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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01 11:19최종 업데이트 26.01.01 11:19

베를린에서 모르는 여성들과 매달 산책하는 여자

[인터뷰] 베를린 여성 커뮤니티 오프라인걸스 운영자 비앙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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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원하는 일이 있는데 두려워서 시작을 망설이는 2030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인스타그램 캡처본 오프라인걸스 창립자 비앙카 Bianka
인스타그램 캡처본오프라인걸스 창립자 비앙카 Bianka ⓒ Bianka Gawron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에 솔직하게 귀 기울이는 사람들은 빛이 납니다. 하지만 빛나야 할 20대인 우리, 불안 속에서 떨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요? 뒤처질까 두려워 영어든 릴스든 남들이 하는 것을 일단 따라 하곤 합니다. '나는 진짜 뭘 원하지?', '무슨 일을 하고 싶지?'라는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데는 용기가 필요하죠.

베를린에서 2만4000여 명의 여성이 모인 커뮤니티 '오프라인걸스'를 만든 비앙카는 그 질문에 행동으로 답한 사람입니다.

비앙카는 지난 2023년부터 베를린에서 모르는 여성들과 매달 산책을 합니다. 미디어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인플루언서 마케팅, PR에서 일해도 봤지만, 마음 한켠이 항상 허전했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4살에 뉴욕으로 떠났고, 베를린에 돌아와 '오프라인걸스'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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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지난 12월 22일 구글 미트로 진행되었는데요. 말하는 내내 그의 눈은 참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정답이 없어도요. 중요한 건, 그냥 시작하는 거예요!(Start messy, start scared, start anyway)"

- 처음 오프라인걸스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외로웠어요. 뉴욕에서 1년간 갭이어를 보내고 베를린으로 돌아왔을 때, 친구들은 이미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어요. 더 이상 학교도, 파티도, 사무실도 없었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뉴욕에서 공원에서 모르는 여성들과 만났던 기억이 났어요. 그래서 틱톡에 무턱대고 릴스를 올렸어요. '사람 만나기 어려운데, 같이 공원 산책할 사람?' 그리고 놀랍게도 5명이나 산책하러 나타났어요. 처음 만났지만 어떤 삶을 원하는지, 뭐가 힘든지 너무 자연스럽게 얘기가 됐어요. 그 순간, 외롭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또 산책을 했고, 그게 오늘까지 이어졌어요."

인스타그램 캡처본 처음 틱톡에서 사람들에게 산책하자고 물어보는 비앙카
인스타그램 캡처본처음 틱톡에서 사람들에게 산책하자고 물어보는 비앙카 ⓒ Bianka Gawron

- 오프라인걸스가 커졌을 때 준비가 된 상태였나요?

"전혀요. 첫 산책 영상을 올린 뒤, 한 달 후 두 번째 모임을 열었죠. 저는 여전히 무슨 일이 일어날 줄 감도 못 잡고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한 명씩 모이더니, 어느 순간 거리 전체에 100명 넘게 사람들이 모였어요. 근처 작은 카페에 사람들이 몰려서, 당황한 사장님은 '더이상 주문을 받을 수 없으니 그만 와!'라고 했어요. 저도 똑같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원래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제가 그 순간에는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 덕분에 괜찮았어요."

- 사람들은 왜 오프라인걸스 모임에 왔을까요?

"'외로움'이요. 5명이 산책하는 릴스 하나만 보고, 이날 100명의 여성이 모였어요. 이때 이게 제가 할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렇게 참가비도 사전 등록도 필요 없이, 연령과 국적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하게 된 거죠. 입소문을 탔고 지금은 산책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모임과 이벤트를 열고 있어요.

지금쯤 비앙카가 특별한 사람이라 할 수 있었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유명한 인플루언서든 성공한 사람이든 우리가 발견할 때쯤이면 이미 수천명의 팔로워가 있는 상태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려요. 모두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또다른 도전은 시작 이후에도 존재합니다. 초반의 동력이 약해진 뒤에도 계속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오프라인걸스는 현재 2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열정이에요. 자신이 하는 일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하죠. 하지만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힘은 커뮤니티에요. 사람들이 이 모임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 친구를 만났다는 이야기를 해줄 때 이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느껴요. 오프라인걸스가 가능한 이유가 제 진심이라는 것도 계속 깨닫게 되고요."

인스타그램 캡처본 베를린 공원에서 산책하는 여성 커뮤니티
인스타그램 캡처본베를린 공원에서 산책하는 여성 커뮤니티 ⓒ Bianka Gawron

-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을 찾고 하는 모습이 부러워지네요. 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르는 건 때로 두렵기도 하잖아요.

