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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1.31 16:06최종 업데이트 26.01.31 16:06

태백은 왜 '자연을 잘 쓰는 겨울 도시'가 되었나?

태백의 눈축제가 '잘하고 있는 축제'로 읽히는 이유

제33회 태백산 눈축제 행사장 전시 작품 작가들이 눈을 활용, 눈 조각으로 축재 행사장 모형을 조각한 '제33회 태백산 눈축제' 행사장
제33회 태백산 눈축제 행사장 전시 작품작가들이 눈을 활용, 눈 조각으로 축재 행사장 모형을 조각한 '제33회 태백산 눈축제' 행사장 ⓒ 태백시

겨울의 태백시를 떠올리면 먼저 '산'과 '눈'이 겹쳐진다. 그러나 눈이 충분히 내린 날, 시선을 낮추면 이 도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마을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진 당골 광장은 고요한 설원으로 변해 있기 때문이다. 흔적과 기억 위로 눈이 고르게 쌓인 태백산과 당골 광장은 태백의 겨울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풍경이다.

31일 개막해 2월 8일까지 태백산 국립 공원 당골 광장 일대에서 진행되는 '제33회 태백산 눈 축제'는 눈을 그대로 두고, 그 눈은 사람을 만나 겨울 도시를 상징하는 멋진 설치 미술이 된다. 눈 조형물과 체험 프로그램은 산의 경관에 기대어 있지만, 그 배경에는 늘 마을과 사람, 겨울 풍경이 함께 놓여 있다. 태백의 눈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규모나 화려함이 아니라, 지역의 환경적 조건을 과도하게 바꾸지 않는 축제의 정신에 있다.

태백은 고원 도시다. 기온은 낮고 적설은 길게 이어진다. 농업은 제한적이지만, 대신 계절의 표정이 분명하다. 여름엔 광장이 도시의 가장 부드러운 경계가 되고, 겨울엔 광장이 설경의 무대가 된다. 태백 눈 축제는 이 순환을 거스르지 않는다. 광장을 덮은 눈을 치워버리지 않고, 그 질감과 여백을 살린 동선과 조명으로 축제를 구성한다. 자연을 '가공'하기보다 '해석'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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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접근은 해외의 대표적 겨울 축제들과도 맞닿아 있다. 오는 2월 4일 개막하는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 눈 축제'는 도시 공원을 인공적으로 조성하기보다, 혹한과 폭설이라는 지역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 눈 조형 문화를 발전시켰다. 캐나다의 퀘벡 윈터 카니발 역시 강추위와 눈을 '극복 대상'이 아닌 '정체성'으로 삼아, 시민의 생활권 전체를 축제 공간으로 확장한 빙상축제다. 두 축제의 공통점은 자연 조건을 억지로 바꾸지 않고, 그 조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문화적 해석을 더했다는 점이다.

태백의 눈 축제는 눈이 많이 오는 도시라는 사실을 앞세우기보다, 눈이 쌓이는 논과 마을의 풍경을 존중한다. 관광객에게는 이국적인 겨울 풍경이 되고, 주민에게는 일상의 연장선이 된다. 축제가 지역을 점령하지 않고, 지역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이다.

지역 축제의 성패는 대부분 '얼마나 많이 왔는가? 많은 것을 만들었는가?'로 평가한다. 그러나 태백의 겨울은 다른 기준을 제시한다. 무엇을 덜 바꾸고, 무엇을 그대로 두었는가. 논의 설경을 지우지 않고 눈 축제로 연결한 선택, 고원의 기후를 억지로 극복하지 않은 판단이 지금의 태백을 만든다.

눈이 녹으면 축제는 사라진다. 그러나 논은 다시 봄을 준비한다. 계절의 질서를 존중하는 축제만이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다. 태백의 눈 축제가 '잘하고 있는 축제'로 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자연을 쓰되, 자연을 앞지르지 않는 것. 겨울의 태백은 지금, 그 가장 기본적인 답을 조용히 실천하고 있다.

태백산 눈꽃 등반 현장 [태백산 눈 꽃 등반] 멀리 태백산맥의 능선이 보이고, 그 아래 넓게 펼쳐진 눈 덮인 태백산을 오르는 광경
태백산 눈꽃 등반 현장[태백산 눈 꽃 등반] 멀리 태백산맥의 능선이 보이고, 그 아래 넓게 펼쳐진 눈 덮인 태백산을 오르는 광경 ⓒ 태백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겨울도시#태백#눈축제#당골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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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섭 (tbntv) 내방

영동종합방송프로덕션 대표, 동해케이블TV 아나운서, GTI 국제무역 투자박람회 공연 총감독, 묵호등대마을 논골담길,송정막걸리축제, 뮤지컬, 동해의 신선 심동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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