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긴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워킹맘인 나에게 아이의 방학은 반가움보다 부담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가 고학년이 되어 먹을 것만 준비해두면 스스로 챙겨 먹을 줄 안다는 점이다. 덕분에 저학년 때보다는 마음의 짐이 덜하지만, 출근 전 아침은 더 바쁘다. 간단하게 먹을수 있도록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두끼를 준비한다. 방학이 시작된 지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마음은 벌써 한 달은 지난 것 같다.

방학을 맞이한 딸아이의 계획은 명료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 침대 속에서 마음껏 휴대폰을 하는 것. 하지만 내가 그린 그림은 전혀 달랐다. 고학년이 되었으니 부족한 국어, 영어, 수학은 물론 한국사 특강까지 들으며 중학교 입학 준비를 알차게 하길 바랐다. 학원 가느라 미뤄둔 책들도 이참에 좀 읽었으면 했다.

내 공부를 통해 돌아본 아이의 마음

AD
그런데 딸은 "엄마, 방학은 쉬라고 있는 거잖아. 엄마 잔소리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고 했다. "너 이제 곧 중학생이야. 남들 다 할 때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해"라며 나도 지지 않고 말을 더한다. 천하태평인 딸을 보며 내 속은 타들어 갔다.

MBTI부터 정반대인 우리 모녀다. 외향적이고 계획적인 나와 달리, 내향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딸은 늘 "꿈이 없다"거나 "하루하루 재밌게 사는 게 꿈"이라고 답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대통령이 되라는 것도 아닌데 소박한 꿈조차 말하지 않는 아이가 답답해 속이 뒤집어지곤 했다.

나 역시 2026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공부란 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도 바로 집중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지 하면서도 손가락은 자꾸만 '쇼츠' 영상을 넘기고 있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시간 앞에서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정리하다가, 문득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며.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며. ⓒ imkirk on Unsplash

'나는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이 자격증 공부도 이렇게 하기 싫어서 딴짓을 하는데, 딸은 어떨까?'라고 말이다. 나는 딸에 비해 몇 과목 안되지만, 아이는 '국영수과사'에 한국사까지 감당하고 있다. 오직 엄마의 강요로 시작한 그 수많은 과목 앞에서 아이가 느꼈을 과부하와 괴로움이 비로소 내 공부를 통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26년 1월 1일, 해돋이를 보며 내가 빌었던 소원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그저 가족 모두 건강하게만 해주세요."

딱 한 달 전의 간절했던 소망은 어느덧 욕심에 가려져 있었다. 아이가 몸과 마음 건강하게 자라주고, 엄마가 없어도 제 밥 챙겨 먹으며 제 시간에 학원 가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이의 이런 독립심이 없었다면 나 역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공부를 꿈꾸지 못했을 것이다.

친정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엄마 역할은 배를 빌려줘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까지다. 아이 인생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나는 아이를 낳아준 것 뿐이지, 아이를 내 기준에 맞춰 개조할 권리는 없었다. 미안한 마음에 딸에게 카카오톡 한 통을 보냈다.

"엄마도 원하는 공부 하는데 이렇게 힘든데 너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들더라."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이제 내 마음 알겠어? ㅎㅎ"

그 짧은 문장에 담긴 아이의 해방감을 보며 다짐한다. 올 한 해는 아이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말자고. 건강하게만 해달라고 빌었던 1월 1일의 초심으로 돌아가, 아이의 '오늘의 행복'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모녀카톡#워킹맘#겨울방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송미정 (ssmj0730) 내방

영양사와 강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 건강하고 영양 좋은 음식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직영양사가 알려주는 우리집 저염밥상>,<영양사 유방암 환우의 암을 이기는 음식> 전자책 발행하였으며 <맛있게 정드는 옆집 영양사 언니>로 블로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브런치 작가로 일상의 요리에서 추억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