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본 칼럼 시리즈는 2025년 9월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진행한 '남북관계 정책방향 전문가 설문조사 기자회견'의 후속으로 기획되었습니다.
12.3 내란 수사가 한창이다. 외환유치 가능성도 수사 중이다. 군대가 나서서 직접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도 모자라 평양상공으로 무인기를 보냈다. 만약 외환유치가 성공했다면 한반도는 6.25전쟁이후 75년만에 다시 전쟁터로 변했을 것이다. 이 끔찍한 상상은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 믿어왔던 전쟁없는 한반도, 설마 전쟁이 일어나겠어라는 생각이 환상이었음을 깨우쳐 주었다. 또한 이번 사건은 허약한 남북관계가 악의적인 정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보여주었다. 최악의 남북관계를 경험한 셈이다. 막장드라마 감독 윤석열의 업적이다.

북한도 남북관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북한에게 남북관계는 민족이 아니다.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인 민족이 아니라 적대적이면서 서로 다른 두 나라다.

한쪽에서는 민족 간 전쟁을 기도하고, 반대편에서도 적대적인 국가와 대화와 접촉의 문을 닫았다. 남북관계는 분단 8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남북한은 그동안 상대에 대해 통일의 대상이면서 특수관계로서 민족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정치도 예전 같지 않다. 남북정상과 북미정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논의하던 2018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변수들이 국제정치 환경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를 방패로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고 전통적인 우방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중국,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다. 한반도에는 신냉전의 먹구름이 밀려오고, 다극체제를 부채질하는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 같은 다수의 신흥 행위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만큼 국가 간 진영 간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전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선대 지도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처음 공개적으로 참석했다. 2026.1.2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전날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선대 지도자들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처음 공개적으로 참석했다. 2026.1.2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시계 제로의 국제정치가 오히려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모든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고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와 새로운 남북관계를 준비하는 기회 말이다. 민족을 떠나서 생각해본 적 없는 남북관계도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따라서 북한을 대하는 자세가 일본이나 중국과 다를 이유가 없다. 이재명 정부 역시 과거의 전통적인 남북관계 문법에 연연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한미연합훈련은 남북대화를 위한 카드가 아니며,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도 참가한다는 것이다. 국가 대 국가관계를 상정하고 남북관계를 기획하고 있는 듯 보인다.

AD
국제정치는 서로의 이익을 전제로 한다. 일방의 수혜나 시혜로는 지속가능한 국가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없다. 남북한은 서로의 수요를 만족시킬만한 교류와 협력이 일상화될 때 합리적인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점을 분단이 시작된 1945년부터 시작할지, 전쟁이 끝난 1953년부터 돌아볼지, 정상회담이 처음 열린 2000년을 시작점으로 설정할지 광범위한 국민적 대화와 논의가 필요하다.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사례도 충분하다. 전쟁을 기도한 윤석열의 무모한 망상도 그렇고, 미국만 쳐다보다 기회를 놓친 문재인정부의 경험 또한 새로운 남북관계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경실련이 진행한 남북관계 전문가 설문조사도 유사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응답자의 80%가 "현 정권 내 남북경협 재개는 어렵고(22.2%) 장기적으로 가능하다(57.8%)"고 응답했다. 현재 경색국면의 남북관계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남북경협이 단순한 경제 프로젝트나 시혜 조치를 넘어 남북한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고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원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과거 남북경협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밟아왔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대화와 접촉을 통해 충분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화와 접촉이 더디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경색국면의 남북관계를 핑계로 현실론 뒤에 숨거나, 복잡한 국제정치를 배경 삼아 한반도 평화를 저당잡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평화경제와 공동성장의 미래'를 새로운 남북관계에서 찾겠다고 말해왔다. 모든 국가는 언제나 경제적 수요가 발생한다. 따라서 정부는 남북한 상호 간의 경제적 수요를 섬세하게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화를 준비하자. 더불어 한반도 평화경제와 공동성장을 위한 장기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보자. 시간은 충분하다. 의지와 능력이 문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일한씨는 경실련 통일협회 위원장,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입니다.


#통일#남북관계
댓글
김일한 (ccej89) 내방

경실련은 특정 당파에 얽매이지 않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시민단체입니다. 약자를 보호하고,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경실련과 함께 해주세요!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