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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지난 9일부터 4일간 '한·중·일 3개국 크리에이터 발굴 교류 행사'를 개최했다. 3개국에서 참석한 10팀은 미디어, 공연, 기획, 유튜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로 제주가 가진 미래 여행 트렌드를 발굴하는데 집중했다. 대학교 졸업 여행을 시작으로 신혼여행, 가족 여행, 지인 여행 등으로 제주를 찾은 기자에게도 제주는 신비감이 떨어진 여행지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제주가 가진 다양한 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을 해 여행에 접목할 경우, 제주의 가치는 무한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느꼈다. 그 여정의 느낌을 정리해 본다.

제주목관아와 관덕정

제주 목관아 시작점 관덕정 제주 목관아 시작점 관덕정.
제주 목관아 시작점 관덕정제주 목관아 시작점 관덕정. ⓒ 조창완

아이가 고고학을 희망해 과거 여행길에 목관아와 관덕정은 주마간산처럼 들렀다. 다행히 이번 기회에는 긴 시간을 두고 둘러봐 중요한 몇 가지를 알게 됐다. 조선시대 제주는 전라도관찰사(종 2품)의 관장 속에 제주목사(정 3품), 제주판관(종5품), 정의현감(종6품), 대정현감(종6품)을 파견하는 구조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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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스토리텔링 하고 싶은 최부의 경우 추쇄경차관(推刷敬差官)으로 임시 파견의 형식이라 명부에서 찾을 수 없었다. 제주목사는 태조 2년 1393년 여의손으로 시작으로, 1905년 조종환까지 무려 286명이 임명됐다. 결과적으로 한 사람이 1.8년 정도를 다스렸으니, 오가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빈 시간도 많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이 육지에 대한 제주도 본토민들의 거리감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주목관아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모든 것이 소실됐다. 제주도가 1991년부터 발굴은 물론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와 '탐라방영총람(耽羅防營總攬)' 등을 기초로 복원해 2002년부터 제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입구 오른 편에는 작지만 목관아의 역사를 담은 전시실이 있어서 그 의미를 볼 수 있었다. 현지를 안내하던 가이드는 목관아를 중심으로 산지천, 사라봉까지 이어진 축성의 역사를 설명했다.

내부는 목관아는 물론이고 우연당, 영주협당, 귤림당, 연희각, 망경루 등이 복원되어, 방문자들이 신발을 벗고 올라갈 수 있게 개방해 두었다. 특히 망경루에서는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제주도의 생생한 과거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28) 가을에 제주목사 이형상(李衡祥)이 약 한 달 동안 각 고을의 방어 실태와 백성의 풍속 등을 시찰하며 기록한 화첩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백일장 장면을 찍었다는 관아 앞뜰이 더 인상적이었다.

제주 목관아 낭쉐 소를 형상화한 입춘굿의 소품. 이중섭 소의 영감이 된듯 하다
제주 목관아 낭쉐소를 형상화한 입춘굿의 소품. 이중섭 소의 영감이 된듯 하다 ⓒ 조창완

목관아의 중대문 안에는 제주 전통 민속공예품인 '낭쉐'가 인상적이었다. 낭쉐는 나무로 만든 소를 말하는데, 제주도 입춘에 열리는 행사의 상징물이다. 나무로 실제 소를 구현한 낭쉐의 모습을 보고, 이중섭이 그린 소 그림들이 생각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방문지는 동문시장에서 시작된 개천이 지나가고 끝나는 산지천 주변이었다. 산지천은 김만덕 기념관을 지나 바다로 들어가는데, 그 마지막이 아늑했다. 입구에서 공원을 지나면 '산지천 갤러리'가 나온다.

과거 목욕탕 건물과 옆 건물을 시가 매입해 갤러리로 조성한 곳이다. 전북 군산 '이당미술관' 등 방앗간, 연초창, 목욕탕 등 내부 공간이 큰 건물이 이런 방식으로 도시 재생되는 경우가 많은 데 '산지천 갤러리'도 그랬다.

제주의 사진과 미술

산지천 갤러리와 김수남 사진 목욕탕을 도시재생으로 만든 산지천 갤러리(우), 4층 상설 전시중인 김수남 작가 무속 사진
산지천 갤러리와 김수남 사진목욕탕을 도시재생으로 만든 산지천 갤러리(우), 4층 상설 전시중인 김수남 작가 무속 사진 ⓒ 조창완

굴뚝에 '금호'라는 이름이 선명해 과거 '금호목욕탕'이었을 것으로 추측됐다. 갤러리 4층은 제주 출신 김수남 사진가(1949~2006)의 상설전이 열리고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열화당의 '한국의 굿' 시리즈에 심취했으니, 김 사진가의 작품은 익숙했다. 나 역시 20대 후반에 김금화 등 무속을 취재하기 위해 뛰어다닌 기억이 있어서 그의 사진들은 더 선명했다.

