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 수 있을까요? 인도와 자전거도로 확?포장, 무상버스, 저상버스, 순환버스, 공용자전거 등 충북 옥천을 비롯한 각 지역의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소개합니다.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승용차, 버스, 사람으로 혼잡한 날, 옥천 읍면 지역의 주민들이 모인 버스 정류장에서 옥천 대중교통에 대해 물었다. ⓒ 월간 옥이네
오전 9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지만 버스정류장에는 이미 볼일을 끝낸 사람들로 북적인다. 찬 바람을 피해 건물 안에서, 혹여나 버스를 놓칠까 정류장 근처에서 버스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충북 옥천 안남면에서 왔다는 80대 여성은 오전 7시에 나와 병원 진료와 간단한 장을 보고 들어가는 길이라고 했다. 9시 30분 차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손목시계와 버스를 연신 확인한다.
11월 15일은 주말 오일장과 김장철이 겹친 날로, 옥천읍 일대가 어느 때보다 번잡한 시기다.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 양손 가득 짐을 든 주민들이 저 멀리 버스가 보일 때마다 일제히 얼굴을 내밀어 차 번호를 확인한다. 인도 차도 할 것 없이 승용차, 버스, 사람으로 혼잡한 날, 옥천 읍면 지역의 주민들이 모인 버스 정류장에서 옥천 대중교통에 대해 물었다.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버스 타기 어려워요"
장보기를 마친 김순임(84)씨가 버스정류장 옆 연석에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 그의 곁엔 노란 보자기로 감싼 김장거리가 함께다.
"옥천읍 죽향리에 살아요. 시내에서 집까지 차로 6분 거린데, 버스 타면 20분 걸려요. 버스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치면 30~40분 정도. 몸이라도 좋으면 괜찮은데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으니 무거운 짐을 끌고 가려면 시간이 더 걸려요."
버스 이야기에 젊었을 적 이야기가 줄줄이 나온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30대인 그는 옥천읍 수북리로 반찬 장사를 나갔다. 여러 반찬을 머리에 이고 수북리 구석구석으로 장사를 다녔다. 수북리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 근처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걸어 다녀야 했다.
"수북리 쪽에 가면 십리는 기본으로 걸어야 했어요. 돈 대신 보리쌀로 반찬 사는 사람이 많아서 돌아올 때도 짐이 많았죠. 그렇게 힘들게 살다가 40대쯤 금강휴게소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19년 정도 일했는데, 초반에는 버스가 없어서 옥천IC(옥천읍 삼양리) 쪽에서 차를 잡아탔어요. 그쪽에 화물차가 많이 다니니까 사정을 이야기하면 목적지 근처까지 태워다 주곤 했어요. 나중에 출퇴근 버스가 생겨서 그럴 필요는 없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도 감사한 일이죠."

▲젊었을 적에도 어려웠던 대중교통이지만 김순임(84)씨는 "8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버스 타기가 어렵다"며 한숨을 쉰다. ⓒ 월간 옥이네
젊었을 적에도 어려웠던 대중교통이지만 그는 "80대가 된 지금도 여전히 버스 타기가 어렵다"며 한숨을 쉰다.
"예전보다 버스가 많아졌다고 해도 부족해요. 저는 읍에 살아서 비교적 거리가 가까우니까 괜찮지만 면 지역 사람들은 버스 아니면 갈 방법이 없어요. 물론 택시가 있지만 비싸잖아요. 장날이면 면 지역에서 사람들이 오는데, 오고 가는 길이 힘들다고 얘기해요.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 보면 시골에서 살기가 힘들구나 싶죠."
군서면에 사는 전정례(70)씨도 김장거리를 사기 위해 오일장에 왔다. 항상 버스를 이용하는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버스 계단이 고단하기만 하다.
"농사를 지으면서 무릎이 많이 상했어요. 맨몸으로 짐을 드는 게 버거울 만큼요. 장날에는 짐이 많으니까 배로 힘들어요. 또 버스 위로 짐을 올려야 하고... 계단이 낮으면 좋겠어요."
그가 주말에도 아침 일찍 장을 보러 나온 이유는 늦게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없어서다. 일정이 많은 날이면 평소보다 더 일찍 움직여야 한다.
"마을에 학생들이 많았을 땐 오후 8시 20분까지 차가 있었는데 지금은 막차가 오후 7시 10분이에요. 병원이나 은행같이 읍에 볼 일이 생기면 서둘러 일을 봐야하니까 마음이 조급해져요. 버스를 놓치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비용이 부담스러워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이는 게 낫죠. 오늘처럼 다른 일정 없이 장만 보면 되는 날도 아침 일찍 나오는 게 마음 편해요."
