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01.17 11:11최종 업데이트 26.01.17 11:11

어린이보호구역, 속도만 지켜서는 안전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늘 조심해서 운전한다고 생각했다. 제한속도 30km를 지키고, 방지턱 앞에서는 더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그날, 나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신호 위반 단속에 걸렸다. 이 경험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속도만 지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초행길이었다. 길을 잘 찾지 못해 내비게이션에 의존하는 편인데, 병원을 처음 찾아가던 날 안내된 경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여러 곳 포함돼 있었다. 내비게이션은 넓은 도로 대신 상대적으로 좁고 방지턱이 많은 어린이보호구역 경로를 안내했다. 처음 가는 길이라 안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보호구역 챗지피티에게 요청해서 그린 그림
어린이보호구역챗지피티에게 요청해서 그린 그림 ⓒ 황윤옥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서자 경고음이 잦아졌다. 시속 30km를 조금이라도 넘기면 곧바로 속도를 줄이라는 알림이 울렸다. 라디오를 끄고 앞차만 바라보며 천천히 운전했다. 방지턱, 제한속도, 주변 차량에 신경을 쓰며 긴장한 채 교차로에 진입하던 순간, 이미 빨간불로 바뀐 신호를 미처 보지 못했다.

AD
며칠 뒤 단속 통지서를 받았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 위반이었다. 과태료는 13만 원이었다. 처벌이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 위반이 일반 도로보다 엄격하게 처벌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경험은 어린이보호구역의 현실적인 운전 환경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운전자가 동시에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다. 제한속도, 방지턱, 신호등, 보행자까지 짧은 구간에 집중돼 있다. 특히 초행길이거나 고령 운전자, 내비게이션 의존도가 높은 운전자에게는 순간적인 판단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속도를 지키는 데 집중하다 보면 신호를 놓칠 위험이 있고, 신호에 집중하면 방지턱이나 보행자를 놓칠 수 있다. 이는 개인의 부주의 문제로만 돌리기보다, 실제 도로 환경이 운전자에게 얼마나 직관적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은 반드시 지켜야 할 공간이다. 동시에 그 취지가 온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운전자에게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환경이 필요하다. 제도의 엄격함만큼이나 현장의 설계와 안내 체계 역시 지속해서 점검돼야 한다.

이번 단속은 어린이보호구역 운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조심하고 있다'라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한 번 더 멈추고, 한 번 더 확인해야 한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공간이 진정으로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운전자와 제도가 함께 보완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어린이보호구역#신호#속도#안전운전#내비게이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종사이버대 문예 창작학과 재학 중, 브런치 스토리 작가,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마음을 다해 정성껏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