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경북도지사. ⓒ 경북도청
정부가 행정통합을 하는 지자체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기로 한 가운데 한동안 주춤했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오는 20일 경북도청에서 만나 행정통합과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통합 광역단체에 연간 최대 5조 원씩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고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과 지위를 부여하는 한편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특별시 지역을 우선 고려하는 등의 내용을 발표하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연일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가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라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을 환영한다"며 "행정통합이 진정한 지방시대 개막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운영비와 사업비는 그대로 지원하고 20조 원 규모의 포괄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한다면 행정통합은 지역발전의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 및 원도심 활성화, 경북 북부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 등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다음날인 17일에도 "중앙정부 고위 인사에게 직접 확인해보니 정부가 밝힌 연간 5조 원 가운데 단순히 이양되는 사업비는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지방이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포괄보조금 형태로 지원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해 왔던 각종 특례들만 좀 더 챙긴다면 이번에는 대구경북의 판을 바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만나고 도의원들과 상의하겠다. 도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국회의원들과도 충분히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20일 오후 만나 행정통합 논의

▲대구시가 홍보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효과. ⓒ 조정훈
대구시도 이 지사의 발언에 화답하고 나섰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19일 오후 대구시청 동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상북도 및 지역 정치권과 함께 속도감 있게 행정통합을 협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시는 민선 7기부터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 논의를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며 "특히 민선 8기 때 압도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행정통합에 대한 대구시의회 동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북 북부권의 반대와 중앙부처의 권한이양 및 특례 부여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로 주민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통합특별시 출범 일정이 촉박한 만큼 행정통합 특별법과 시도민 공론화를 동시에 추진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행정통합에 따른 권한이양, 특례 지원 의지가 확인된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가 지역정치권과 조속히 협의해 민선 9기에 출범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지사와 김 권한대행은 오는 20일 오후 경북도청에서 만나 행정통합을 논의하고 오는 6월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통합 광역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협의하기로 했다.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출마 예정자들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신중론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 출마하려는 출마예정자들도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오는 25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할 예정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이 가장 먼저 깃발을 들고 시작하지 않았나"라며 "우리가 설계도를 다 그리고 초안까지 다잡았는데 밥상은 남들이 먼저 받게 생겼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약속한 20조 원이면 우리지역 지도를 바꾸고 미래세대의 먹거리를 통째로 만들 수 있다"며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대구경북의 대단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의원도 "가장 먼저 통합의 깃발을 들었던 대구와 경북은 자칫 들러리가 될 위험성이 높아졌다"며 "우리가 통합의 주도권을 잡아야만 통합신공항 건설, 경북 북부권 균형발전 등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사업들을 정부 지원의 '필수 조건'으로 못 박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머뭇거리다가 타 지역의 뒤를 따르게 되면 우리 실정에 맞지도 않는 남이 만든 옷에 몸을 맞춰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며 "대구경북이 통합을 이루는 차원을 넘어 전국에서 가장 실속 있고 강력한 특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데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의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수년간 쟁점은 정리됐고 과제도 충분히 드러났다. 지방선거 이전에 통합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남은 것은 결단 뿐"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의원은 "행정통합은 누군가의 승패를 가르는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이 함께 살아남기 위한 최소 조건"이라며 "이제는 논의가 아닌 결과를, 설명이 아니라 희망을 보여줄 차례다. 지금 당장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시도의 통합을 따라갈 게 아니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보들도 있다.
경북도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경북도는 도청을 경북 북부권으로 옮긴 현실에서 행정통합이 북부권 균형발전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란 주민들의 걱정을 해소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경북도의회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통합론은 반대하던 일부 경북도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찬성으로 돌아설 리도 없고 관리업무에 치중할 대구시장 권한대행이 오는 6월 이전에 행정통합을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은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되는 이재명 정권의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론은 지방선거용 이벤트가 아닐까 의구심이 없을 수 없다"며 "이제 와서 당장에는 가능하지도 않은 행정통합론을 다시 꺼내시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직격했다.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소속 추경호 의원과 최은석 의원도 '정부의 지원책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신중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지난 2020년과 2024년 행정통합을 추진해왔으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해 대선에 출마하면서 관련 논의가 구체화되지 못하고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