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단 기념비(대구 달서구 상원고등학교)와 대구상업학교 건물 ⓒ 김명희
국가유산청 누리집 국가유산검색의 '구 대구상업학교 본관'에 대한 설명은 "대구공립상업학교의 본관으로 건축된 건물로 '一'자형의 붉은 벽돌쌓기 2층 건물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정면 중앙의 돌출된 포치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의 형태이며, 평면은 편복도식의 교사로 정면 중앙의 포취와 연결된 중앙의 계단 홀을 중심으로 좌우에 교실을 두었다. 계단실 배면에 부출입구를 두어 건물 배면으로도 출입할 수 있게 했다."
'포치(porch)'는 건물 입구에 밖으로 튀어나온 지붕을 설치해 출입자가 비를 맞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공간이다. 인용문 중간쯤에 나오는 '포취'는 '포치'의 오기이다. '편복도'는 건물 한쪽 면에만 복도가 설치되어 있다는 뜻이고, '계단 홀'은 둘레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모임 공간이다. '배면'은 건물 정면 쪽이 아닌 등쪽 면을 말한다.
"근년에 건물 내부의 칸막이벽, 창호, 마감재 등이 일부 바뀌었지만 건물 전체의 형태 및 내부 구조는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대구 지역 상업교육의 요람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건물의 외관 구성 및 형태 요소의 채용 수법 등에서 당시의 건축적 상황과 서양 건축의 유입 과정을 살필 수 있는 건축사 연구의 자료적 가치를 담고 있다."
문화유산 이름 '구 대구상업학교 본관'에 '구'가 붙은 것은 대구상업학교가 과거에 존재했던 학교로 지금은 없다는 뜻이다. '본관'은 다른 건물들도 더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전체가 1동인 이 본관 건물은 연면적 1305.83㎡, 건축면적 668.8㎡ 규모이고, 1923년에 건축되었으며 2003년 4월 30일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대구 중구 대봉로 260(대봉동)에 있다.
누리집은 이 대구상업학교 본관 건물이 대구 지역 상업교육의 요람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1923년) 당시의 건축적 상황 및 건축사 연구의 자료적 가치에 힘입어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는 설명을 충실히 담고 있다. 다만 아쉬운 바는 '역사적 의미'의 일부가 누락되었다는 점이다. 태극단에 관한 언급이 없다.
10대 학생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이 깃든 건물
대구상업학교 학생 26명은 비밀 결사를 조직해 독립운동을 전개하다가 1943년 일제에 체포됐다. 이들 가운데 4명은 옥중 또는 출소 후 고문 후유증으로 순국했다. 이 학생 비밀 결사의 이름이 바로 '태극단'이다. 명칭만 보아도 학생들의 항일 의지가 뚜렷이 드러난다.
태극단 의거는 대구상업학교의 역사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의 한 부분이다. 대구상업학교 본관 건물에는 태극단 학생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이 깃들어 있다.
대구상업학교 본관의 역사적 의미를 말하면서 '대구 지역 상업교육의 요람'으로 소개하는 것은 일종의 역사 왜곡이다. 일제의 대구상업학교 건립을 두고 '대구 지역 상업교육의 요람'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마치 그들이 좋은 일을 한 듯 읽힌다. 일제는 한국인을 '기술교육'의 대상으로 한정하려 들었고, 그 식민 정책의 일환으로 상업학교·농업학교 등을 개교했을 뿐이다.
요약하면 대구상업학교 본관 건물은 태극단 학생들의 항일 독립운동 현장이다. 정신사를 생략한 건축물 소개는 반쪽 설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대구 지역 상업교육의 요람" 운운은 일제가 경부선을 놓아 한국 발전에 기여했다는 인식과 다를 바 없다. 10대 학생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희생을 제대로 계승하고 또 기려야 한다.

▲구대구상업학교 본관 앞 안내판, 왼쪽은 2026년 1월 21일 현재 것, 오른쪽은 몇 년 전 것 ⓒ 김명희
본관 앞 안내판 내용은 어떤지 살펴보니
본관 현장의 안내판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찾아가서 읽어보았다. 대략 국가유산청 누리집의 것과 대동소이했다. 전문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이 건물은 1923년 일본인이 대구 지역 실업인 양성을 위해 건립한 것으로 대구 지역 상업교육의 요람이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 교사였다. 건물은 서쪽 도로에 인접하여 一자형 서향으로 배치되어 정면 중앙이 포차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다.
평면 구성은 정면의 편복도를 두고 건물 중앙의 주출입구와 이어지는 계단 홀을 중심으로 좌우에 단위실을 동향으로 배치하였다. 지붕은 환기구가 설치된 모임지붕형의 네모난 석면 슬레이트를 마음모꼴로 이었다.
내부는 현관 입구에 4개의 원주를 세워 복도와 두 개의 계단실로 구획하고 있으며, 기둥은 로마 도리스식 양식의 기둥을 단순화시킨 형태로 보인다. 건물 내부는 일부 변경되었으나, 건물 전체의 형태와 내부 구조는 처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역시 건물 그 자체에 대한 언급뿐이다. 인식도 "대구 지역 상업교육의 요람" 등 국가유산청 누리집의 그것과 같다. 보태고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 안내문이다. 다시 세울 때 참고할 만한 문장이 있어 참고용으로 제시한다.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인터넷에 올려놓은 '지역N문화'의 해설이다.
전문을 싣는 것은 지면 사정상 어렵고, 핵심 주제문을 옮겨 소개한다. 대구상업학교 본관에 대한 설명 중 첫 문단이다. '요람' 대신 '상징'이라는 표현을 쓰고, "항일운동과 관련 있는 역사적인 장소"로 설명하고 있다.
"구 대구상업학교 본관은 대구광역시에 남아 있는 근대 실업교육의 상징이다. 1923년에 대구공립상업학교로 개교한 후 대구공립상업중학교, 대구상업고등학교를 거쳐 현재는 일반계 고등학교인 대구상원고등학교가 역사를 이어 나가고 있다.
구 대구상업학교는 항일운동과 관련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재학생들이 태극단을 만들어 일제에 항거한 일이 대표적이다. 비록 거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당시 학생들의 힘으로 이끈 항일투쟁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를 참고해 대구상업학교 본관 건물 앞에 올바른 안내판을 세워야 한다. 대구상업학교 본관은 독립운동 현장이다. 지금의 안내판은 태극단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 잘못이다. 달서구 상원고등학교에 태극단 기념비가 건립되어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곳은 현장성이 없다. 역사에서 현장은 언제나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