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중앙회의 공금 낭비 의혹, 농협중앙회장 사과 기자회견농협중앙회의 공금 낭비 의혹과 관련,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앙회장직은 유지하면서 권한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해외 출장 시 하루 숙박비 상한선인 250불(36만 원)을 초과해 집행한 비용 약 4000만 원을 반환하기로 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고개숙였다.
이같은 조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한 지 닷새만에 이뤄졌다.
강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에 있는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국민사과문와 함께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과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사과문에서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농협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이 필요하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후속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쇄신의 첫 번째로, 농협중앙회장의 권한 범위와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했다. 관례에 따라 중앙회장이 겸직해 온 농민신문사 회장직을 내려놓고, 동시에 농협재단 이사장직 사임한다고 밝혔다.
현재 농협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며 중앙회로부터 매해 3억9000만 원, 농민신문사로부터 연봉 3억 원 등 매해 약 7억 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퇴직 시에는 별도의 퇴직공로금까지 받는 구조다.

▲농협중앙회의 공금 낭비 의혹, 농협중앙회장 사과 기자회견농협중앙회의 공금 낭비 의혹과 관련,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임직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 이정민
또한 농협의 주요 임원인 전무이사(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도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강 회장은 "저는 인사를 비롯한 경영 전반에 대해서는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에게 맡기고 본연의 책무인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농협중앙회는 농식품부의 특별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흡한 부분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사안은 선제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예로, 해외 출장 시 하루 250달러로 제한된 해외 숙박비 규정은 물가 수준을 반영해 상향하는 등 관련 제도와 절차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한다. 강 회장은 앞서 다섯 차례 해외 출장에서 매번 하루 상한선(250불)을 초과해 1박당 50만~186만 원을 넘겼다. 최고급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묵는 등 초과 집행액은 4000만 원 규모로, 이를 개인적으로 반환하기로 했다.
농협 조직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협개혁위원회를 자체 구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중앙회장 선출방식과 지배구조, 농축협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의 선거제도 등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구조적 문제 중심으로 개선 과제를 풀어나가는 등 조합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자체 개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농협개혁위원회는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조계·학계·농업계·시민사회 등 각계의 전문가들로 구성한다. 이들은 특별감사 지적 사항은 물론,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불합리한 제도 전반을 철저히 바로 잡겠는 계획이다. 나아가 농식품부가 구성하는 농협개혁추진단과 긴밀히 소통하여 개혁 속도를 높이겠는 의지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농협중앙회는 정부의 농정 대전환 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농협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스마트농업 확산, 청년농업인 육성,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등 농정핵심과제와 농협사업을 연계해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 가는데 앞장서겠고 밝혔다.
이어 이른바 '돈 버는 농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여, 농업인의 땀이 정당한 소득으로 보장되도록 농협의 역량을 집중하겠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농협은 지난 65년 간 농업·농촌과 농업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 앞으로 농업·농촌과 농업인의 삶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발표를 마쳤다.
한편 강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서 10여 분간 사과문을 읽고 발표를 끝냈다. 참석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현재 특별감사가 진행되는 이유 등을 들어 진행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의 공금 낭비 의혹, 농협중앙회장 사과 기자회견농협중앙회의 공금 낭비 의혹과 관련,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