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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21 10:08최종 업데이트 26.01.21 10:08

용기가 실력으로 거듭나는 세 번째 '보듬는 학교'

[지역 노동안전 네비게이션] 시뮬레이션 교육 통해 중대재해 대응 역량 키운다

'이렇게 대응하는 게 맞을까?' 현장 노안활동을 할 때면 판단의 기준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노동재해가 발생하면 지금의 재해로 작업을 중지해도 되는 건지, 노동자 과실로만 몰아가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어떤 근거가 필요한지 항상 고민이다. 그렇기에 노동안전보건 담당자는 늘 교육이 절실하며, 교육을 통해 우리의 관점과 활동에 확신이 필요하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가 함께 준비한 은 '노동재해 대응'을 주제로 기획했다. 개최 3회차를 맞이하는 이번 학교는 예전 과정과 달리 참여형 교육 방식으로 진행해보기로 하였다. 실제 노동재해 사례를 두고 대응 프로세스를 조별로 함께 토론하는 것이다. 각자의 현장활동을 되새기며 얻을 수 있는 내용, 다른 업종·직종의 참가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토론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했다. 머릿속에 있는 재해 대응 매뉴얼은 다들 비슷하지만 매일이 실전인 참가자들에게 대응 매뉴얼을 실제 활동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교육이 되고자 했다.

매 순간의 고난을 나누고 해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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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의 교육 중 1강, 4강을 조별 참여형 교육으로 배치했으며, 두 강의는 하나의 사례로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중대재해 대응 시뮬레이션'은 다음과 같이 진행하였다.

# 현장에서 일하던 당신에게 전화가 온다. "파이프가 터져서 2명의 작업자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어. 일단 구급차 불렀어." 자, 이제 시작이다. 우선 이 상황을 누구에게 전파할지 정하고 조마다 현장팀과 재해자팀을 구성한다. 현장팀은 현장에 가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고 작업중지는 어떻게 요구할지 등을 논의한다. 재해자팀은 재해자에게 가서 즉각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지, 병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등을 논의한다.

모든 상황이 매뉴얼대로만 진행된다면 참 좋겠지만 팀별로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현장 CCTV 영상을 보여줄 수 없다거나 얼추 상황이 수습됐으니 작업중지는 필요 없다는 사측 관리자, 어떻게 할지 노동조합 간부들을 보고 있는 작업자들, 불이익 때문에 진술할 수 없다는 목격자 등은 현장 대응 시 있을 법한 문제이다. 지정병원으로 가야한다며 119구급차를 돌려보내거나, 재해자의 실수라며 관리자가 재해자를 챙기지 않을 때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근로감독관, 경찰관에 대응도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어려운 순간에 대응하고 때로는 책임을 져야 한다.

# 처음부터 쉽지 않다. 각자의 상황에 비춰보건대 본인의 업무를 중단하고 재해 현장과 재해자에게 바로 달려가기 어렵다는 참가자. 즉시 작업자 전원에게 재해 상황을 전파해야 하는지 두고 펼쳐진 갑론을박. 현실적인 조건상 작업중지의 범위를 쉬이 결단할 수 없는 상황. 원칙과 현실이 맞부딪힌다. "우리 현장은 다 문제없어요." 사측도 협조할 것이고 노조에 노하우가 있다는 자신감.

노조가 일상적으로 대응하며 쌓아온 자신감은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역할을 분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건 또 다른 일이다. 모든 문제는 한꺼번에 쏟아진다. 그간 협조적이었던 사측도 중대재해 앞에서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노동조합이 얼마나 준비가 됐는가다.

# 스토리는 '현장 대응'에서 '요구안 작성'으로 흘러간다. 노조는 사측에 긴급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요청한다. 그리고 재해원인 분석을 위해 필요한 자료, 재발방지 대책을 비롯해 후속 대응을 위한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 작업중지 해제까지 노안담당자의 전임 활동 보장, 작업자에게 재해내용을 전파할 시간 확보, 목격자 진술 시 불이익 금지 등 아주 세세하게 분임조 논의가 진행된다.

재해 원인 조사에 노조 참여 등 아주 당연한 요구는 명분을 만들며 그 의미가 더 확고해졌다. 무엇보다 조합원들과 나눠야 할 내용이 중요하다. 어느 수준으로 재해 상황을 공유할지, 어떤 조직적 태세를 만들어갈지 판단해야 한다. 실제 재해가 발생했을 때 간과하는 지점이다.

 2025.11.28. 보듬는학교 1일차 참여자들이 '중대재해 대응 시뮬레이션' 조별토론을 진행 중이다.
2025.11.28. 보듬는학교 1일차 참여자들이 '중대재해 대응 시뮬레이션' 조별토론을 진행 중이다. ⓒ 한노보연

관점 다지기와 확장의 중요성

앞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덕분일까. 이어진 강의에도 참가자의 집중력이 여느 때와 달랐다. 사뭇 긴장감이 감돌면서 들었던 '노동재해에 대응하는 관점 다지기'는 시뮬레이션에서 놓쳤던 지점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알 권리-참여할 권리-중지할 권리 측면에서 노조의 개입 명분을 입체적으로 가다듬고, 조직적으로 재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서 작업자의 참여 보장의 중요함도 확인했다.

'대응을 넘어 현장개선으로'는 재발방지 대책을 어떤 관점에서 수립할지 실제 사례를 통해 접근하였다. 현장개선을 비용과 기술로만 접근하는 것을 넘어 여러 요인에 대한 진단과 그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면 안전보건체계의 공백이 드러난다. 이러한 부분까지 개선으로 이어져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마지막 강의였던 '관점의 확장을 위해'는 우리의 경계를 넘어서자고 제안하였다. 젠더, 기후위기, 스마트 안전보건기술 등 새로운 노동의 변화와 사안에 대해 일관된 관점을 갖추고 한국사회의 중장기적인 노동안전보건 정책 흐름에 보다 확장된 전략적인 접근을 해보자는 것이다.

모든 노동조합 간부가 함께하는 보듬는학교를 꿈꾸며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보듬는 학교에 참석했다. 이번 교육이 너무 좋았다. 참여 교육을 하니 강의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한 참가자가 말했다. 내용과 방식이 잘 부합한 결과일 것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수시로 머릿속을 정리하면서도 이번 교육을 통해 많은 빈틈을 메울 수 있었다. 문서로 된 매뉴얼은 중요하지만 모든 변수를 매뉴얼에 담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각 현장에서 노동조합 전체 간부가 '대응 시뮬레이션'을 진행해보는 건 아주 의미 있을 것이다. 언젠가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라 참여형 교육을 통해 실제로 현실에서 부딪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경험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 보듬는학교에서는 노동안전보건 담당자뿐 아니라 전체 간부의 적극적인 참여로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안전보건 월간지 <일터> 1월호에도 게재됩니다. 이 글을 쓴 김두형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운영위원입니다.


#노동자참여권보장#작업중지권#긴급산보위#보듬는학교#중대재해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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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형 (kils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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