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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말 혼자서 작은 배낭을 꾸렸습니다. 짐이라고는 컵라면 하나와 젓가락, 보온병, 그리고 카메라가 전부였죠.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었는데, 외려 그런 까닭에 망설임 없이 대청호반을 찾게 되었습니다.

대전 동구 추동에 있는 대청호 오백리길 명상정원은 노약자나 장애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혼자 다녀오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고, 체력적 부담 없이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왠지, 삶이 버겁게 느껴지거나 모든 게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죠. 여기는 걱정거리가 많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 아니면 그냥 혼자 있고 싶을 때 가면 좋은 곳입니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마주하기 어려운, 흑백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어요.

대청호 명상정원 윤슬 대전 동구 추동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에 위치한 명상정원은 겨울에 가면 다욱 운치가 있습니다.
대청호 명상정원 윤슬대전 동구 추동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에 위치한 명상정원은 겨울에 가면 다욱 운치가 있습니다. ⓒ 신정섭

MBC 드라마 <슬픈 연가> 촬영지로도 유명한 명상정원에 도착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탁 트인 시야, 고즈넉한 호반,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맥, 호수 물에 잠긴 외톨이 나무, 그리고 반딧불이가 춤을 추는 듯한 윤슬까지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지죠.

시시각각 달라지는 윤슬 윤슬은 해의 위치, 구름의 모양, 바람의 방향 등에 따라, 그때 그때 살아 숨 쉬듯 모습이 바뀝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윤슬윤슬은 해의 위치, 구름의 모양, 바람의 방향 등에 따라, 그때 그때 살아 숨 쉬듯 모습이 바뀝니다. ⓒ 신정섭

달빛이나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윤슬'이라고 하는데요. 아침 호숫가에 햇살을 받아 퍼지는 윤슬이 부드럽게 반짝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바람은 찬데, 이상하게도 마음은 따뜻해집니다.

윤슬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태양의 위치, 바람의 방향과 세기, 구름의 양 등에 따라 시시각각 모습이 달라지는데요. 흩어졌다 모이고,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며, 멀리 조그맣게 반짝이다가 금세 곁으로 크게 다가옵니다. 이따금씩 오리가 자맥질할 때도 보이죠.

춤 추듯 반짝이는 윤슬 호수 물에 반짝이는 윤슬이 마치 반딧불이가 춤을 추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신정섭

어떠세요, 이렇게 흑백이 살아 숨 쉬는 풍경 정말 오랜만이죠? 대청호 윤슬은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뭔가 형언하기 어려운 묘한 운치가 있습니다. 쉼과 고요가 충만한 가운데 몽환적 분위기가 엄습한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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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에 걱정이 쌓입니다. 저는 '딸이 논문을 잘 써야 할 텐데', '아들이 결혼은 할 수 있을까?', '몇 년 있으면 퇴직인데 뭘 하며 지내지?' 고민이 많습니다. 교직 생활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신규 교사처럼 '새 학기 아이들과 잘 지내야 할 텐데...' 이런 쓸데없는 걱정에 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누군가 이런 상황을 단칼에 해결했더라고요. '걱정은 모기와 같아서 누워있으면 점점 많이 다가오고, 서 있으면 조금 줄어들고, 움직이면 어느새 사라진다'라고 말입니다. 걱정이 잘 떠나가지 않을 때, 가슴 속에 꽉 찬 무언가를 다 쏟아버리고 싶을 때, 도대체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느껴질 때, 명상정원에 한 번 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어차피 삶이란 게, 흑과 백의 사이 어디 쯤에서 끊임없이 헤매거나 흔들리는 것 아닐까요?

호수를 가득 채운 윤슬 대청호 윤슬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햇빛이 강하지 않은 아침에, 늦어도 오전 11시 이전에 가는 게 좋습니다.
호수를 가득 채운 윤슬대청호 윤슬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햇빛이 강하지 않은 아침에, 늦어도 오전 11시 이전에 가는 게 좋습니다. ⓒ 신정섭


#명상정원#대청호오백리길#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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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맘껏 놀고, 즐겁게 공부하며, 대학에 안 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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