴표를 통해 퍼나르는 건 윤석열의 내란 선동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유효한 주장인 것처럼 전달할 위험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 회장 역시 "무비판적 언론 보도가 '윤어게인'의 반헌법적이고 폭력적인 요구를 사회적으로 존재 가능한 하나의 정치적 요구로 인식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기징역 또는 사형 선고를 받아 마땅한 전직 권력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차단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세력들에 힘을 실어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이 맥락 없는 따옴표 보도, 중계식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19일 새벽 3시경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이던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했다. 이들은 진입 과정에서 경찰을 폭행하고 건물 외벽 및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 ⓒ 락TV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