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잠을 깨워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정신과 전문의 정도언 교수가 지은 책 <프로이트의 의자>를 마저 읽고 서평을 남긴다.
요즘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최근에는 사회복지현장실습 지도교수를 맡으면서 오랜만에 현장에 나가 요즘 사회복지 현장이 어떤지 살피고,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실습생들에게 위로에 곁들여서 건넨다. 약 7년 정도 사회복지 현장에 있다가 지금은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현장 실습 지도 교수를 하면서 예전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때 겪었던 트라우마가 문득 떠오르는 경험을 했다.
지난 상처를 잊었다고 생각하고 지냈지만, 막상 나의 무의식 안에는 여전히 지난날 받았던 상처가 남아 있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 책은 우리가 현재 지금 당장 경험하고, 깨어 있는 의식도 중요하지만 무의식이 더 중요함을 깨닫고, 곰곰이 생각하는 독서가 되었다.

▲책표지 ⓒ 지와인
'지난 과거의 상처, 아픔, 트라우마,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도언 교수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프로이트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서 그와 담담히 지난 상처와 아픔, 그리고 현재의 고통에 대해서 문제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자기실현을 잘하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한 가지 힌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실현이 제대로 되고 있다면 나는 내 삶의 진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중략) 자기실현 욕구가 강한 사람은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남의 기대나 의견과 같은 외부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행동하려 합니다. 인생이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기보다는 해결하려고 애씁니다. 나와 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편견을 줄이려고 합니다. 세상에 빠져 허덕이기보다는 세상이라는 바다를 유유히 헤엄쳐 나가려 합니다. 무엇보다 유머를 즐기는 사람이 되려 합니다(책, 43쪽).
이른 아침 책을 펼치고, 사색에 잠기는 사람이거나 새벽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 늦은 밤까지 자격증 공부를 하는 사람, 주야로 자신의 업을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감내하는 사람 모두 자기실현 욕구가 강한 사람일 것이다. 반면 남의 심기를 살피기 바쁜 사람, 늘 나에 대한 남의 평가에 목매는 사람, 조직이나 집단 뒤에 몸을 의탁한 채 자기 목소리를 숨기는 사람 모두를 자기실현 욕구가 낮다고 볼 수 있을까?
자기실현 욕구가 높지만 상처가 많고 아직 극복하지 못해서, 그리고 그 과정 중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래도 사회복지사이고, 사회복지학자다 보니 사람의 가능성에 더 초점을 두는 나로서는 '문제와 한계는 사회와 공동체가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 인생은 문제의 연속이다. 이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M. 스캇 펙 또한 언급한 바 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리고 인생은 선택이다. 인생은 고해다. 듣기만 해도 끔찍하지 않은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인생이 고통의 연속이라니.
그래서 유머가 필요한가 보다. 정도언 교수는 자기실현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유머를 즐기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단다. 나는 어떤가? 오늘부터 유머러스해져야 하나?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억지로 유머러스한 척 하기보다는 나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자기 객관화, 확신, 받아들임이 더 나답다고 본다.
공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공포와 맞서 싸우지 말고 공포를 내 마음에 식구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중략) 공포를 느낄 때는 공포가 내 삶 전체에 번지지 않도록 마음속 한 구석에 잘 담아 놓아야 합니다.
(중략) 혹은 내가 느끼는 공포를 주제로 삼아 글을 써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글로 써보면 그게 정말 죽음에 대한 공포인지 아니면 통제력을 잃을까 두려워함인지 그 정체가 드러납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다른 사람과, 또는 객관적 시각의 자기 자신과 나눌수록 약화됩니다(책, 103쪽).
공포라는 주제에서 내가 힘들어하는 부분으로 주제를 옮겨서 해석해도 괜찮겠다. 인간관계, 연애와 결혼, 육아, 노후준비, 가족관계, 직장 생활 등으로 단어를 바꾸어서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글은 쓰면 쓸수록 정제되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이 밀려나오면서 부정적인 감정은 또 말려 들어가기도 한다.
글쓰기는 자기 극복이다. 글쓰기는 자기 실현이면서 외현화의 과정이다. 남들과 나의 문제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그 또한 상처일 수 있고, 내 이야기를 듣는 이로 하여금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게 하는 것인 만큼 여간 부담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더 낫지 않겠는가? 일기 쓰기, 감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기, 필사, 독서하면서 느낀 점 쓰기 등은 어떨까 싶다. 결국, 더 잘 살아보자고 하는 몸부림이니, 한 번 해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자의 SNS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