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6.01.19 13:16최종 업데이트 26.01.19 13:16

퇴직 앞두고 받은 책, 제목만 봐도 진심을 알았다

[서평] 나태주 시인의 <너를 아끼며 살아라>

후배가 책을 들고 퇴직을 앞둔 나를 만나러 온 적이 있었다. <너를 아끼며 살아라>(2025년 6월 출간). 제목만으로도 후배의 진심이 전달되었다. 책 사이에 이런 메모가 들어있었다.

"더 오래 곁에서 뵐 수 있을 줄 알고 자주 찾아뵙지 못했는데... (중략) 그때부터 지금까지 과장님은 제게 한결같이 단단한 온기를 주는 어른 같은 분이셨어요. (중략) 추신. 이 책은 여유로운 하루 중 한 페이지를 채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준비했어요."

이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전달하겠노라 약속했다.

 책표지
책표지 ⓒ 더블북

사는 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책 195~196p)

나태주 시인은 이 책을 통해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진심을 다해 전달하고 있다. 우리 삶은 정해져 있지 않다. 굽은 길, 곧은 길, 제 시간 보다 일찍 떠나버린 차... 작가는 예측하지 못한 상황 앞에서 어떤 마음으로 삶을 대해야 하는지 잘 표현하고 있다.

AD
'빨리 빨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같은 글자다. 우리나라의 급속도 성장에 이 '빨리 빨리'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었다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치열한 경쟁 속에 늘 성공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좌절과 실패를 겪어야 하는 삶에 대해 원로 시인은 인생 후배들을 걱정하고 위로한다.

"너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오늘의 일은 오늘의 일로 충분하다. 조금 쯤 모자라거나 비뚤어진 구석이 있다면 내일 다시 하거나 내일 다시 고쳐서 하면 된다" - 책 52p

인생에 버려야 할 게 있다면 '비교'라고 한다. 그러나 잘 안된다. 나와 너를 비교하기엔 정보 홍수 시대다. SNS의 넘치는 정보는 시공간을 넘은 소통에 특화되어 있지만 반대로 나와 남을 비교하기에 최적화되어 있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이 될 수는 없다는 걸 우리는 알아야 한다.

"행복도 연습이며 학습이 필요합니다.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그것을 쉼 없이 연습하고 학습하고 깨달을 때, 행복은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 책 191p

아무리 가장 가깝고 소중한 가족이라도 쓴소리, 지나친 관심으로 서로가 힘든 경우를 종종 접한다. X세대, 알파 세대, MZ 세대도 가족 구성원 중 하나다.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데 험한 말들로 생채기 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한번 쯤을 했을 거다. 가정은 최소 단위의 사회다. 사람과의 관계없이 살 수 없는 게 또한 우리의 현실이니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들일수록 관계의 거리가 필요합니다. (중략) 상대가 잘 살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을 거리, 축복의 거리, 비켜줄 거리를 확보해야 합니다.(중략) 당신이 갈 길과 내가 갈 길이 따로 있습니다. 아쉽고 서운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서로에 대한 최선의 예의이고 오래 더 그리워할 수 있는 거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 책 108p

내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써보기로 결정한 이유는, 시인이 다양한 연령층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반백년을 살아온 나를 충분히 위로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금 생각해본 계기가 되기도 해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가 서로 연결되어 위로하고 끌어주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면 조금은 더 살만하지 않을까. 모두가 소중한 자신을 지키는 데 집중하는 하루가 되길 소망한다.

"세상의 많은 사람 가운데
너는 너 하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
세상의 그 무엇을 주고서도
너와 바꿀 순 없다" - 책 4p

너를 아끼며 살아라 - 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가장 소중한 말

나태주 (지은이), 더블북(2025)


#삶#위로#공감#배려#인생선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희 (noheene) 내방

90년 12월 17일 첫 출근, 25년 12월 17일 마지막 출근 35년간 직장생활을 마쳤다. 이제 나는 자유인이다. 지금은 듀얼라이프, 도시와 시골 반반살기, 지금까지 나를 앞으로 나를 기록하는 글쓰기도 시작해본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