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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27 14:37최종 업데이트 25.12.27 14:37

크리스마스 특선 뷔페를 먹고 돌아오는 길, 뭔가 허전했다

풍요로운 크리스마스 끝에서 선택한 기념일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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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크리스마스는 참 좋았다.

24일 저녁에는 일찍 업무를 마무리하고 시내 유명한 파티셰리에서 예약한 케이크를 찾아 귀가했다. 다섯살 아이는 태권도장에 가는 대신 근처 사는 고모네로 향했다. 식구들이 함께 모여 피자와 회를 배달시켜 저녁을 먹고, 내가 사온 케이크도 나눠 먹었다. 벼르고 별러 사온 특별한 케이크는 무척 아름다웠고, "성탄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노래도 불렀다.

밤에는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산타 클로스가 되었다. 남편과 함께 미리 사둔 선물을 포장했다. 포켓몬스터에 푹 빠진 꼬마는 '갸라도스가 들어있는 몬스터볼'과 '거북왕이 들어있는 몬스터볼'을 갖고 싶어했다. 상자째로는 꼬마가 문에 걸어둔 양말에 들어가지 않아서, 포장 상자는 버리고 몬스터볼을 포장지로 싸서 빨간 리본을 묶었다. 아이가 깊이 잠든 뒤 문고리 양말에 넣어놓고 다음날 아이에게 보여줄 산타클로스 이미지도 준비했다. 아이가 있으니까 크리스마스가 참 재미있구나 생각했다.

 남편이 만든 산타클로스 AI합성 이미지
남편이 만든 산타클로스 AI합성 이미지 ⓒ 박솔희

가족, 친구와 함께 보낸 행복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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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침에는 아이를 데리고 친구 집에 갔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꼬마는 갸라도스와 거북왕을 만지작거렸다.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모이는 아이 친구들이 있는데, 올해도 소소하게 모여 선물도 나누고 성탄 분위기를 냈다. 라자냐를 나눠 먹고 트리 앞에서 아이들 사진도 찍어줬다.

저녁에는 남편, 아이와 함께 크리스마스 특선 뷔페를 먹으러 갔다. 호텔 디너라서 가격은 비쌌지만 특별한 날이니까 큰맘 먹고 예약했다. 꼬마는 양갈비를 야무지게 들고 뜯었고, 칠면조구이, 새우구이, 방어회, 고노와다, 샤퀴테리 등 산해진미를 즐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꼬마는 내내 갸라도스와 거북왕을 가지고 놀았다.

 가족들과 나눠 먹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족들과 나눠 먹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 박솔희

이브날부터 당일까지,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고 케이크와 만찬까지 뭐 하나 아쉬움 없이 알차고 즐겁게 보냈다. 꼬마는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꼬마를 재우고 지난 이틀을 돌아봤다. 그런데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풍요와 행복을 나와 우리 가족만 누리는 게 옳은 일일까?

풍요로운 크리스마스가 남긴 질문, 그리고

우리집 꼬마는 산타의 선물은 물론, 어린이집에서도 장난감 선물을 받았고 할머니할아버지가 주신 용돈으로도 원하는 선물을 샀다. 외동이다보니 형제와 나눌 것도 없이 사랑도 선물도 온통 독차지다. 사실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도 요즘 아이들은 언제나 원하는 것을 쉽게 받는다. 굳이 아이들에게 선물 주는 날이 따로 있을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다.

하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면 선물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또한, 크리스마스에 산타가 찾아오지 않는 집도 있다. 세상에는 무수한 행복만큼 숱한 불행이 있다. 많이 가진 이가 갖지 못한 이에게 나누는 일은 자연스럽다. 본래 크리스마스란 가난하고 소외된 자, 작은 이들의 예수가 탄생한 날이 아닌가.

넘치던 하루의 끝에서,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념일 기부를 신청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의 첫 생일 때도 했던 기부다.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행복에 감사하며, 한국의 중산층으로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을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기부 신청을 하곤 했다.

적은 금액이나마 나누고 나니, 허전한 마음이 채워진 듯했다. 마음은 사치가 아닌 나눔으로 채우는 것인가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참 좋았다.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념일 기부를 신청했다.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념일 기부를 신청했다. ⓒ 박솔희

#크리스마스#기념일기부#연말기부#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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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는 곳이라도 누군가 가면 길이 된다고 믿는 사람. <청춘, 내일로>, <교환학생 완전정복>, <다낭 홀리데이> 등 몇 권의 여행서를 썼다. 2016년 탈-서울, 이후 쭉 제주에서 살고 있다. 2021년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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