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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교육 위기가 동시에 거론되는 시대다. 도시 중심의 삶과 경쟁 위주의 교육에 대한 문제 의식이 커지는 가운데, 자연 속에서 삶과 배움을 다시 구성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수원 칠보산 아래에 위치한 '도토리 시민농장'에서 생태 교육 활동가이자 시인인 자작나무 이진욱씨를 만났다. 그는 도시에서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이곳에 들어와 아이들과 시민을 대상으로 숲, 텃밭, 목공을 잇는 생태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수원 칠보산 아래 도토리 시민농장에서 활동 중인 자작나무 이진욱 씨 ⓒ 서창식
"자연이 말을 건다는 느낌"
- 직장생활을 마치고 칠보산으로 내려온 계기는?
"부산과 창원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직장 때문에 수원 인근으로 오게 됐다. (수원) 정자동에서 생활하다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 아내가 칠보산에서 '도토리 교실' 생태 안내자 활동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이곳을 오가다 보니, 삶의 중심이 도시에서 숲으로 옮겨졌다. 큰 결심이라기보다 생활의 방향이 조금씩 이동한 결과에 가까웠다."
- 숲에 들어와 가장 먼저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나?
"직장에 다닐 때는 자연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나무는 나무고 나는 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숲에 들어와 꽃과 나무, 곤충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시선이 달라졌다. 숲 생태 아카데미 과정을 거치며 나무의 기울기나 상처를 보게 됐고, 그 환경과 사연을 상상하게 되면서 자연이 말을 건다는 느낌을 받았다."
- 그 경험 이후, 자연은 어떤 존재로 다가왔나?
"자연은 늘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소중함을 잊기 쉽다. 하지만 사람이 아프면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 치유를 구한다. 숲의 공기를 마시고, 약재를 찾고, 몸을 쉬게 한다. 칠보산에 있다 보니 큰 병을 겪은 분들이 솔숲을 찾는 경우도 있었고, 그때 무심히 보던 숲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지 새삼 인식하게 됐다."
또 다른 교실

▲수원 칠보산 아래 도토리 시민농장에서 기자와 인터뷰 중인 자작나무 이진욱 씨 ⓒ 서창식
- '도토리 시민농장'은 어떤 공간인가?
"처음부터 농장이나 목공을 목표로 만든 공간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숲에서 글쓰기를 하다 벌목된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됐고, 텃밭과 숲, 목공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따라가다 보니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숲, 텃밭, 목공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 아이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가장 크게 경험하나?
"도시 아이들은 자연을 눈으로는 봤지만 몸으로 느껴본 경험은 적다. 가까운 곳에서 흙을 만지고 나무를 깎고 숲을 걷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농장은 학교, 아이들, 어른, 퇴직자들이 그물처럼 연결된 공간이다. 점처럼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배우는 경험이 이뤄진다."
- 학교가 놓치고 있는 자연감수성은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도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잠시 내려놓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열리고, 가을에는 떨어지고, 겨울에는 추워진다는 걸 몸으로 겪게 한다. 이런 감수성은 저축처럼 쌓여 나중에 삶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폭이 된다."
-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나?
"아이들은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목공을 해보면 거친 나무를 많이 깎아낼수록 형상이 또렷해진다. 비워내는 과정이 있어야 알맹이가 남는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결국은 아이 스스로 몸으로 겪으며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원 칠보산 아래 도토리 시민농장에서 농사 일을 하고 있는 자작나무 이진욱 씨. ⓒ 서창식
- 기후위기 시대, 생태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생태교육은 오감을 깨우는 일이다. 요즘은 시각 정보로 자연을 소비하지만, 실제로는 몸으로 느껴야 한다. 쓰레기 하나를 직접 줍는 작은 행동처럼 손으로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작은 실천이 쌓일 때 생태 교육이 되고, 사회에도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진다."
- 앞으로 도토리 시민농장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
"이곳은 잔소리하지 않는 농장이다. 개장할 때만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말하고, 이후에는 각자가 주인처럼 머물 수 있게 열어둔다. 작물을 키우든 산책을 하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민간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열린 공간으로,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는 좋은 이웃이 되는 사회를 이곳에서 실험해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