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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25년 봄까지의 나는 '꿈'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본업과 아르바이트, 부업을 병행하며 하루라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쓰는 생활이 반복됐다.

내 몸 또한 그에 맞게 갈아내며 그저 사는 것에만 급급했던 시기였다. 통장 잔액에 따라 하루의 표정이 달라졌고, 백 원, 이백 원의 차이에 마음이 부서지는 날도 많았다. 나를 움직이는 말은 늘 '현실'이었고, 그 현실은 언제나 무거웠다.

그 시절의 나는 세상을 원망했고, 동시에 나 자신을 포기하고 있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라는 사실도 애써 잊은 채, 오늘 하루를 넘기기 위해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면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기대하지 못한 채로 였다는 말이 옳겠다.

 기사 채택 알림 카톡. 첫 기사에 대한 게재 알림을 받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었다.
기사 채택 알림 카톡. 첫 기사에 대한 게재 알림을 받으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몰려왔었다. ⓒ 유수영

변화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시작됐다. 우연히 알게 된 글쓰기 플랫폼에 지난 5월 말 어느 일요일 저녁 작가 신청을 넣었다. 특별한 각오도 없었다. 그리고 월요일 오후, 바로 승인 메일이 도착했다. 브런치가 어떤 곳인지도 정확히 모른 채 받은 승인이라 얼떨떨했지만, 그 메일 하나로 다시 글을 쓰게 됐다.

한 편, 두 편. 오랜만에 쓰는 글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아무리 써도 구독자는 늘지 않았고, '역시 나는 아닌가', '이런 시간에 돈이라도 벌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포기를 고민하던 시점, 아주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구독자가 늘고,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건넸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쓰는 글이 혼잣말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됐다.

 내 필명이 들어간 인생 첫 책. 이때 써냈던 내 글의 내용은 엉망진창이지만 처음이니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내 필명이 들어간 인생 첫 책. 이때 써냈던 내 글의 내용은 엉망진창이지만 처음이니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 유수영

이후의 변화는 빠르지 않았지만 분명했다. 소심하게 의견을 냈던 공저 제안에 여러 동료 작가님들의 글이 쌓여 갔고, 가을 무렵 내 이름이 들어간 책이 한 권 나왔다. 구독자는 천 명을 앞두게 됐고, 이어 브런치 메인, 구독자 급등 작가, 에디터 픽 글에 노출되며 낯선 이름이었던 내가 누군가의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물론 실패도 계속됐다. 공모전은 일곱 번 가량 탈락했다. 그러나 예전처럼 좌절하지는 않았다. 탈락한 글을 다시 고쳐 다른 공모전에 냈고, 그 과정에서 글은 조금씩 탄탄해졌다. 결과보다 과정이 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그때야 처음 실감하게 됐다.

오마이뉴스 첫 기사 시민기자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채택되었던 기사. 이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오마이뉴스 첫 기사시민기자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채택되었던 기사. 이날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 유수영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5년 말, 뜻밖의 연락들이 이어졌다. 월간지 <샘터> 2026년 1월호, <좋은생각> 2월호에 글이 실리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자격을 갖춰 시민기자 명함도 신청했고, 원고료가 쌓이는 경험도 처음 해봤다. 금액보다도 '내 글의 값'이 생겼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첫 기사를 송고하던 날의 긴장은 아직도 또렷하다. 에디터들이 내 글을 어떻게 읽어줄지 몰라 심장이 연신 쿵쾅대던 날이었다.

 잉걸, 버금, 으뜸의 등급을 받으며 게재됐던 나의 기사들. 보기만해도 뿌듯하단 말을 실감중이다.
잉걸, 버금, 으뜸의 등급을 받으며 게재됐던 나의 기사들. 보기만해도 뿌듯하단 말을 실감중이다. ⓒ 유수영

유영숙 기자님, 박상희 기자님, 황윤옥 기자님, 김남정 기자님께서 시민기자 활동을 하신다는 글을 접한 이후로 나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그 다짐이 결국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11월 말부터 12월 30일인 오늘까지, 나는 총 17건의 기사를 송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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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집필해온 글로 출간 계약을 하게 됐다. 이 모든 일이 특별한 재능이나 극적인 성공 때문은 아니었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왔을 뿐이다.

글쓰기는 취미이면서 동시에 노동이 될 수 있다. 쓰는 행위로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사회적인 인정이나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소모하지 않고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글쓰기는 꽤 건강한 선택이다.

2025년은 내 인생에서 봄처럼 기억될 것 같다. 안개와 폭풍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던 시간이 지나고, 비로소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한 해. 여전히 불안은 남아 있지만, 적어도 이제 나는 다시 나를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한 해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2026년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현장을 더 자주 기록해보고자 한다. 어떤 큰 사건이 아니라도, 지금 이 사회를 지탱하는 일상의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담아내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라 생각한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하루가 사라지지 않도록 남기는 일, 나는 그 일을 계속해나가려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시민기자#2025년#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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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지나가는 인물과 장소, 고단한 날들에서 흘러나온 진짜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순간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닿아 위로가 되길 바라며,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는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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