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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26 10:58최종 업데이트 26.01.26 10:58

복학생 아들과의 용돈 협상, 이렇게 타결했습니다

부모의 빈틈을 성숙함으로 채워주는 아이들을 보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들, 이제 복학하면 알바 안 할 거지?"
"응, 이제 3학년이니 공부하기도 바쁘고. 군 적금 모아놓은 거랑 지금 알바비 하면 용돈은 될 거 같아."

며칠 전, 3교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과 복학 후 용돈 문제로 마주 앉았다. 삼 개월 전 제대하고 복학을 앞둔 녀석이 1, 2학년 때처럼 주 5일에, 야간 근무까지 감당하며 일하는 게 안쓰러워 내가 먼저 운을 뗐다.

"그래, 이젠 학교 생활도 바쁠 텐데 알바는 무리지. 아빠가 많이는 못 줘도 교통비 정도는 매달 줄게. 20만 원 정도면 되겠지?"
"아냐, 됐어 아빠. 지금 모아놓은 돈이면 충분해. 정 안 되면 그때 얘기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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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아들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졌다. 제법 굵어진 목소리로 "알아서 하겠다"라고 말하는 녀석에게서 독립심과 부모를 향한 배려가 동시에 느껴졌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 대견하다가도, 그 철듦이 혹여나 부모의 주머니 사정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탓은 아닐까 싶어 마음이 아렸다. 결국 나는 끈질긴 설득(?) 끝에 매달 20만 원의 용돈을 강제로 쥐여주는 것으로 녀석과 합의를 보았다.

행복한 가족 성인이 된 두 아이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가족의 모습
행복한 가족성인이 된 두 아이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가족의 모습 ⓒ AI로 생성한 이미지

아들이 방으로 들어간 뒤, 나는 습관처럼 인터넷 창을 켰다.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이 궁금해서였다. 2024년 4월 알바몬과 알바천국이 대학생 1,18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월평균 용돈은 약 50만 8074원이었다. 학비와 월세를 제외한 순수 생활비가 그렇단다. 심지어 그들이 생각하는 '적정 용돈'은 그보다 10만 원가량 많은 60만 5천 원 선이었다.

2년이 지났는데 내가 아들에게 건넨 20만 원은 그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밥값과 커피값이 지출의 절반을 넘고, 교통비와 통신비가 그 뒤를 잇는다는 통계를 보니, 아들이 말한 "모아둔 돈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얼마나 큰 다짐인지 새삼 느껴졌다.

사실 우리 집 경제 사정을 들여다보면 나 역시 할 말이 많으면서도 없다.

2025년 8월 발표된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대한민국 중산층(중위소득 100%) 4인 가구의 월평균 세전 소득은 약 649만 원이다. 세금을 제하고 손에 쥐는 돈은 대략 560만 원 남짓. 하지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중위권 가구의 월평균 소비 지출은 400만~460만 원에 육박한다. 숨만 쉬고 살아도 나가는 고정비와 생활비를 제하면, 미래를 위해 저축하거나 여유 있게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100만 원 남짓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빠듯한 셈법 속에서 나는 4인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는 '외벌이 가장'이다. 큰 녀석이 스무 살이 되자마자 주말 알바를 시작해 스스로 용돈을 벌었을 때, 나는 그것이 기특함이자 가슴 한켠의 빚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대학 입학을 앞둔 둘째 딸아이마저 오빠의 뒤를 따르듯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빠, 나도 이제 성인이니까 내 용돈은 내가 벌어볼게."

씩씩하게 말하는 딸아이의 모습 뒤로, 선택이 아닌 운명처럼 일찍 경제 전선에 발을 디디게 한 건 아닌지 부모로서 복잡한 심경이 든다.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용돈을 주며 경제관념을 심어주려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성인이 된 아이들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 '경제관념'이라는 것이 어쩌면 부모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한 생존 본능은 아니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고 싶다. 3교대 공장에서 흘린 아들의 땀방울이, 이제 막 사회를 경험하는 딸아이의 고단함이,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를 넘어 삶의 무게를 지탱하는 근육이 되어줄 것이라고.

'아들, 딸. 아빠가 다 채워주진 못해도, 너희가 숨 고를 틈이 필요할 땐 언제든 그 빈틈을 메워주는 언덕이 되어줄게.'

오늘따라 출근길 발걸음이 더 가볍게 느껴진다. 나의 빈틈을 성숙함으로 채워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기꺼이 이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용돈#자녀#대학생#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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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일상과 행복한 생각을 글에 담고 있어요. 제 글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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