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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19 10:03최종 업데이트 26.01.19 10:03

한일정상회담 며칠 뒤, 중의원 해산 결단한 다카이치

대만 발언과 중일 갈등 사이에서 장기 정권 노림수?

2026년 1월 19일, 일본 정계에 충격파가 몰아쳤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전격 표명하며 조기 총선거를 단행하기로 한 것이다. 취임 불과 몇 개월 만에 이루어진 이번 해산은 NHK 여론조사(1월 10-12일 실시) 기준 내각 지지율 62%, 자민당 지지율 32.2%를 배경으로 한 '정치적 리스크 관리의 전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촉발된 중일 관계 악화, 14년 만에 고향 나라현(奈良縣)에서 개최된 한일정상회담, 그리고 야당 재편이라는 복잡한 정치 지형 속에서 이 도박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카이치 총리의 해산 결정은 철저한 계산에 기반하고 있다. NHK가 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각 지지율은 62%에 달하고, 자민당 지지율은 32.2%로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연대 강화, 경제 대책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정치 애널리스트 다카하시 요이치(高橋洋一)는 "다카이치 총리의 해산은 지지율이 높은 지금 선거를 치름으로써 당내 반대파를 봉쇄하고 장기 정권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가 나가타초(永田町)에서는 "높은 지지율이 지속되는 동안 승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번 해산이 '베스트 타이밍'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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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경제신문은 중의원 의원 임기 절반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해산은 과거 사례 중 1할에 불과하다며 중장기 정책 추진에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자민당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간사장은 "연립 재편과 정책 협정에 대한 국민 판단을 구하는 것"이라며 해산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공산당 기관지 '신분 아카하타(しんぶん赤旗)'는 이를 "당리당략의 극치이며 국민 생활을 무시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의 복잡한 심정을 드러낸다. 해산 찬성은 36%에 그친 반면, 반대는 50%로 국민의 불안감이 뚜렷이 나타났다. 높은 내각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해산에 대한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은, 국민들이 이번 해산을 정치적 도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 유사시 발언, '계획된 노림수'인가

이번 해산 전략의 핵심에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이 자리하고 있다. 총리는 지난해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명언하며 중국을 강하게 자극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고, NHK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67%가 중국의 수출규제 강화가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발언이 사전 답변 요령에 포함되지 않았던 '즉흥적' 발언이었다는 사실이다. 자민당 모리야마(森山) 전 간사장은 "하지 않아도 될 발언이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치평론가 히가시코쿠바루 히데오(東国原英夫)는 TV 프로그램에서 "총리 측근 이마이 나오야(今井尚哉)의 조언으로 해산을 서두르는 것은 희토류 위기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지지율 상승을 활용해 외교 리스크를 선거로 돌파하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중국 측 학자들은 "다카이치의 대만 발언은 국민을 '빨간불에 함께 건너게' 유도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 관광객 감소와 경제 제재는 엔저 대책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12월 20-21일 실시)에서는 이 발언 철회가 '필요 없다'는 의견이 65%를 차지해 국민 지지가 의외로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는 1월 12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앞으로 모든 일에 강한 반발을 보이며 국내적인 불만 해소용으로 이용할 것"이라며 중일 관계 악화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도 이번 해산을 "중국 대치 속 권력 공고화 도박"으로 보도하며 국제적 긴장을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에서 14년 만에 지방 개최된 한일정상회담은 이 '정치 실험'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1월 13-14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경제안보 협력이 확인됐고, 깜짝 드럼 합주 장면이 화제를 모으며 양국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구체적으로 양 정상은 한일 정상회담 후 비공개 환담에서 일본 측이 준비한 푸른색 유니폼을 함께 입고 드럼 연주를 선보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대학 시절 헤비메탈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한 드럼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어린 시절부터 드럼을 배우는 것이 꿈이었다"는 소망을 전한 바 있고, 이를 기억한 다카이치 총리가 K-POP 그룹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골든(Golden)'과 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에 맞춰 즉석 합주를 준비한 것이다. 일본 총리관저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은 6시간 만에 22만 시청수를 돌파했다.