"어느 시점에는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죠. '이게 나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가?' 하고요. 저 또한 재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정말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저는 결국 커뮤니티 때문에 계속했어요. 진심으로 행복해하며 건네주는 고맙다는 말은 제 고민을 사라지게 했거든요."

- 열정과 현실적인 생계 사이의 균형은요?

"산책 모임은 지금도 완전히 무료예요. 누구나 원할 때 가볍게 올 수 있는 공간을 지키고 싶거든요. 누구나 돈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유독 힘든 달도 있기 마련이에요. 오프라인걸스가 멤버십 제도를 두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대신 원데이클래스, 연말 파티 같은 유료 모임들이 있어요. 제 웹사이트에서 이벤트별로 티켓을 살 수 있어요. 또 브랜드와 협업도 해요. 예를 들어 아디다스가 100% 스폰서로 참여한 '정신 건강의 날(Mental Health Day)' 행사처럼요."

- 초기에 적자인 시기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지금은 '오프라인 걸즈' 수입만으로 생활이 가능한가요?

"처음에는 적자였죠. 운영비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게 정말 중요해요. 아무런 수익 없이는 언젠가 다시 직장을 찾아야할 테니까요. 한 회사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직무로 지원했던 적도 있었어요. 안정성과 오프라인걸스 중 무엇을 선택할 지 고민이 됐죠.

결론적으로 저는 오프라인걸스를 선택했어요. 올해 2, 3월쯤부터는 완전히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선택을 내린 뒤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어요. 결정을 내리자마자 모든 것이 변했거든요. 갑자기 이전에는 없었던 기회들이 찾아왔고, 제게는 그게 '이 용기 있는 발걸음을 떼는 것이 맞다'는 신호처럼 느껴졌어요. 지금은 오프라인걸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정도입니다."

 오프라인걸스 2주년을 맞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커뮤니티 이벤트
오프라인걸스 2주년을 맞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커뮤니티 이벤트 ⓒ Bianka Gawron
- 오프라인걸스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예전에는 무료 산책 모임만 한 달에 두 번 정도 했던 것에 비해 이벤트 횟수와 규모를 많이 늘렸어요. 지금은 매주 이벤트를 열어요. 가끔은 일주일에 두 번씩 하기도 하죠. 80명이 모이는 '프렌즈기빙(Friendsgiving)' 파티나, 130명이 모이는 크리스마스 이벤트도 있어요.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이벤트의 횟수와 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어요.

멤버가 1000명뿐일 때는 매주 이벤트를 열기가 힘들어요. 참여할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요. 하지만 2만4000명이 되니 가능해졌죠. 할 일이 정말 많긴 하지만, 아직은 혼자 감당하고 있어요. 다만 일이 너무 많아져서 재미를 잃지 않도록 무척 조심하고 있어요. 저는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슈퍼 휴먼이 아니니까요."

- 첫 시도를 앞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Put yourself out there. 일단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세요. 결과는 두 가지뿐이에요. 아무 일도 안 생기거나, 정말 놀라운 일이 생기거나. 처음 시작할 때 잃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물어보세요. 물어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습니다. 팔로워가 1000명 정도였던 때 브랜드에게 협찬을 요청하면, 거절도 당하고 답이 없는 경우도 허다했어요. 하지만 반드시 누군가는 답을 해줍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물어보고, 꿈도 크게 꾸세요. 실제 본인의 가치보다 작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직 없는 팔로워 숫자는 당신의 가치가 아니에요. 스스로를 믿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일단 시작하기엔 여전히 불안한가요? 비앙카도 단번에 방법을 찾아낸 것이 단연코 아닙니다. 크고 작은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가능성을 쌓아왔죠. 되려 불안은 우리가 행동하지 않을 때 커집니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애먼 일을 할 때, 불확실한 미래와 미련이 남은 과거 사이에 갇히게 되죠.

비앙카와 대화하며 깨달은 점은, '일'과 '마음'이 나란할 때 불안하지 않고 행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솔직한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무엇이든 시작해보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비사이드클럽 인스타그램 계정(@bside_seoul)에도 실립니다.


#인터뷰#커뮤니티#독일#베를린#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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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은 (jegami) 내방

프로젝트 크리에이터. 사람과 문화를 연결하는 재밌는 일을 기획하고 운영합니다. 북클럽을 통해 4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고, 삶에 레퍼런스를 찾기 위한 인터뷰를 합니다. 이 모든 건 주체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불안함 속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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