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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판다트 게임 ⓒ 정무훈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마법
언제나 출근하는 발걸음은 무겁다. 몸은 출근하고 있는데 마음은 집에 돌아가고 싶다. 커피 한 모금으로 부족한 잠을 깨우고 힘겹게 컴퓨터 전원을 누른다. 업무용 메일을 확인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출근하면 퇴근하고 싶어진다. 퇴근하기 위해 출근하는 것이 직장인의 마음이다.
속 쓰린 커피 말고 아침을 유쾌하게 시작하는 방법이 없을까? 사무실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한 구석에 있는 먼지가 뿌옇게 쌓인 다트판을 발견했다. 누가 가져다 두었는지 알 수 없는 다트판이다. 먼지를 털어내고 벽에 있는 빈 못에 걸었다. 다트판에 붙어 있던 노란색 3개와 빨간색 3개의 다트 핀을 가볍게 다트판을 향해 던졌다.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자석 다트가 판에 붙었다. 생각보다 가운데 던지기 쉽지 않았다.
혼자서 다트를 재미있게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도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역시 동료도 나와 실력이 비슷하다. 우리는 엉뚱한 곳에 붙어 있는 다트 핀을 보며 한참 웃었다. 사무실에서 아침에 이렇게 환하게 웃은 것은 오랜만이었다. 다트를 던지다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동료에게 아침에 출근해서 가볍게 다트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동료는 좋다고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이렇게 매일 아침 우리만의 사무실 다트 리그가 시작되었다. 매일 승패를 결정해서 진 사람이 단지 바나나 우유를 다음날 사주는 것이 규칙이다. 우리는 아침에 다른 동료들보다 10분 일찍 출근하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 도착하면 먼저 가볍게 어깨와 손목을 풀고 다트판 앞에 선다. 본격적인 다트 게임을 하기 전에 연습으로 3개씩 다트 핀을 던진다.
오늘을 왠지 예감이 좋은데
어제 잠을 설쳐서 컨디션이 안 좋은데
일부로 못 던지는 척하는 거 아니야?
자꾸 왼쪽으로 날아가네.
어제 졌으니, 오늘은 꼭 이겨야지.
이게 뭐라고 아침부터 긴장이 돼.
경기 전에 동료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다. 연습이 끝나면 실전 게임이 시작된다. 세 게임 중 두 게임에 이기면 그날의 승자가 된다. 사무실에 숨 막히는 긴장감과 정적이 흐른다. 이게 뭐라고 묘한 긴장감이 있다. 내가 먼저 첫 번째 다트 핀을 던진다. 왼쪽 아래쪽에 자석 다트 핀이 붙는다. 다음은 동료의 차례다. 동료의 다트 핀은 내 핀보다 중앙에 조금 가깝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내가 두 번째 다트 핀을 던진다. 이번에는 내가 던진 핀이 동료보다 중앙에 가깝다. 동료는 어제 몰래 혼자 연습했냐고 웃으며 묻는다. 잠시 후 숨을 고르고 본인의 두 번째 다트 핀을 던진다. 미세한 차이로 내 다트가 중앙에 더 가깝다. 승부는 1:0이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 오늘도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모른다.
올림픽 양궁 결승전처럼 교대로 한 발 한 발 집중해서 던진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예측할 수 없다. 신중하게 던져도 다트의 방향은 제각각이다. 실력보다는 운이 작용하는 경기이다. 중앙으로 잘 날아가도 자석이 붙지 않으면 다트 핀은 바닥에 나뒹군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다. 어떤 날은 내가 못 해도 상대가 실수해서 이길 때도 있다.
다트처럼 예측할 수 없어서 기대되는 하루
일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해도 결과가 안 좋을 때가 있고 크게 애쓰지 않았는데 일이 잘 풀릴 때가 있다. 일을 즐기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태도로 일을 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일의 결과보다 애쓴 나 자신을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다. 잘못 날아간 다트처럼 비록 과녁에서 빗나가도 괜찮다. 다음 다트 핀을 던질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까.
아침에 다트 게임을 하면서 출근길에 기대감이 생겼다. 출근하며 어제의 다트 경기를 떠올려 보고 오늘 잘 할 방법은 뭘까 혼자 궁리한다. 경기에서 진 다음 날은 편의점에 들러 바나나 우유 2개를 사 들고 출근한다. 한 병은 게임에서 이긴 동료를 위한 것이고 한 병은 오늘도 애쓴 나를 위한 것이다. 아침에 다트 게임을 유쾌하게 하고 마시는 바나나 우유는 언제나 달콤하고 고소하다. 게임에서 이겼다고 으스대는 날도 있고 졌다고 투덜대는 날도 있다. 오늘 펼쳐질 하루도 날아가는 다트처럼 어디에 꽂힐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날이 될지 알 수 없으니 다트도 오늘 하루도 가볍게 시작한다. 오늘도 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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