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렸던 책들을 반납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자마자 눈앞의 태블릿에서 광고가 나왔다. 화면을 끄려고 해도 잘 꺼지지 않았다. 평소 택시를 탔을 때 기사님과 스몰토크를 잘 하는 편이었는데, 기계가 그를 막는 느낌이었다.
문득, 며칠 전 다보스포럼에 참여한 일론머스크가 2026년 말이면 미국에 무인택시가 보급될 것이라고 언급했던 뉴스가 생각났다. '자율주행 택시가 상용화되어 아예 운전석이 빈 택시를 타게 되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허전하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마침 빌린 책들이 비접촉, 고립 사회에 대한 책들이었다.

▲고립, 비접촉 사회에 대한 책들 ⓒ 이정현
그 중 깊이 와닿았던 구절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나는 비접촉의 제도화가 진정으로 우려스럽다. 일상적인 거래에서 인간을 쫓아내면 쫓아낼수록 우리는 필연적으로 더 외로워지지 않을까? 계산원과의 담소나 종업원과의 정감 어린 농담이 딱딱한 도시 생활에 틈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점원의 친근한 표정이나 물구나무서기에 처음 성공한 우리에게 요가 강사가 지어주는 격려의 미소를 볼 수 없다면, 모든 미세 상호작용의 이점을 모두 잃어버린다면, 고립감과 단절감이 필연적으로 커지지 않을까.
-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中
실제로 이미 우리 일상의 수많은 부분은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이제 키오스크가 없는 가게를 찾아보기가 더 힘들어졌고, 마트나 주차장에도 점원이 있던 자리에 기계가 들어서고 있고, 무인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어주는 로봇 등도 점점 눈에 띄게 늘어난다. 여러 직종에서의 해고 소식과 신입 사원을 뽑지 않는다는 뉴스를 보면 숨통이 조여드는 느낌이 든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과를 얻는다'는 효율성과 극대화된 이익이 최고의 가치가 된 세상에서 인간이 설 자리는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두려운 점은 이토록 크고도, 빠른 변화에 대한 지침도, 규제도,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 걱정되는 건 이런 세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마주할 현실, 그리고 미래이다.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에 지난 1월 19일부터 23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의 연설과 대담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 중 <사피엔스>, <넥서스> 등의 저서로 유명한 석학인 '유발 하라리'의 대담은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마지막에 남긴 말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태어나는 첫날부터 인간이 아닌 AI와 대부분의 상호작용을 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오. … 이것은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무서운 심리 실험이며, 우리가 지금 그 실험을 직접 실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얼마 전 CNN 인터뷰에서 연방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가 던졌던 질문과 통해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감정적인 위로조차 AI에게서 받고 있어요. 이 현상이 계속된다면 어떤 세상이 오겠습니까? 사람들이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기계에서 정서적 지지와 관계를 얻는다면 인류는 무엇이 되는 겁니까?

▲버니 샌더스 인터뷰 ⓒ KBS
연결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리고 만약 이 기술이 더 많은 고립, 외로움, 정신질환을 낳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우리는 분명히 '멈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는 그를 멈출 방법 중 하나로, AI 데이터 센터를 짓는데 드는 막대한 전기가 들어 전기 요금이 오르는 것에 반대하며 일시중지(모라토리엄) 등을 요청하는 것 등을 들었다. 호주에서는 지난 2025년 12월 10일 16세 미만의 SNS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기도 했다. 우리 나라에서도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위한 에듀테크 컨퍼런스와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관련 기사 :
비열한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구하는 힘 - 오마이뉴스)
지금은 마치 건기의 산불처럼 번지고 있는 AI 시대의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방화선을 만드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이는 고립이 아닌 연결을 통해 함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필요한 규제와 법을 만들고, 실제로 그를 적용하고, 실행할 때 가능한 일이다.
실로 다보스포럼에서 많은 연사들은 인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경고했다. 한시가 시급한 이때, 더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식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길 바란다. 수많은 종들의 탄생과 진화와 멸종을 연구해온 생물학자인 최재천 박사의 말처럼 '손잡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은 없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와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