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침, 연일 이어진 한파로 전북 전주 덕진공원의 덕진호수가 꽁꽁 얼어붙었다. 호수 표면은 마치 스케이트장처럼 단단히 얼어 있었고, 평소 물속에서 먹이를 찾던 새들조차 발길을 멈춘 채 얼음 위에 서 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꽁꽁 언 덕진호수 위, 백로는 한 발로 서서 얼음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최호림
왜가리와 백로는 물속 먹이를 찾지 못한 채 얼음판 위에서 한 발로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잠시 쉬어가는 모습이 아니라, 얼음이 녹기만을 기다리는 듯 장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혹독한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한파로 먹이 부족이 그만큼 심각해졌다는 방증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존재는 수달이었다.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지정된 수달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깨끗한 물 환경의 상징으로 불린다. 야행성으로 알려진 수달이지만, 이날 만큼은 한낮의 덕진호수에서 먹이를 입에 문 채 얼어붙은 호수 위를 유유히 오가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수달과 백로, 왜가리가 같은 공간에 모여 만들어낸 묘한 긴장감이었다. 수달은 백로가 서 있는 인근까지 다가와 물속에서 잡은 먹이를 입에 문 채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였다. 멀리서 보면 마치 먹이를 나눠주는 듯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관찰한 결과는 사뭇 달랐다. 사람으로 치면 배고픈 친구 앞에서 먹을 것을 들고 일부러 약을 올리는 듯한 모습같았다.
매서운 추위가 만들어낸 풍경
▲얼어붙은 덕진호수, 수달은 얄밉게 먹고 백로와 외가리는 바라만봤다.
최호림
수달은 백로를 의식하듯 접근했다가 방향을 틀고, 다시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먹이를 놓칠 수 없는 새들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수달을 주시하며 다가서다 되돌아가는 장면을 반복했다. 동장군이 몰고 온 이 혹독한 추위는 야생 세계에서 먹이 쟁탈전이라는 또 다른 생존의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백로와 왜가리는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보호 받는 야생 조류다. 수질과 습지 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이 새들이 도심 한가운데서 수달과 함께 관찰된다는 사실은 덕진호수가 여전히 생태 가치를 지닌 공간임을 보여준다.
덕진공원은 전주를 대표하는 도심 공원이다. 그 중심에 자리한 덕진호수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다양한 야생 동물의 서식처다. 얼어붙은 호수 위를 유유히 오가는 수달, 한 발로 추위를 견디는 백로와 왜가리. 자연은 늘 평화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생존을 둘러싼 냉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무대임을 덕진 호수는 조용히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