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P=연합뉴스
초강대국 미국이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붕괴 중심에 트럼프가 있다. 국제관계에서 망나니가 칼자루 없는 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듯이 행동한다. 2026년 새해 벽두부터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시끄럽다. 트럼프는 1월 3일 베네수엘라를 공격하여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와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를 붙잡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편입할 목적으로 군 투입을 아끼지 않겠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 냈다.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자, 공격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이 만든 국제 시스템 무시
미국을 대표하는 트럼프는 지금까지 국제연합(United Nation, UN)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행동을 일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외교 행동이 미국의 도덕성과 국제적인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비판에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만 국제연합을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도 2003년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명분을 앞세우며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중요한 사실은 부시와 트럼프는 질과 양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는 국제연합은 소련도 중국도 아닌 미국이 만든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패전 방송으로 세계 2차대전이 끝났다. 이때부터 미국은 초강대국이 됐다. 미국이 다른 나라를 병합하고 지도자를 바꾸겠다고 마음먹고 행동했다면, 어떤 나라도 제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 지도자들은 그러한 길을 걷지 않았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국제관계에서 미국 단독 혹은 독단적인 행동을 꺼렸다. 루스벨트와 행정부 인사들은 '집단 안전보장'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제도(Institution)' 만들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국제연합이었다.
1945년에 국제연합이 창설되자 미국은 국제연합을 이끌었으며, 이 틀 속에서 국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하지만 트럼프는 달랐다. 국제연합을 무시한 채 미국 중심의 일방적 행동만을 하고 있다. 참다 못한 국제연합이 나섰다. 국제연합 사무총장 구테흐스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이 국제법상 불법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이 주도하고 설립한 국제기구에서 잇달아 나왔다. 그는 국가 사이의 '조율'을 통해서 절제 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연합을 무력화 시켰다. 자신의 의도에 반대하는 나라가 있으면 '관세'라는 카드를 앞세워 말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국 건국 아버지들의 우려

▲그린란드 누크에서 열린 병합 시도 규탄 시위 ⓒ AP/연합뉴스
트럼프의 행위를 보면 전제군주(專制君主)들의 그것과 비슷하다. 미국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인종차별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자신의 정책에 반기를 들면 가차 없이 몽둥이를 들었다. 미네소타주에서 반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반란으로 몰아붙였다. 심지어 반란법을 발동하겠다는 발언을 거침없이 뱉었다. 그의 통치 행위는 중국 명, 청 시대에 일어난 '문자의 옥(文字之獄)'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었다. 1787년 7월 17일 미국 제헌의회는 대통령제를 통과시켰다. 대통령제는 그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정치 시스템이었다.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만들어진 제도였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대통령제를 만들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막대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의회를 견제하는 데 있었다. 이들은 대통령제를 만들었지만,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집중되어 '전제군주화'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심하며 경계했다. 대통령이 절제된 권한을 행사하도록 의회에 견제 장치를 마련해 뒀다.
제헌헌법에 참석한 건국 아버지들은 "모든 권력이 한 곳이 집중되면 부패한다"는 속성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르고 세운 미국 권력기관은 '견제와 균형의 힘'을 발휘하여 국민 이익 즉 국민의 권리, 자유, 행복에 봉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규정 지었다. 트럼프는 건국 아버지들의 바람과는 달리 전제군주의 길을 가고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우려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스스로 무너지는 미국
트럼프는 처음 대통령이 될 때부터 전제군주 시스템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중국 시진핑과 그의 측근들이 연임 규정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부러워했다. 그가 얼마나 전제군주 시스템을 바라고 있는지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트럼트와 그의 측근들은 미국과 국제 사회에 나쁜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사람들은 트럼프만 물러나면 집단 안전보장 시스템과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길'을 예외로 여긴다면, 그건 오판이다. 뒤를 이어 나올 대통령은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요구하는 국제연합 시스템보다는 트럼프가 걸었던 길을 다시 가려고 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다음 미국은 초강대국이 됐다. 미국 대통령은 국제문제 해결에 있어 가공할 만한 힘을 가졌다. 미국은 국제연합 체제 안에서 국제질서를 이끄는 리더를 자임했으며, 다른 국가들은 자의 반 타의 반이라도 이를 '공인'해 줬다. 하지만 트럼프의 전제군주화 추구는 초강대국 미국의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렸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힘만 믿고 행동하는 동네 갱스터와 같은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독재에 맞서 싸운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노벨상을 메달을 트럼프에게 줬고, 트럼프가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늘날 미국의 국격을 분명히 말해준다.
이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우려했던 망국으로 가는 전조(前兆)라고 할 수 있다. 미래 미국이 어떤 길을 가고 어떻게 될지는 어떤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그려낸다. 미국의 미래는 현재의 모습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포스트 미국'을 내다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윤종문씨는 서강대학교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책임연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