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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27 19:13최종 업데이트 25.12.27 19:13

잃어버린 휴대전화를 찾으려다 발견한 뜻밖의 물건

성탄절의 진짜 선물은 타인에게 건네는 선의와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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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 anniespratt on Unsplash

삶이 봄, 여름만 있을 것 같던 시절,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축제로만 존재했다. 두 아이 엄마가 되고부터는 가족에게 행복을 주는 날, 잊지 못할 고운 추억을 만드는 날로 의미가 바뀌었다. 초등 남매가 한참 어릴 적엔 다채로운 성탄절 축제장을 찾거나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등 역동적인 일정을 준비하고는 했다.

남매는 고학년에 들어선 뒤로는 체험, 행사라는 말만 들어도 꼬리를 내빼고 달아났다. 게다가 세상물정에 눈을 뜬 큰아이는 산타의 비밀까지 이미 깨달은 눈치였다. 이왕 산타의 존재를 들킨 김에 크리스마스 선물도 직접 고르라고 말했다.

"산타할아버지가 올해부터는 직접 방문하지 않으신대. 대신 부모님이 아이에게 직접 선물하라고 하셨어. 크리스마스선물로 갖고 싶은 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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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산타 비밀을 눈치챈 큰 아이는 능글맞게 웃었고 작은 아이는 알 듯 말 듯한 알쏭달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되고 쇼핑몰에 가서 직접 골라도 좋아. 결정했어?"

아이들은 더 이상 장난감이나 인형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게임 아이템이나 기프트 카드를 원했다. 선물하는 입장에선 썩 내키지 않은 선물 목록이었다.

"게임 관련된 것 빼고 다른 건 없니?"

서로 바라는 선물 주파수가 이렇게나 다르다니. 일단 선물은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 같아 보류했다. 이제는 크리스마스 일정을 고심해야 했다. 쌀쌀한 날씨인 만큼 야외 활동은 어려울 것 같고 따뜻한 실내 활동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박물관, 전시회, 체험 활동은 격한 반대 여론에 부딪혀 금세 좌초되었다. 결국 영화 관람으로 의견을 모았다.

영화관은 가족과 연인, 친구와 방문한 인파로 연신 북적거렸다. 주차장에 들어서기조차 쉽지 않았다. 남편이 주차를 하는 동안 남매와 팝콘을 사러 갔다. 영화관 내부도 외부 만큼이나 복잡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조금만 방심하면 사람들과 부딪힐 만큼 혼잡했다.

엄청난 소음에 머리까지 어질어질했다. 겨우 팝콘을 주문하고 영화관으로 입장했다. 아이는 아빠와 영화를 관람하고 나는 카페에서 책을 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긴 겨울 방학 중에 홀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중 하나이기에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카페는 영화관 못지않은 혼돈의 도가니 속에 있었다. 흡사 놀이동산, 키즈 카페 한가운데 앉아있는 기분이었지만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순간이라는 것 만으로 달콤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나만의 힐링 시간은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영화 관람을 끝낸 작은 아이가 달려왔다.

"엄마, 엄마가 내 휴대전화 가지고 있어?"
"아니. 네가 영화관 입장할 때 챙겨 갔잖아."

아이가 영화관 좌석에 폰을 두고 온 모양이다. 상황을 파악한 남편이 폰을 찾으러 다시 영화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폰은 관람 좌석 위에 얌전히 놓여있었다고 한다.

"관람 좌석에 다른 폰이 하나 더 있던데."

동화 '금 도끼 은 도끼'에서 나무꾼이 산신령에게 도끼를 덤(?)으로 얻은 것처럼 신랑 손에는 낯선 폰이 하나 더 들려있었다. 영화를 관람한 누군가도 폰을 두고 간 모양이다. 알록달록한 캐릭터로 꾸며진 폰의 주인은 우리 아이 또래일 것 같았다.

혼잡한 티켓팅 데스크에는 분실 폰을 맡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비스 데스크를 찾아서 맡기기로 했다. 다행히 지하층에 서비스 데스크가 있었다. 휴대전화는 비밀번호로 잠겨있지도 않았고 걸려오는 전화도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혹시 폰을 잃어버린 줄도 모르는 걸까'

서비스 데스크 직원이 최근 통화 목록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OO시네마입니다. 혹시 영화관에서 폰 분실하지 않으셨나요?"

다행히 폰 주인의 부모와 연락이 닿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폰을 안내데스크에 맡기고 나왔다. 선한 일을 행했다는 것 만으로 마음에 온기가 돌고 뿌듯해졌다. 아이들도 비슷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을 찾아주고 기쁨을 선물한 걸로 예기치 않게 산타가 된 하루. 충만한 성탄절이 선물같이 도착했다.

아이들은 아직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지 못했다.

"올해는 산타할아버지 선물이 조금 늦게 도착할 예정이라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화려한 이벤트와 선물은 없지만 누군가에게 선의를 건넸다는 것만으로 기억에 남는 성탄절이 되었다. 소중한 물건을 찾은 덕분에 미소를 떠올릴 누군가와 우연한 선의로 충만해진 한 가족의 따뜻한 12월이 지나가고 있다.

#크리스마스#선의#선물#핸드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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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둘진 (dujini32) 내방

책과 언어 사이에서 춤추며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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