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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시민신문

저는 목 아래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턱 끝으로 전동휠체어 컨트롤러를 밀어야만 비로소 세상과 소통합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가벼운 나들이일 제부도 바닷길이나 전곡항의 노을 구경은 큰 결심이 필요합니다. 수많은 문턱을 넘어야만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두 곳을 장애인단체 활동으로 한두 번 다녀온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으로는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혼자 떠나려면 한참 전부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전동휠체어로 어떻게 이동할지, 여행지와 식당, 숙소, 화장실은 접근 가능한지,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까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합니다. 이 중 단 하나라도 막히면 여행은 그 자리에서 멈춥니다. 여기에 당일 장애인 콜택시마저 잡히지 않으면 모든 준비는 허사가 됩니다. 결국 여행은 늘 희박한 운에 맡겨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게 여행은 사치이거나, 허락된 몇 곳만 다녀오는 시혜적 '배려'에 머물러 왔습니다. 휠체어 바퀴가 문턱에 걸릴 때마다 길보다 마음이 먼저 막히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러던 중 지난 23일, 김상균 의원이 대표 발의한 '화성시 무장애관광 환경 조성 및 지원 조례안'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동약자에게 더없이 반가운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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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례는 화성시 전체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입니다. 특히 관광 약자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은 그동안 법의 언저리에 머물렀던 우리의 목소리를 정책의 중심으로 끌어왔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저에게 여행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좁은 방을 나와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마주하는 일은 자립생활의 기쁨이자 완성입니다. 이 조례로 만들어질 편안한 환경은 저뿐 아니라 유아차를 미는 부모, 걷기 힘든 어르신 모두를 환대하는 '친절한 화성'이 될 것입니다.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지 않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휠체어를 달릴 수 있는 날을 꿈꿉니다. 장애인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이 조례를 만들어 준 김상균 의원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화성시가 누구에게나 편안한 여행 도시의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서성윤#휠체어#무장애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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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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