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 논의 초반, 팽팽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안에선 혁신당과의 '흡수 합당'을 염두에 두고 공천 지분 나누기를 경계하는 기류가 읽힌다. 하지만 혁신당 안에선 '당 대 당 통합' 형태로 합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다. 특히 합당 시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혁신당 쪽 인사들에 대한 배려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제안으로 큰 틀의 합당 논의가 시작됐지만 향후 당명 개정과 지도 체제, 지방선거 공천 방식 등 양당이 넘어야 할 고비는 간단치 않다. 민주당 호남 지역 의원들은 지지 기반이 겹치는 혁신당 인사들의 지분 요구 가능성을 우려하며 합당 추진에 더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향후 구체적인 합당 방식을 두고 양당 간 물밑 협상과 수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흡수 합당'에 무게... 반발 큰 호남 "공천 프로세스 엉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과 혁신당의 합당 논의는 현재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애도 기간을 고려해 잠시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은 이 전 총리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정쟁적 발언을 자제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확전 가능성이 높은 '합당 방식'을 두고 민주당 안에선 여전히 '당 대 당 통합'보단 '흡수 통합'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당 규모나 지지율 등을 고려했을 때 민주당이 혁신당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 대 당 통합의 형식을 갖춘다 하더라도 혁신당의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혁신당이 (민주당에) 요구할 수 있는 지분이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사석에서 만난 다른 중진 의원도 "흡수 통합"을 강조하며 혁신당이 민주당으로 들어가는 형태의 합당 방식을 강조했다. 당의 체급 차이가 있어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양보할 게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에선 당명 변경이나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혁신당 배려 가능성에도 선을 긋는 모습이다. 한 초선 의원은 "당명을 바꾼다거나 당 대 당으로 공식 지분 협상을 한다는 건 좀 어색하다"라며 "혁신당 몫으로 얼마를 준다고 얘기하는 건 추세에 맞지 않고 당원 주권 정당의 모습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당 대 당으로 뭘 나눌 상황이 아니다"라며 "만약 (혁신당이) 그렇게 지분을 요구하면 잘 안 합쳐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언급한 한 중진 의원은 "합당 과정에서 공천 지분 협상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국민들에게 구태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혁신당이 무리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통합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혁신당 입장에선 지금 합당 제안이 들어온 게 나쁘지 않을 텐데 그런 마당에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며 합당 국면을 끌고 갈 것 같진 않다"라고 예측했다.
합당 시 지방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호남 의원들의 반발은 한층 거셌다.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호남권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양당 간 경쟁이 예상되는 지역이었다. 민주당 한 호남 의원은 "합당이 성사되면 광역·기초단체장과 의회에 (혁신당 지분 분배) 요구가 안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며 "공천 프로세스가 다 엉키고 당대표가 누차 강조했던 공정하고 투명한 경선 보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다른 호남 의원은 "(혁신당에서) 지분을 요구하거나 다른 의도를 갖고 있으면 상당히 곤란하다"라며 "우리가 뭐가 아쉽나"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또 다른 호남 의원도 "당명(변경)이나 공천권 지분은 (논의를) 전혀 할 필요가 없다"라며 "1등을 이기기 위해 2·3등이 합당할 땐 어쩔 수 없이 (공천권 배분을) 조건으로 하는데 지금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윤준병 의원은 앞서 22일 페이스북에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을 두고 "생뚱맞다"라며 "당원 주권 정당 취지에도 안 맞고 결격자들의 억지성 합당 지분권 요구로 인한 갈등이 벌써 눈에 보인다. 당원 주권 정당답게 당원들의 의사를 먼저 듣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의견 갈리는 혁신당 내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왕진 원내대표. ⓒ 남소연
한편 혁신당은 '흡수 합당론' 해석에 반발하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이 앞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란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 시작도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힌 것이다.
혁신당은 26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민주당과의 합당 협상 전권을 조국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의원들 사이에선 합당 방식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합당한 당의 당명을 '민주당'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흡수 합당에 반대하며 합당 과정에서 혁신당의 몫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방법론을 두고 차이를 보였다.
한 혁신당 의원은 "지방선거 전 합당하는 게 맞다"라며 "호남 등에서 분란이 있을 수 있고 서울이나 부산에 우리 당 후보가 나와서 민주진보 진영의 승리에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대표의 합당 제안은 시기적·내용적으로 매우 적절했다"라며 "당명은 민주진보 진영의 유구한 역사가 있는 '민주당'이 맞겠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혁신당 의원은 "(우리가 민주당에) 흡수될 순 없다"라면서도 "지금은 아니지만 (지방선거 공천 문제도) 언젠간 얘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앞선 조승래 사무총장의 발언을 두고도 "(민주당) 당원들을 생각해서 그렇게 얘기한 거지 (양당 간) 서로 내밀한 얘기는 있을 것"이라며 "처음엔 그렇게 해서 협상에 탄력을 붙이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운하 혁신당 의원은 '조국 공동대표'를 공개 거론하기도 했다. 황 의원은 29일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제 개인 의견을 전제로 한다면 (합당한 당의) 당명은 중요하지 않다"라며 "조국 대표가 공동대표를 하면 좋겠다, 개인적인 생각을 하고 있고 조국 대표가 공동대표를 한다면 최고위원 등은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혁신당 대변인실은 공지를 통해 "조국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라며 "혁신당 최고위원회는 오늘 아침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혁신당은 이와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라고 알렸다. 조국 대표가 황 의원의 발언에 강하게 경고했다고도 전했다.
이처럼 민주당과 혁신당 간 의견 차가 극명한 가운데, 오는 31일 영결식이 치러지는 이해찬 전 총리 애도 기간이 지나면 합당 방식을 두고 양당 간 수싸움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한 의원은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는데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