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사회에 익숙해졌다. 소방, 경찰, 병원과 같은 공공서비스와 철강업, 석유정제업과 같은 연속공정처럼 밤에도 반드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있다. 문제는 그 '불가피함'의 바깥에 있는 야간노동이 계속 넓어졌다는 데 있다.
생산설비를 더 오래 돌리기 위해, 배송을 더 빠르게 맞추기 위해, 고객의 즉각적 소비를 붙들기 위해 밤이 노동시간표에 들어왔다. "연중무휴", "24시간 오픈"이 상징하는 24/7 사회에서 야간노동은 예외가 아니라 구조가 됐다.
최근에는 야간노동을 "덜 고통스럽게" 만들겠다며 고정야간(야간전담) 형태가 확대된다. 병원에서는 순환교대의 피로와 이직을 완화한다는 명분으로 야간전담 간호사를 늘려왔다. 그 외의 산업 현장에서도 야간전담 인력을 별도로 두는 방식이 등장했고, 물류산업의 경우에는 순환교대보다 고정야간 형태가 이제는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노동자의 건강보호보다는 노무관리의 효율성과 더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무표를 단순화하고, 교대 편성의 불확실성을 줄이며, 주간 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선택지로 고정야간이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쨌든 일정한 시간대에 근무하는 방식이니, 일하는 시간대가 계속 바뀌는 순환교대근무보다 신체에는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르지만, '고정'이 곧 '적응'이라는 가정은 현실에서 자주 무너진다. 고정야간은 몸을 밤에 맞추기보다, 몸과 사회를 서로 어긋난 상태로 장기간 고정해버리는 방식에 가깝다. "수명 깎아서 돈 버는 느낌"이라는 노동자의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2025년 11월 25일, '속도보다 생명!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가 국회 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 열렸다. ⓒ 임용현
몸은 바뀌기 어렵고, 사회는 더 안 바뀐다
사람의 몸은 생물학적 리듬 위에 서 있다. 낮에는 깨어있고 밤에는 잠을 자는 리듬은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호르몬 분비와 체온, 대사와 면역이 맞물린 생리적 질서다.
멀리 여행을 가면 결국 시차에 적응하듯 몸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야간노동이 포함된 근무형태에서는 "결코 적응할 수 없다"는 진술이 반복된다. 고정적인 야간노동도 마찬가지다. 노동자를 둘러싼 사회가 낮의 시계로 움직이기 때문에, 개인이 밤낮을 완전히 뒤집어도 일상은 다시 낮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야간노동에서 가장 먼저, 가장 직접 드러나는 건강문제는 '잠'이다. 밝은 대낮에 잠을 청하는 일은 고역이고, 충분한 시간 잠을 자기 어렵다는 증언은 현장에서 흔하다. 잠이 깼는데도 억지로 다시 잠들려고 누워 있는 느낌, 깊이 잔 적이 없다는 말, 술에 기대어 좀 깊이 자보려는 시도 등 이것은 개인의 체질이나 나약함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폭력이다.
고정야간이 순환교대보다 나을 수 있다는 주장은 "스케줄이 고정되면 생체리듬도 따라올 것"이라는 전제 위에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연구들은 그 전제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 2025년에 발표된 최근 리뷰연구
[1]에서는 고정야간과 순환교대를 각각 주간근무자와 비교한 기존 근거들을 묶어 평가했는데, 고정야간에서 심혈관·대사질환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되었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야간노동의 노출은 야간고정 작업자가 순환교대 근무자보다 더 많기 때문으로 분석하였다. 반면 순환교대에서는 암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졌다. 쉽게 말해, 어느 쪽도 '안전한 대안'이 아니다. 다만 위험의 양상이 다를 뿐이다.
좀 더 생물학적인 근거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은 어두워질수록 분비가 증가해 수면을 유도하고, 밝아지면 억제되는 호르몬으로 인간의 생체시계, 즉 밤과 낮의 리듬을 조율하는 핵심 지표다.
이 멜라토닌 분비 리듬이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가 생체리듬이 어느 시간대에 맞춰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멜라토닌 리듬을 기준으로 고정야간근무자의 생체리듬 조정을 검토한 리뷰연구
[2]에서, 뒤바뀐 밤낮에 완전한 적응을 보인 사람은 3% 미만으로 극소수였고, 일부 조정효과를 보인 사람도 제한적이었다.
