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세종보 재가동을 막고 보의 완전 철거를 요구하며 지난해 4월 29일 시작한 천막농성이 600일을 넘었다. 정권이 세 번 바뀌는 동안 4대강 보 처리 방안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금강 변에 녹색 천막만이 남았다.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천막을 강의 회복을 증명하는 현장이자, 정부의 미이행을 고발하는 증거로 여기고 있다.
천막농성장을 세운 지 603일이 되는 지난 23일 오후 2시, 시민행동은 세종시 세종동 한두리대교 아래 천막농성장 앞에서 '이재명 정부는 조속히 4대강 보 처리방안을 마련하고 4대강 재자연화 국정과제를 조속히 이행하라!'는 구호아래 '세종보 천막 농성 600일 투쟁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사회를 맡은 임도훈 상황실장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임 실장은 "세종보 담수를 막기 위해 설치한 세종보 농성장은 이제 물정책 실패에 맞선 최전선"이라며 "600일간 정부가 지켜내지 못한 생명을 우리가 지켜 왔다, 이제 정부가 실행할 때"라고 말했다.
여는 발언으로 문성호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재자연화 과정 실패와 윤석열 정부의 정책 후퇴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문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학적 분석과 민주적 절차를 거쳐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이 확정됐지만, 단 하나의 보도 해체되지 못했다"라며 실기한 환경 정책을 규탄했다. 문 대표는 "더 심각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의 부실감사를 핑계삼아 단 45일 만에 판을 뒤집었고, 지금까지도 그 후과를 국민이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실기가 정책의 후퇴로 이어진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권이 잘못을 바로잡는 속도는 달라야 한다며, 세종보 농성장에 25일 성탄의 선물로 보 해체를 선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발언 중인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표소진
규탄발언에 나선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세종보 수문 개방 이후 금강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박 처장은 "보가 열리자 녹조가 사라지고, 강바닥이 드러나며 물 흐름이 회복됐다"라며 "흰목물떼새를 비롯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이 확인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흐르는 강이 갖는 본래의 힘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600일의 투쟁의 결과를 이제 정부가 나서서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발언 중인 강형석 시민 ⓒ 표소진
세종보철거를원하는시민모임의 강형석씨는 농성장을 지켜본 세종 시민 시선에서 발언했다. 강씨는 "이곳에서 본 것은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살아나는 강과 그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일상이었다"라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부의 침묵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6000일이라도 현장을 지킬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최성욱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 표소진
기자회견문 낭독은 최성욱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이 함께 진행했다.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종보는 4대강 16개 보 중 유일하게 장기간 개방을 통해 강의 회복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만약 우리가 이곳에 천막을 치지 않았다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물 정책의 성과는 모두 수장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과학적 분석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보 처리 방안을 폐기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16개 보의 수문은 닫혀있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을 낭독하는 박은영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 표소진
특히 낙동강과 영산강의 상황을 언급하며 "녹조가 창궐한 강물을 농업용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것은 국민 안전의 문제"라며 "4대강 재자연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재명 정부에 ▲ 4대강 재자연화 추진 정책의 즉각 수립과 실행 ▲ 4대강 16개 보 처리방안의 2026년 상반기 내 마련 ▲낙동강·영산강 취·양수장 개선사업 즉각 추진 및 보 수문 개방 ▲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서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기조의 원상 회복과 댐 건설·대규모 준설 중단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흐르는 강을 막았을 때 나타난 것은 녹조와 악취였고, 강을 흐르게 했을 때 돌아온 것은 생명"이라며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이며, 이미 답은 현장에 나와 있다"고 입을 모았다. 600일째 이어지는 금강변 작은 녹색 천막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정부가 결단하지 않는 한, 흐르는 강 옆에서 계속해서 묻고 기록할 수밖에 없다. 다른 국정 현안에 속도를 내는 것처럼 환경 현안에도 속도를 내주기 바라본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 ⓒ 표소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