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안(42)씨는 2004년 대학 진학을 계기로 진주에 왔다가, 결혼과 육아, 그리고 요가를 만나며 어느새 태어난 울산보다 진주서 보낸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진주여성민우회 미누마루 작은도서관에서 그를 만나 요가와 자신의 삶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안씨가 요가를 처음 만난 것은 대학 시절,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대학교 3학년 2006년 총여학생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여성주의 운동에 눈뜨기 시작했던 그는 마지막 수업 시간에 집단상담에서 '요가'를 처음 접하게 됐다.

▲진주서 만난 요가 지도자, 박지안 님진주서 만난 요가 지도자, 박지안 님 ⓒ 심보성
"처음해보는 요가 동작인데도 유난히 잘 됐어요. 왜 되는지도 몰랐지만, 제 몸이 낯설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오히려 잡념이 없어지고 마음에 평온을 느끼게 되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도 그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더 관심을 기울렸다. 요가가 삶의 중심이 된 계기는 어머니의 병간호와 사별 이후였다. 울산에서 2년간 간병을 하다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그는 "세상이 무너진 것 같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깊은 우울에 시달리던 그때 불현듯 떠오른 것이 '요가'였다. 집 근처 요가원을 찾아 무작정 등록했고, 간절했던 만큼 그의 몸이 빠르게 변하면서 요가 선생님의 권유로 지도자 과정까지 밟게 됐다.
프리랜서 요가 강사로 도서관, 헬스장, 문화센터를 오가던 그는 "마음을 돌보지 않는 요가 수업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기에 무작정 2015년 진주 금산에 작은 요가원을 열었다. 이후 2021년 신진주역 인근으로 옮겨 요가원을 운영하며, 몸의 움직임보다 마음의 상태를 먼저 살피는 요가를 꾸준히 이어왔다. 그러나 요가원 운영은 녹록지 않았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나 마음이 바뀌는 과정은 잘 관심이 없기도 하고 엄청 더디잖아요. 또 어떤 분들은 자기 마음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 (요가를) 그만두기도 해요."
그럼에도 그는 요가의 본질은 '견딤'이 아니라 '알아차림'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 일답이다.
- 다시 만난 '요가'는 이전과 달랐나요.
"완전히 달랐어요. 처음엔 발끝도 잡지 못했는데, 몸이 빠르게 변했고 무엇보다 마음이 먼저 바뀌었어요. 그때 처음 알았죠. 이건 유연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몸을 쓰는 방법을 몰랐던 거구나."
- 요가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과정도 궁금합니다.
"수련이 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지도자 과정을 권유받았어요. 그 무렵 결혼도 하고 아이 둘을 낳아 육아를 병행했는데, 출산 후 회복이 정말 빨랐어요. 그때 느꼈죠. 요가는 몸을 단련하는 걸 넘어서, 나를 원래 상태로 되돌려주는 힘이 있구나 느꼈죠."
- 한국 사회에서 요가는 주로 '운동'으로만 인식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점점 유연한 몸 만들기, 근육 관리 같은 쪽으로 소비되고 있죠. 그런데 요가 경전 첫 문장은 '요가는 마음의 작용을 멈추는 것이다'라는 거예요.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삶은 변하지 않는데, 현실의 요가는 자꾸 거꾸로 가는 것 같아서 계속 질문하게 됐어요."
- 그 질문 끝에 요가원을 직접 열게 되신 건가요.
"네. 문화센터나 체육시설에서 프리랜서로 수업을 하다 보니, 마음이 빠진 요가를 더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믿는 요가'를 해보고 싶어서 진주 금산에 매트 10개가 겨우 들어가는 작은 요가원을 열었죠. 돈을 벌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방식의 요가를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 지안님이 강조하는 요가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몸과 마음의 연결이에요. 저는 우리 몸을 '감정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어깨 통증이 심한 분들 대부분은 책임을 너무 많이 짊어진 사람들이거든요. 마음이 굽으면 몸도 굽어요. 그런데 그 책임감에서 조금만 자유로워져도, 어깨는 순간적으로 펴져요. 에너지는 원래 그렇게 빨리 변해요."
- 동작마다 감정의 의미를 부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이 동작은 외로움을 바라보는 동작, 이건 집착을 내려놓는 동작, 이런 식으로 200여 개 동작을 정리했어요. 그래서 수업은 동작을 '수행'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 마음을 '만나는 시간'이 됐죠."
- 회원들의 변화도 컸을 것 같습니다.
"고혈압 약을 줄이기 시작했다, 정신과에 가지 않아도 괜찮아졌다, 이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동안 요가원을 열며 경제적으로 보면 '적자'였을지 몰라도, 제 인생에서는 가장 값진 시간이었죠."
- '요가'는 어머니가 떠나시면서 주신 선물 같은 거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요가를 하다 보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동작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나요. 육아할 때도 그랬고요. 요가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감각'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는 제 마음 깊은 곳에 있잖아요. 지금 제가 이곳에 있는 것처럼, 엄마가 계셨으니 제가 있는 거고요. 우리 몸도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많고요."
- 그래서 요가가 관계와 세계로 확장된다고 보시는군요.
"맞아요. 매일 보지 않아도 가족과 연결돼 있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감각. 그게 요가가 주는 세계관 같아요."

▲진주서 만난 요가 지도자, 박지안 님“명상이나 요가는 사실 소외된 사람들이 더 필요로 하는데, 현실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돼버렸잖아요. 그래서 저는 돈 많은 사람들한테서 벌어서, 소외계층에게 요가 수업하러 가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 심보성
- 현재는 요가원 운영을 잠시 멈추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현재 요가와 명상, 회복을 결합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특히 키즈 요가와 시니어 요가에 집중하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신체 활동이 너무 부족하잖아요. 저는 우울증이나 ADHD 역시 몸을 충분히 쓰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도 공부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하루에 뒤꿈치 들기 100번 같은 간단한 신체 활동이나 아침 식사를 꼭 챙기는 생활 습관을 함께 지도하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가의 접근성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으시다고요.
"명상이나 요가는 사실 소외된 사람들이 더 필요로 하는데, 현실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돼버렸잖아요. 그래서 저는 돈 많은 사람들한테서 벌어서, 소외계층에게 요가 수업하러 가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김장하 어르신의 말씀처럼, 저도 제 삶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요가라는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요가를 하고 싶지 않았던 적은 없을까요?
"네. 코로나때 특히 어렵고 혼란스러워서 이제 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한 스승이 '왜 이렇게 힘든 시기에 요가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세요?'라고 묻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그냥 계속 울었죠. 그러다 알았어요. 아, 이게 내 소명이구나. 요가에서는 이걸 다르마라고 부르거든요."
- 그 이후 요가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나요.
"예전에는 왜 사람들이 이 좋은 걸 못 알아듣지, 답답하고 조급했어요.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내 역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거구나,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주는 사람이 되는 거구나 하고요."
- 선생님에게 요가는 결국 무엇인가요.
"요가는 유연해지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한 태도예요. 술이나 '쇼츠'처럼 순간을 잊게 해주는 것들은 많지만, 요가는 단지 운동이 아니라 몸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고, 결국 삶이 바뀌죠. 저는 제 삶을 버리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것 같아요. 방법을 몰라서 많이 힘들었지만, 요가는 저한테 '너 자신을 놓지 마'라고 계속 말해주는 친구였어요.
이미 회복할 수 있는 감각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그동안 너무 바쁘게 살아오며 그 감각을 느낄 기회와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지 못했을 뿐이라고 봐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도 지금 혼란한 길에 멈춰 있다면 요가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