이러한 연구들의 핵심은 분명하다. 고정야간은 이론적으로는 "적응"을 말할 수 있어도, 현실에서는 적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정야간 노동자 역시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낮과 밤의 리듬에 맞춰 돌아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가족을 돌보고, 은행·병원 같은 낮 시간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빛과 소음이 가득한 낮에 잠을 자려다 수면이 깨지고, 다시 밤에 일하러 간다. 고정야간이란 결국 만성적인 일주기 리듬 불일치 상태를 장기간 지속시키는 장치가 되기 쉽다.
수면건강에서 심혈관계·정신건강·사고·암까지
수면장애는 그 자체로 고통이지만, 동시에 이후의 문제를 예고하는 경고등이기도 하다. 교대·야간 노동자들은 일하는 동안 졸음을 견디느라 쩔쩔매고, 깜박 졸다 실수하거나 사고를 내기 쉽다.
또한 야간노동은 퇴근길 졸음운전 위험을 키우고, 억지로 깨어있으려 애쓰는 상황에서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로 2011년 출판된 한 리뷰연구에 의하면 연구마다 차이는 있었으나 야간노동 시 사고 위험이 30~100% 정도 높았다
[3].
정신건강도 예외가 아니다. 교대근무자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지지가 약화되기 쉽다. 그 결과 우울·불안 같은 기분장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들이 반복된다. 교대근무 기간이 길수록 연관성이 커지는 경향도 보고된다.
여기에 심혈관·대사질환 위험이 더해진다. 야간노동으로 인한 지속적인 리듬 교란, 누적된 피로, 회복의 어려움, 운동·식사와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의 어려움이 함께 작동한다. 흔히 뇌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금연, 절주, 운동이 강조되지만, 이러한 '개인의 생활습관'에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가 개인의 의지 이전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야간노동의 건강영향은 암 위험 증가로까지 이어진다. 2007년 국제암연구소(IARC)는 '생체리듬을 교란하는 교대근무'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큰 요인(Group 2A)으로 분류하였다. 가장 먼저 주목되었던 유방암 이후, 전립선암, 대장암, 직장암에서도 위험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발암성에는 밤 시간의 빛 노출로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서 항산화·항암 작용이 감소하는 경로가 주요 기전으로 제시된다.
야간노동은 '근무형태'가 아니라 '위험요인'이다
산업안전보건의 가장 근본적인 관점은 위험요인이 확인되면 제거하거나 구조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석면의 사용 금지이다. 석면은 오랜 연구를 통해 발암성과 치명적 건강영향이 확인되었고, 개인보호 조치나 사업장 단위의 관리만으로는 위험이 상쇄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 아래 결국 법으로 금지되었다.
하지만 모든 유해요인에 같은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특히 야간노동은 '필요'를 앞세우고 사회적 대응이 여전히 관리와 적응의 차원에 머물러 있다. "자원자"라는 말로 사회의 책임이 흐려지며, 높은 수당이 건강의 비용을 덮는다.
고정야간노동은 스케줄이 고정되었다는 이유로 위험이 더욱 가려지는데, 취약한 위치의 노동자에게 고정야간노동이 집중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는 선택이라기보다 구조에 의한 배치이다.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건강관리는 야간노동을 '잘' 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야간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는 것, 야간노동을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노동시간과 인력을 재구성하는 것, 불가피한 야간노동은 최소화하고 회복을 보장하는 것이다.
'검진과 교육'에 머무는 대응이 아니라 야간노동을 줄이는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 불가피한 밤을 사회가 책임지되, 그 부담이 노동자의 건강을 깎아 먹는 방식으로 유지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야간노동 건강관리의 출발점이다.
[각주]
[1] Cho, H. A., Lee, D. W., Yang, M., Jang, T. W., Cho, S. S., & Kang, M. Y. (2025). Comparing the Health Impacts of Fixed Night and Rotating Shift Work: An Umbrella Review of Meta‐Analyses. Journal of Sleep Research, e70172.
[2] Folkard, S. (2008). Do permanent night workers show circadian adjustment? A review based on the endogenous melatonin rhythm. Chronobiology international, 25(2-3), 215-224.
[3] Wagstaff, A. S., & Lie, J. A. S. (2011). Shift and night work and long working hours-a systematic review of safety implications. Scandinavian journal of work, environment & health, 173-185.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이혜은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운영위원이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