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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남평야에 찾아오는 흑두루미 한쌍
장남평야에 찾아오는 흑두루미 한쌍 ⓒ 이경호

지난 18일, 세종시 한복판에 남아 있는 장남평야와 합강습지에서 시민 탐조가 진행됐다. 세종시민이 주도한 이번 탐조에는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 25명이 참여해, 개발의 압력 속에서도 여전히 숨 쉬는 금강변의 장남들과 합강습지의 자연을 직접 걸으며 만났다.

장소에 충성하는 새, 멸종위기종 흑두루미

장남평야는 2015년부터 매년 흑두루미가 찾아오는 곳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흑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는 국내에 유일한 공간이다. 참가자들은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와 생태적 가치, 그리고 장남평야가 왜 중요한 월동지인지를 설명받았다.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오는 흑두루미에게 이곳은 단순한 논이 아니라 생존을 결정짓는 공간이다. 농경지가 사라진다면 흑두루미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

흑두루미는 시베리아와 중국 동북부에서 번식한 뒤 한반도와 일본 등으로 이동하는 대표적인 장거리 이동성 조류다. 국내에는 천수만, 순천만 등이 월동지의 전부이다. 세계 개체 수는 약 1만 5천 마리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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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흑두루미는 논과 습지에서 볍씨와 낱곳 등을 먹으며, 휴식과 먹이가 동시에 확보되는 장소를 선호한다. 동 시에는 가족 단위로 행동하며, 한 번 선택한 월동지와 이동 경로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강한 장소 충성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장남평야처럼 안정적인 먹이 공급과 교란이 적은 공간이 사라질 경우, 흑두루미의 이동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과거 장남평야에는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5000마리가 찾았지만, 각종 4대강사업과 세종시 개발로 개체 수는 한때 200마리 수준까지 급감했다. 그러나 장남들보전시민모임을 중심으로 한 먹이주기와 보호 활동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약 2000마리까지 회복된 상황이다. 숫자의 회복은 우연이 아니라,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장남평야 탐조중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장남평야 탐조중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 ⓒ 김정래

장남평야 탐조를 마친 참가자들은 합강습지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멸종위기종 큰고니와 금강 이남으로 거의 내려가지 않는 황오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큰기러기 무리는 참가자들에게 또 다른 인상을 남겼다. 다양한 겨울철새가 습지를 가득 메운 모습에 참가자들의 눈빛은 자연스럽게 밝아졌다.

"세종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는 시민들의 반응은 반복해서 나왔다. 그동안 도시의 성장과 개발 담론 속에서 자연이 얼마나 관심 밖에 놓여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했다. 이날 탐조는 세종이라는 도시의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되묻게 했다. 이 공간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세종이라는 도시는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개발이 남긴 상처,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경고

새만금 방조제 공사 이후 붉은어깨도요 30만 마리 중 새만금을 이용하던 10만 마리가 사라졌다는 안내에 제대로 된 환경 조사 없이 진행된 개발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실감했다. 장남평야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합강습지 탐조를 하면서 찍은 단체사진
합강습지 탐조를 하면서 찍은 단체사진 ⓒ 김정래

세종을 찾는 큰고니, 큰기러기들은 시베리아 등 북방에서 출발해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온다. 출발 전 몸무게를 두 배 가까이 늘려 남하하지만, 며칠간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날아온 끝에 장남평야에 도착했을 때는 생존의 한계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죽기 직전에 도착하는 진객 겨울철새를 우리 도시는 너무나 홀대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금강과 장남평야를 둘러싼 개발 계획 속에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한 고민은 없고 여전히 개발과 성장만을 담아내고 있는 현실을 현장에서는 함께 느꼈다.

참가자 정소민씨는 "새들이 가는 연약한 발걸음을 인간들이 짓밟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소감을 나누었다. 흑두루미가 장남평야를 떠나기 전, 장남들보전시민모임은 다시 '흑두루미 식당'을 열 예정이다. 새와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기를 바라본다.

 합강습지에서 탐조하는 참가자들
합강습지에서 탐조하는 참가자들 ⓒ 김정래



#장남평야#흑두루미#탐조#멸종위기종#합강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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