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 정상회담장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2026.1.13 ⓒ 연합뉴스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가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조세이탄광(장생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오후 일본 나라현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오늘 저와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양국이 정착시켜 온 셔틀외교의 토대 위해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지속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조세이탄광 문제와 관련 "지난 1942년 일본 우베시 조세이탄광에서 183명의 한국인과 일본인이 수몰된 사고가 있었고 80여 년이 지난 작년 8월에서야 유해가 발견됐다"며 "양국은 동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은 당국 간 실무 협의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며 "이번 회담을 계기로 과거사 문제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 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다카이치 일본 총리도 "조세이탄광에서 발견된 유해와 관련해 DNA 감정의 양국 간 조정이 진전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유족, 시민단체 "희생자 유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 유해 발굴 언급 없어 아쉬워"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해안에 있는 장생탄광 배기구인 피아. 먼쪽 피아를 통해 갱도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해 놓았다. ⓒ 조정훈
이날 합의에 대해 유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유해 발굴에도 양국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생탄광 수몰사고로 숨진 고 전성도씨의 손자 전영복씨는 "지금까지는 일본 정부의 반대로 DNA 검사를 하지 못했지만 양국 정부가 합의했으니 발굴된 유해가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환영했다.
전씨는 "유해 감식을 하기 위해서는 발굴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도 한일 양국이 충분히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조속히 발굴해 고향으로 모셔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우에다 케이지 장생탄광의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회 사무국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와의 회담에서 장생탄광 희생자들의 유골 DNA 감정 합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우에다 사무국장은 "자세한 내용은 잘 알 수 없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아 보도되지 않은 큰 진전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응원해주신 한국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2월 세계의 다이버들이 우베시에 모여 유골 수습에 다시 나선다"며 "평화와 우호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반면 양현 일본장생탄광희생자 대한민국유족회장은 "장생탄광은 해저에 있고 유해가 어디 있는지 위치도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매듭지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양현 회장은 "장생탄광 유해 발굴은 민간에서 하고 있는데 정말 힘들다"면서 "정부가 유해 발굴까지는 언급이 없어 조금 실망도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장생탄광희생자 귀향추진단도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그동안 정상 간 논의에서 배제되어 왔던 장생탄광 희생자 유골 문제를 처음으로 공식 의제에 올렸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를 갖는다"면서도 '말이 아닌 행동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귀향추진단은 "이번 정상회담의 발표 내용은 의제 설정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장생탄광 유골 문제의 실질적 해결로 나아가기에는 명백히 부족하다"며 "공동발표문조차 정식으로 채택·공개하지 못한 점은 형식적·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6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장생탄광에서 수몰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두개골이 발견되자 새기는회 공동대표인 이노우에 요코씨가 두개골을 들어보이고 있다. ⓒ 새기는회
그러면서 지난해 8월 발견된 유골 4점에 대해 지금까지 4개월이 넘도록 DNA 감정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DNA 감정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 제시나 유족 확인, 유골 봉환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것을 지적했다.
또 유골 수습과 조사를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한일 양국 정부 공동협의체나 공동조사기구 구성 등에 대한 합의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귀향추진단은 지난 2005년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한 유골 문제 해결의 3원칙(인도주의·현실주의·미래지향)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하고 이를 실천할 의지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일 것을 촉구했다.
이어 장생탄광 유골 수습과 조사를 위한 한일 정부 간 공동협의체 즉각 구성, 이미 발견된 유골의 즉각적인 DNA 감정, 장생탄광 진상조사 결의안과 진상규명 관련 법률안 조속히 통과 등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