800번대 버스는 전부 군서면으로 간다며 이야기 중에도 정류장 근처를 두리번거리는 전정례씨 옆으로 출산 두 달을 앞둔 꾸이(33)씨가 동이면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운동 겸 장을 보기 위해 옥천읍에 나왔지만 사람과 차들로 뒤엉킨 길이 복잡해 일찍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운동할 겸 필요한 거 사려고 나왔는데, 차도 많고 사람이 많아 길이 복잡해요. 길이 좁아 빨리 걸어야 하는데 배가 불러 빨리 움직이기 어려워요. 급한 것만 사고 돌아가려고요. 버스 출발 시간까지 20분 남았어요. 차 놓치지 않게 잘 확인해야 해요."
적어도 지역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버스의 불편함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이가 많다. ⓒ 월간 옥이네
이러한 버스의 불편함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이가 많다. 옥천이 고향인 강라윤(38)씨는 10살, 6살 자녀를 둔 학부모다. 학교 등하교나 병원, 체육시설 등을 운영 시간에 맞춰 이용하려면 자가용은 필수다. 오일장뿐만 아니라 평일 등하교 풍경에서도 버스 이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한다. 버스가 없어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부모들로 북적이는 등교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학창 시절과 달라진 모습에 안타깝다.
"학교 다닐 때보다 버스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특히 면 지역 버스요. 어렸을 때만 해도 이원면 가는 버스가 1시간에 3대씩 있었고 오후 8시 넘어서까지 다녔어요. 지금은 적으면 하루에 1회, 많으면 7회 운행하니까 어디든 마음 놓고 다니기 어렵죠."
학교에서 등하교 차량을 지원해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이 직접 오거나 학원차를 이용해야 한다. 이럴 환경이 되지 않는 어린이는 버스를 이용해야 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걱정이 많다.
이원면에 살고 있는 임미래(33)씨 역시 10살, 8살, 7살 자녀를 둔 학부모다. 10살 된 자녀에게 대중교통 이용방법을 알려줄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고학년이 되면 혼자 다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커요. 버스가 많지 않아서 버스를 놓치면 계속 기다려야 하니까 당황하지 않을까, 잘못 탔을 때 돌아올 방법이 없으면 어쩌나 그런 걱정이요."
임미래씨는 옥천군청소년수련관에서 배드민턴 수업을 진행하면서 버스 부족으로 이동에 불편을 겪는 어린이들을 자주 봐 온 터라 고민이 더욱 깊다.
"배드민턴 강사를 하고 있어요. 수요일 저녁 수업에서 만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있는데, 집에 가는 막차가 6시에 있어요. 부모님이 데리러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항상 제가 데려다줘요. 막차 시간이 빠르다 보니 학원이나 여러 활동에도 지장이 생기더라고요. 하고 싶어도 못 하니까 많이 속상해해요."
최근 그를 속상하게 하는 풍경이 하나 더 있다. 자전거 도로가 열악한 옥천읍의 풍경이다. 그는 자녀들과 자전거를 타고자 할 때는 대전이나 세종에 있는 공원으로 나선다고 말한다.
"어렸을 땐 차가 많이 없어서 도로에서 자전거 타도 별 탈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차가 너무 많으니까 너무 위험해요. 인도도 좁아서 차도로 걸어야 할 때가 많은데 그것도 위험해요. 오늘 같은 장날이면 사고 날까 봐 무섭다니까요."
양금희(66)씨는 열악한 버스 환경을 개선하려면 버스 정류장마다 최소한의 정보 표기부터 해야 한다고 말한다.
"버스 시간표가 종점에만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게 아니라 버스 노선, 현재 위치, 배차 시간 등 이용자가 알아야 하는 최소한의 정보가 버스 정류장마다 표시돼야 해요. 지금은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하죠. 당연히 제공돼야 할 정보라고 생각해요."
그는 한두 정거장만 이동할 때 버스를 타기 위해 긴 배차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불편 요소로 꼽았다. 주민들이 자주 찾는 학교, 도서관, 기차역, 공원, 체육시설 등을 노선으로 만들어 순환하는 버스가 필요하다고 했다.
"15인승 작은 버스라도 마을을 도는 순환버스가 있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보은에는 무료버스가 있어요. 보은과 인접한 옥천 마을 주민들은 조금 더 기다리더라도 그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무료 버스까진 아니더라도 지역 안에서 모두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월간옥이네 통권 102호(2025년 12월호)
글·사진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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