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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참 좋아졌다. 얘한테 물어보면 까먹은 것도 다 알려주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시는 어머니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친다. 챗GPT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 해도 남의 일 같았던 풍경이다. 하지만 이제 구글의 제미나이, 뤼튼 등 수많은 AI가 쏟아져 나오며, 예순이 넘으신 어머니의 일상에도 AI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머니는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한 단어가 있거나 저녁 반찬이 고민될 때, AI 앱을 켜신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편리함 ⓒ solenfeyissa on Unsplash
그 편리함을 보며 다들 감탄하지만, 나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다수의 의학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AI는 모든 과정을 '단축'시킨다. 과거엔 도서관을 뒤지거나 검색 결과를 비교하며 머리를 써야 얻을 수 있던 답을, 이제는 질문 한 번으로 얻는다. AI 제품을 고르는 기준도 '내가 생각할 필요 없이 얼마나 정확한 답을 주는가'가 되었다.
나는 이것이 두렵다. '디지털 치매'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AI의 편리함에 기대어 스스로 질문하고 사색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 가족을 위협하는 그 병마가 더 빨리 찾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AI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인 우리는 점점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되는 것만 같다.
우리가 생각하기를 멈추고 AI에게 질문을 던지는 순간, 또 다른 문제도 발생한다. 바로 환경이다. 우리가 가볍게 얻는 답변 뒤에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며 돌아가는 거대 데이터센터가 있다. 일부 보도들에 따르면 AI 검색은 일반 검색보다 몇 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서버를 식히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을 쓴다고 한다. 환경을 위해서나, 나의 뇌 건강을 위해서나 무분별한 AI 의존은 재고해 볼 문제다.
그렇다고 시계를 거꾸로 돌려 AI를 거부할 수는 없다. 이미 AI는 우리 삶의 강력한 도구다. 중요한 건 '주도권'이다. 나는 어머니께, 그리고 나 자신에게 새로운 규칙을 제안했다.
"엄마, AI가 알려준 답을 그대로 믿지 말고, '왜?'라고 다시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 답이 맞는지 틀렸는지 엄마가 채점관처럼 따져보세요."
AI를 내 사고력을 확장하는 '운동 기구'로 써야 한다. AI가 내놓은 초안을 비판적으로 읽고, 팩트 체크를 하고, 더 나은 문장으로 고치는 과정. 그 치열한 '티키타카' 속에 뇌를 자극하는 길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