외교 전문가들은 "나라 개최는 다카이치의 정치적 연출로, 지지 기반 다지기를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 정상은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킬 해"를 선언하며 지역 정세 대응에 뜻을 모았다. 이는 미중 대립 구도 속에서 한일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신호탄이다.

하지만 독도 이슈를 봉인한 점은 비판을 받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보수'를 자처하면서 타국(대만) 유사시는 강하게 거론하되,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해온 외교적 스탠스를 회피(전환)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정책이 일중 관계를 악화시키고 있어 일본이 신중한 외교를 요구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의석수 감소 시 자민당의 기로

이번 해산이 자민당에 이롭게 작용할지는 의석수 결과에 달려 있다.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비례대표 투표처로 자민당은 34% 수준을 나타냈고, 일본유신회와의 여당 과반 확보는 52%가 지지했다. 하지만 국민 생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49%에 달해 국민들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준다.

정치학자들은 "의석 감소 시 자민당은 기로에 설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카이치 총리 개인 지지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당 전체로 파급되지 않는 '개인 인기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의 제재가 지속될 경우 2026년 중 일본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여야 모두 소비세 감세를 공약으로 검토 중이다. 자민당 내에서는 식료품에 대한 한시적 제로 세율안이 거론되고 있어, 이것이 선거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경제 정책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 재편도 주목할 대목이다. 공명당과 입헌민주당이 결성한 '중도개혁연합(중혁련)'은 중의원에서는 협력 체제를 구축했지만 참의원은 별도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선거 상호부조회' 성격이 강하며, 비례대표 상위를 공명당이 차지하는 구조다.

하지만 아사히 조사에서 중혁련에 대한 기대는 28%에 그쳐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입헌 의원들이 공명의 정책 방향을 따르고 안보관련법 처리에 합의하는 조정이 진행되면서 입헌의 진보 지지층이 이탈할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2026년 1월 렌고(일본 최대 노동조합연합체)가 신당 지지를 선언했지만, 당내 이념 정립 전에 입당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현직 의원 및 유권자들 사이에 혼란이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이는 실질적으로 공명 주도의 연대로, 입헌의 독자적 이념이 약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혁련의 중도 노선은 자민당의 우경화에 대응하는 축이지만, 양당의 지지층 특성이 달라 내부 결속력이 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다카이치의 '정치 실험'은 높은 지지율을 지렛대 삼아 외교·경제적 리스크를 선거로 돌파하려는 교묘한 전략이다. 하지만 대만 발언의 경제적 대가와 야당의 불안정한 재편이 맞물리면서 실패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은 이번 해산이 진정한 '안정'을 가져올지, 아니면 또 다른 '도박'일 뿐인지 묻고 있다.

아사히 조사에서 해산 반대가 우세한 가운데, 선거 결과가 자민당 과반 확보로 이어진다면 다카이치 장기 정권의 길이 열릴 것이다. 반대로 의석이 감소한다면 당내 쿠데타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내각 지지율과 해산 찬반 여론의 괴리는 국민들이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면서도 이번 해산 시기와 명분에는 회의적임을 보여준다.

미중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은 신중한 키잡이를 요구받고 있다. 중국 측 학자들은 "다카이치의 대만 발언이 일본을 위기로 인도한다"고 경종을 울렸고, 일본 내 언론들도 "해산의 대의명분이 약하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국제법적 문제 소지까지 제기했다.

이 실험의 성패는 결국 2월(8일 유력)로 예상되는 총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해산이 정치 안정이 아니라 더 큰 혼돈을 낳을 수도 있다. 다카이치 자민당 정권이 국민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고 진정한 안정을 추구할지, 아니면 단기적 정치적 승리에 집착하다 더 큰 대가를 치를지는 곧 밝혀질 것이다. 일본 정치의 미래가 유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파인에도 실립니다.글쓴이 김영근은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겸 인문학과동아시아문화산업과정 교수이다.『3·11 동일본대지진을 새로이 검증하다』(단역),『일본 원자력 정책의 실패』(단역),『재해 리질리언스: 사전부흥으로 안전학을 과학하자』(공저),『일본의 재해학과 지방부흥』(공저)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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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ikimyg) 내방

현재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교수로 있으며, 사회재난안전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주된 관심분야는 글로벌 위기관리 및 재난·안전학, 일본의 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관계, 국제기구론, 국경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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