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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26 15:01최종 업데이트 26.01.26 15:01

부모가 즐거운 놀이, 방학은 순항 중입니다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노는' 법을 터득하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교사와 부모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처럼 하는 말 가운데 '교사가 미칠 때 쯤 방학을 하고, 부모가 미칠 때 쯤 개학을 한다'라는 말이 있다. 마치 힘든 경주에서 서둘러 바통 터치를 하듯이, 아이들을 보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른과 다른 아이들의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은 대개 쉽게 흥분하고, 자극에 민감하고, 활동량이 많으며, 잘 지치지 않는다. 게다가 어른보다 작고, 연약한 면이 있어 아이들을 보다 보면 혹시 다치거나 아플까 봐 여러모로 신경이 쓰이고, 긴장을 하게 된다. 한번은 어떤 아빠가 "아이를 30분 보는 것이 종일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며 자조적 고백을 하는 것도 보았다.

아이가 학교를 다닐 때면, 학교 수업 후 방과 후 교실과 학원 등을 다녀오는 동안 일도 하고, 장도 보고, 운동도 할 수 있는데 방학 때는 큰 시간 공백이 생긴다. 지난해부터 늘봄학교가 도입되었지만 이 또한 저학년 위주에다 자리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방학 때는 나도 학교에 안 가고 쉬고 싶다"는 아이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쉬고 싶은 마음은 엄마나 아이나 같기 때문이다.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

 눈높이를 맞춰 그림을 감상하는 아이
눈높이를 맞춰 그림을 감상하는 아이 ⓒ 달리아

그렇다면 차고 넘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하다가 학기 중에는 바빠서 하기 힘든 가족 여행, 전시나 공연, 체험 등이 떠올랐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와 신랑을 포함한 모든 가족이 좋아하는 활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결혼 전부터 여행과 예술을 좋아했고, 새로운 경험과 탐험을 즐겨서 하는 편이다. 신랑은 수영과 만들기를 좋아하고, 연극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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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온천을 할 수 있는 워터파크와 캠핑카' 여행을 계획하고, 물레를 돌려 만드는 가족 도자기 체험 등 단순히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체험이 들어간 전시를 예약했다. 아이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나와 신랑의 취향과 흥미를 백번 반영한 활동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경험 속에서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가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아이들의 체험 활동을 지켜보지만 않고, 부모가 함께 하는 것에는 많은 이점이 있었다. 우선 부모가 즐거웠다. 특히 예술 활동이 주는 몰입감은 내면의 깊은 곳을 채워 주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작품을 보거나, 듣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거나 하는 창조적 활동을 할 때엔 나 역시 다시 아이가 된 것처럼 깔깔거리며 웃게 되고, 몸도 마음도 한결 유연해졌다.

도자기를 빚을 때는 흙이 주는 깊은 위로를 경험하며 작가님과 함께 예술적 영감을 나눌 수 있었고,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장에 함께 가서 느낌을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을 글로 기록하여 지금처럼 기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었다(관련기사 : 상처 가득한 무늬도 예술이 된다 / 피자 박스 속 물건이 예술로, 정신 번쩍 깨운 전시).

미술관 체험에서 날아가는 새 흉내를 내며 춤을 추는 신랑도 무척 신나 보였다. 키즈카페 등에서 아이들을 따라다니거나 아이들의 놀이에 억지로 끼어 놀아줄 때는 금방 지치고 소진되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단어가 내포한 뜻 그대로, 수동적으로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노는' 것을 선택한 뒤에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함께 무언가를 몰입하여 창조하다 보니 시간이 어찌 가는 줄도 몰랐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의 저자 하위징아가 "인류의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시작되었으며, 놀이는 자발적이고 재미있는 것이다"라고 쓴 것에 무척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를 통해 확장된 세계관

 주말에 만들어 먹은 말차 바스크 치즈 케이크
주말에 만들어 먹은 말차 바스크 치즈 케이크 ⓒ 이정현

SNS에 아이들과 함께 한 사진과 릴스 등을 올렸더니 지인들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도 시켜주고 참 부지런하다'고 했다. '체험을 시켜준 게 아니라 같이 논 건데?'라고 말하니 '오, 그거 좋은데?'라는 답변이 왔다. 최근에는 종일 집에서 함께 보내는 날이면, 차를 끓이고 노트북을 열고 "엄마는 글을 쓸 테니 너희들은 하고 싶을 걸 해라"며, 한석봉 어머니의 명언을 카피한다.

내가 몰입해서 글을 쓸 때면 두 아이들은 각자 종이접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든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보내고선, 함께 간식을 먹는다. 최근 베이킹의 재미에 빠진 나는 아이와 함께 다양한 빵을 만든다. 이 또한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 아이들이 계란도 깨고, 반죽도 섞는 도움이 고맙게 느껴진다.

돌아보니, 아이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하거나 양보해 온 게 아니라, 아이를 통해 내 세계가 더 확장되고 넓어져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을 키우며 그림책을 더 많이 읽게 되고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 또한 삶의 다른 무수한 경험처럼 나를 성장시키고 단련시키는 일이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을 낮춰 아이의 시선에서 본 세상은 더 크고,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한 때는 아이였던 내가 느꼈던 마음을 덕분에 다시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육아를 부담스러운 업무처럼 생각하면 무거운 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즐거운 놀이라고 생각하니 가볍고 기쁜 마음이 든다. 때때로, 다시 버겁고, 힘든 순간이 오면 그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 기사를 쓴다. 방학의 중반부. 개학 전 남은 기간이 깜깜하고, 막막한 전국의 육아 동지들에게도 이 글이 힘이 될 수 있길 바라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와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달리아스쿨#방학아이와#방학전시#방학체험#아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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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dalia35) 내방

일상예술가로 살아가며 교육, 예술, 심리에 관한 기사를 씁니다. @school_d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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