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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24 11:32최종 업데이트 26.01.24 11:32

황금빛 와온해변에서 마주한 흑두루미

우리가 지켜야 할 풍경, 흑두루미와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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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섬 솔섬 순천만 와온 해변의 솔섬
솔섬솔섬 순천만 와온 해변의 솔섬 ⓒ 정병진

오랜만에 순천만 와온해변을 찾았습니다. 제가 주로 찾아가는 순천만은 에코비치뉴캐슬(해룡면 와온길 92-2) 인근에서 시작되는 약 1.1km의 산책로입니다. 이곳에서 해변을 바라보면 갯벌 너머로 작은 섬 하나가 보입니다. 이 섬은 '솔섬' 또는 '학섬'이라 불립니다. 작은 섬이지만, 갯벌과 어우러진 풍경은 언제 보아도 운치가 있습니다.

특히 9월 말에서 10월 초순이 되면 염생식물인 칠면초가 붉게 물들어, 갯벌 전체가 불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합니다. 겨울로 접어들면 풍경은 다시 달라집니다. 11월 말경부터 수많은 철새들이 순천만을 찾아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흑두루미는 매년 수천 마리씩 이곳에서 겨울을 납니다.

순천만 갈대밭 순천만 갈대밭 순천만 와온 해변의 갈대밭 풍경
순천만 갈대밭순천만 갈대밭 순천만 와온 해변의 갈대밭 풍경 ⓒ 정병진

사실 이번에 와온해변을 찾은 가장 큰 이유도 흑두루미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용산전망대 아래까지 걸어갔음에도, 흑두루미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갈대밭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개개비 떼만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는 혹시 오지 않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무렵이었습니다. 갈대숲 어딘가에서 수많은 흑두루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분명 가까이에 있는 듯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 흑두루미 두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
하늘을 나는 흑두루미흑두루미 두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 ⓒ 정병진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던 중,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니 흑두루미 두 마리가 보란 듯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뒤 두어 마리가 뒷따랐고, 그렇게 네 마리의 흑두루미는 해송과 억새가 우거진 수풀 너머 논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논바닥의 흑두루미 논바닥의 흑두루미 논바닥에 내려 앉은 흑두루미 두 마리
논바닥의 흑두루미논바닥의 흑두루미 논바닥에 내려 앉은 흑두루미 두 마리 ⓒ 정병진

다행히도 그들은 저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한가롭게 거닐며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카메라 셔터를 조심스럽게 눌렀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인기척을 느꼈는지 흑두루미들은 단숨에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흑두루미들 흑두루미들 논바닥에서 먹이 찾는 흑두루미들
흑두루미들흑두루미들 논바닥에서 먹이 찾는 흑두루미들 ⓒ 정병진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처럼 가까이에서 흑두루미를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그냥 돌아가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저를 위해 잠시 모습을 드러내 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이번 와온해변의 산책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해질녘 와온 해변 순천만 와온 해변의 해질녘 풍경
해질녘 와온 해변순천만 와온 해변의 해질녘 풍경 ⓒ 정병진

해질녘 와온해변을 감싸는 황금빛 햇볕의 신비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이 모습이 앞으로도 오래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해변 주변으로 펜션을 비롯한 각종 건물들이 하나둘 들어서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아름다운 경관이 머지않아 사라지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함께 듭니다. 이 장엄하고 멋진 풍경이 훼손되지 않고 다음 세대에게도 온전히 전해질 수 있기를, 그래서 앞으로도 이곳에서 같은 감동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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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흑두루미#와온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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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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