지금 전시는 1981년 외항선을 타고 나가다 버뮤다 해협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의 혼을 건져내고, 영혼 결혼식을 올리는 과정을 담담히 연결하고 있었다. 갈수록 사라지는 샤머니즘의 마지막 전사 같은 사진들을 빠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산지천 옆은 민간 주택을 구입해 고친 전통 가옥 '고씨주택'과 '도시재생라운지'가 같이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격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제주도에서 워케이션을 하는 이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날이 춥지 않다면 고씨 주택에 누워보고 싶을 만큼 한가한 느낌이었다.

동문시장에서 제주 바다로 가는 산지천은 과거 동문시장 등에서 배출된 오수 때문에 오염된 물의 상징이었지만, 1995년부터 정화 사업을 시작해 2002년에 완공한 우리나라 첫 개천 정화사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현무암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에는 아라리오 등 미술관이 있고, 바로 위는 맛과 여유가 있는 동문시장이라 하루 쯤은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충분했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 미술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전시관
제주도립미술관제주 미술의 중심 역할을 하는 전시관 ⓒ 조창완

제주도 미술 전시의 중심은 제주도립미술관이다. 시가지에서 어승생 방향으로 10분 쯤 거리에 있는 도립미술관은 2009년 개관한 근사한 미술관이다. 제주 출신은 아니지만 인연이 깊은 물방울의 화가 김창열, 하모니즘의 창시자 김흥수 화백 등을 중심으로 전시되고, 샤갈 전 등 국제전은 물론 제주 역사를 알리는 미술을 선도하는 미술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방문했을 때는 준비 기간이라 작품전은 볼 수 없지만 까마귀들이 놀고 있는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제주가 기존 관광지에서 문화를 심어가는 과정에서 미술은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탐라공화국을 만드는 강우현 대표를 비롯해 이왈종(1945~), 이중섭, 김택화(1940~2006), 박서보(1931~2023), 유동룡(1935~2011) 등의 미술적 흔적들이 방문하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하늘연못 선문대 할망이 이 못으로 들어가 아직도 나오지 못했다는 전설이 있다
하늘연못선문대 할망이 이 못으로 들어가 아직도 나오지 못했다는 전설이 있다 ⓒ 조창완

삼다도 제주에서 꼽히는 것은 돌이다. 한라산의 분출과 함께 형성된 지형은 시기나 방향에 따라 천양천색의 특색을 낳았다. 수많은 오름, 동굴, 폭포가 있지만 누가 뭐래도 그 대표적인 결과물은 돌이다.

많은 수집가나 관은 개별적으로 돌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제주돌문화공원'을 개관했다. 1998년 탐라목석원이 기획한 100만평의 돌문화공원 조성에 의견이 모아졌고, 예산을 확보해 2006년 돌문화공원이 개원했다.

내부는 돌을 중심으로 했지만 생활의 중심인 초가마을(2012년 개관), 오백장군갤러리(2010년 개관), 설문대할망전시관(2025년 개관) 등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100만평의 부지가 말해주듯 이곳은 하루를 돌아봐도 부족할 만큼 방대한 제주 돌문화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

돌의 신화

길에 펼쳐진 갈대 등 수목은 물론 하늘연못 등은 다양한 사진 포인트가 되어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초가마을은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지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됐고, 제주의 역사적 아픔을 담은 영화 <한란>의 촬영지가 됐다.

제주 돌의 가장 큰 신화는 설문대 할망과 오백장군이다. 거인으로 한라산, 오름, 섬, 기암 등을 만들었다는 설문대 할망은 지금 공원이 된 연못으로 들어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는 전설까지 있어서 흥미를 더한다. 오백장군도 어머니가 솥에 빠져 죽은 줄 모르고, 죽을 먹은 500명의 아들의 슬픈 전설을 담고 있는 제주의 대표적 신화다. 현무암 덩어리로 보이는 돌은 수호신이자 금표인 돌하르방부터 돼지 먹이통인 돗도구리, 문지방석, 화장실로 쓰이는 디딜방, 가축이 도망가지 마라고 묶는 맴돌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이밖에도 해녀문화체험, 곶자왈 숲길 체험, 세화예술마을,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등 문화 테마와 숲 체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가 같이한 중국 방문팀은 새섬으로 넘어가는 200미터 새연교를 넘어가는 데만 1시간 가량을 촬영하는데 썼다. 청두, 추안저우, 상하이 등에서 온 참가자들에게 서귀포항 앞 맑은 바다만으로도 충분한 '힐링'이 되는 듯 했다.

중국 참가자들이 200미터 걷는데도 한시간을 사진 찍게 만든 서귀포항 앞바다 중국 참가자들이 200미터 걷는데도 한시간을 사진 찍게 만든 서귀포항 앞바다. 새연교로 넘어가서 천지연 폭포와 한라산을 보는 방향이다
중국 참가자들이 200미터 걷는데도 한시간을 사진 찍게 만든 서귀포항 앞바다중국 참가자들이 200미터 걷는데도 한시간을 사진 찍게 만든 서귀포항 앞바다. 새연교로 넘어가서 천지연 폭포와 한라산을 보는 방향이다 ⓒ 조창완



#제주#돌문화#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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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여행 대표, 한국문화관광미디어 특별취재본부장(상무). 저서 <중국은 있다>,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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