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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 청와대 앞 결의대회에 참가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
집회 참가청와대 앞 결의대회에 참가한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 ⓒ 철도노조 제공

"사람은 늘지 않았는데 책임만 늘어났습니다. 이게 어떻게 안전대책입니까."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전국철도노동조합 운수·시설·전기 부문 확대간부 결의대회.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철도 안전실명제'를 향한 철도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정부는 철도 산업재해를 줄이겠다며 현장 노동자 1천 명을 안전책임자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사고의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책임만 노동자에게 넘기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안전실명제는 지난해 8월 경부선 남성현~청도 구간에서 발생한 철도 작업자 사망사고 이후 마련된 대책이다. 당시 열차 운행 중 선로에서 작업하던 하청노동자 2명이 열차에 치여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로 안전책임자 지정과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이 대책이 사고의 원인을 잘못 짚었다고 보고 있다. 사고는 특정 개인의 관리 소홀 때문이 아니라, 열차가 오가는 선로에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위험에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열차는 멈추지 않고, 작업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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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지적하는 문제는 '상례 작업'이다. 열차 운행이 중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로 유지·보수 작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를 말한다. 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열차 운행 중 선로 작업을 폐지하고, 작업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열차 차단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선로 주변에 안전한 이동 통로를 설치하고, 작업을 전담할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요구도 반복됐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노·사·정 철도안전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철도노조는 "TF는 현장 요구를 반영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대책을 통보하는 형식에 가까웠다"며 상례 작업 폐지와 이동 통로 전면 확대 요구가 논의에서 축소되거나 빠졌다고 주장한다.

현장의 위험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근로복지공단 승인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철도 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824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철도노동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열차가 오가는 선로 위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종선 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이종선 수석부위원장
이종선결의대회에서 발언하는 이종선 수석부위원장 ⓒ 철도노조 제공

결의대회 발언에 나선 한 철도노동자는 "사고가 날 때마다 책임자를 지정하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그 책임자가 현장의 위험을 없애주지는 않는다"며 "열차가 달리는 상태에서 작업하라는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책임만 늘렸다

철도노조가 안전실명제를 '책임 떠넘기기'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인력 문제 때문이다. 안전책임자로 지정되는 노동자들은 기존 현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안전 관리 책임까지 떠안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맡아오던 업무를 대체할 인력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노조는 "사람이 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과 업무만 추가되면 인력 공백과 노동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안전을 강화하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을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로컬관제 인력 등 철도 안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 온 인력을 포함해 대규모 인력 감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안전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자동화 설비 도입과 근무체계 개편을 통해 인력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평가는 다르다. 철도노조는 "검측 자동화가 유지·보수 노동을 줄여주지는 않는다"며 "관제 업무 이관이나 스마트워치 관리 역시 새로운 업무 부담만 늘릴 뿐"이라고 반박한다.

이대식 철도노조 운수국장은 "안전 인력의 핵심인 로컬관제 인력을 줄이면서 책임자부터 지정하는 것은 안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현장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사고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감시와 처벌이 아닌, 조건을 바꾸라는 요구

집회 참가 노조원들 청와대 앞 결의대회에 참가한 철도노조 조합원들
집회 참가 노조원들청와대 앞 결의대회에 참가한 철도노조 조합원들 ⓒ 철도노조 제공

철도노조는 안전실명제와 함께 추진되는 기관사 감시카메라 설치 역시 같은 맥락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감시와 책임 강화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 조건 자체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이번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대응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오는 2월 4일에는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기관사 감시카메라 설치 중단을 요구하는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는 주요 역사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전을 진행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안전은 개인의 책임을 강화한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충분한 인력, 충분한 작업 시간, 안전한 작업 환경이라는 기본 조건이 갖춰질 때 사고는 줄어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운 안전실명제는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정책이다. 그러나 철도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이름이 기록된 책임자가 늘어날수록, 과연 현장은 더 안전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철도노동자들은 지금도 묻고 있다. 사고를 막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책임자 명단이 아니라, 위험을 줄일 실질적인 변화가 아닌지.

#전국철도노동조합#청와대앞#결의대회#철도안전실명제#책임떠넘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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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남 (kcn0822) 내방

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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