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폭우, 폭설, 강풍 등 빈번해지는 기후재난은 일터에서 이미 심각한 위험이 되어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재난의 문제와 위험 또한, 모든 노동자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위험이나 영향이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의 작업형태와 고용조건에 따라, 현장 노동자의 조직된 힘의 상태와 대응 양상에 따라 달라진다.
그동안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정의팀은 노동자의 현장통제권 강화 방안으로 작업중지권 대응의 중요성을 제기해왔다. 일터에서의 작업중지권 대응 활동과 경험이 쌓이고 모여 지역과 사회로 확장할 때, 이윤 중심의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거부할 힘, 사회적 통제의 가능성도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다. 그래야 예측할 수 없는 기후재난의 위험 상황도, 자본의 비용 절감과 이윤 중심의 생산방식의 문제도, 노동자의 몸과 삶을 기준으로 재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역과 사회에서 작업중지권과 노동자의 현장통제권 쟁취는 쉽지 않다.
이러한 고민과 과제를 제기하고자 기획강좌를 준비했다. 하지만 초기 계획과는 다르게 기후정의팀 내부 정리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 사전 준비부터 현장과 함께하는 기획과 준비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누면서, 세 차례에 걸친 연속 워크숍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비록 처음 계획처럼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연속 워크숍을 통해 함께 나눈 현장의 고민과 과제를 잘 보듬어내야겠다고 다짐한 시간이었다. 아울러, 기후정의팀의 고민과 과제 역시 더 깊고 넓게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한노보연 기후정의팀은 지난 11월 '기후정의와 노동자건강권'을 주제로 세 차례에 걸쳐 연속 워크숍을 진행했다. ⓒ 한노보연
첫 번째 워크숍 - '기후재난과 노동자 건강권 영향'
기후정의팀이었던 필자의 발표문에서는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일터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주된 책임자들은 온갖 부와 특권이라는 수단을 통해 기후재난의 영향을 회피하는 반면, 노동자를 비롯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로 인한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법제화된 폭염 사업장의 예방대응지침이 온·습도만을 기준으로 하는 한계를 살펴보면서, 폭염 상황만이 아닌 다양한 기후재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인 법 제도의 필요성도 함께 나누었다.
첫 번째 워크숍에 함께한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최효 사무국장과 건설노조 박세중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기후재난이 일터와 노동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사측의 폭염대응 조치에서 나타난 한계 등을 함께 살펴보면서 노동조합은 어떻게 고민하고 투쟁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쿠팡물류센터지회의 온도감시단 활동을 통해 확인한 여러 사례는 오로지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된 쿠팡 자본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설현장의 경우 폭염 기준에 따른 휴식시간 보장도 중요하지만, 적정인력 확보를 통해 '쉬엄쉬엄 일할 수 있는 현장 만들기'와 작업중지에 따른 임금손실분의 사회적 보전 방안도 고민하고 추진해야 함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두 번째 워크숍 - '기후위기시대, 작업중지권의 의미와 과제'
기후정의팀 임용현의 발표로 시작한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작업중지권이 무엇보다 절실함을 확인했다. 그렇게 보면, 작업중지권의 실질화는 노동자 참여권과 현장통제권 실현을 위한 가교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다양한 위험에 직면했을 때에도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는 매우 중요하며, 극단적이고 불규칙적인 기후재난 역시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대상이자 작업중지권의 사용 범위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나아가 자본이 설정한 작업속도와 시간, 작업환경의 위험에서 노동자의 몸과 삶을 기준으로 현장을 재편해 나가야 할 필요성 또한 제기되었다.
공공운수노조 희망연대본부 정지승 조직국장과 서비스연맹 정하나 정책국장이 현장 토론자로 참여했다. 두 현장 모두 이동·방문 직종의 노동자들이 많다는 특성에 기인해 폭염, 폭우 등 재난위험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으며, 또 다른 공통점으로 '고객 대면 서비스'라는 특성은 '작업중지권 대 이용자 편익'이라는 구도에 노동자들이 갇힐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각각 특수고용 노동자의 작업중지권 배제(서비스연맹), 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노동자 작업중지권의 혼재(희망연대본부) 문제에 대한 주된 애로점도 함께 공유했다. 아울러, 택배업 등 24시간 생산체제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언론기고 등을 통해 드러낼 필요성(서비스연맹)과 사회적으로 불필요하거나 과잉생산되는 부문에 대한 문제의식을 심화시켜 나갈 필요성(희망연대본부)이 제기된 것도 후속사업 연계라는 측면에서 반가운 제안이었다.
세 번째 워크숍 - '일터에 대한 통제를 넘어, 전 사회적 노동자 통제로'
기후정의팀 조건희는 다단계 원하청 구조를 통한 자본의 비용절감, 무한경쟁에 기초한 과잉 생산 등의 문제는 24시간 생산·소비·유통 시스템의 확장, 부정의한 생산과 일상적인 자원 파괴를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오늘날 기후위기의 심화로 나타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는 공공적 가치, 사회적 필요에 바탕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발제자는 그 실천 방향으로 네 가지 과제 ▲'비정규직 철폐가 곧 기후정의'라는 기치 아래 총노동 차원의 대응 ▲위험대응을 넘어 현장통제권 확보를 위한 작업중지권의 확대·강화 ▲24시간 생산체제에 제동을 걸기 위한 야간노동 폐지 ▲사회적. 공공적으로 필요하고 유용한 생산의 조직화를 제시하며 이를 어떻게 더 구체화할지 고민을 나누었다.
토론자로 함께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 기후정의동맹 한재각 집행위원, 민주노총 기후특위 김석 정책국장, 세 동지는 발제문의 문제의식에는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 몇가지 고민과 과제를 더해주었다.
발제문에서 소개한 현장통제권 사례가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디딤돌로 기능하려면, 개별 작업장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추동하는 계급적 실천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도 토론자들은 짚었다. 한편 더 크고 값비싼 아파트를 소유하려고 하거나, 새벽배송이라는 편리함에 기대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곧 '사회적 필요'의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대중적 수요가 아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에서는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상상화는 과정에서 사회적 필요가 고민되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전 사회적-공공적 통제를 위해서는 개별 현장에서 고민되고 있는 '일터 민주주의'가 모든 일터-모든 현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지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2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이숙견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