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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06 13:00최종 업데이트 26.02.06 13:44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힘이 되는 품성 세 가지

내 인생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살다 보니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그래도 성격이 좋아서 버틴 거지."

처음엔 칭찬처럼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꽤 정확한 진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벌도, 재산도, 운도 분명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언제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떤 '품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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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60대 인턴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글을 쓰며 그 사실을 더 또렷하게 깨닫는다. 세상을 살아내는 진짜 힘은 화려하지 않다. SNS에 올리기엔 조금 겸연쩍고, 남들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위기의 순간, 삶을 다음 장으로 넘겨주는 힘은 늘 그런 사소한 곳에서 나온다.

첫째, 기분보다 태도를 지키는 힘이다.

기분 좋은 날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문제는 기분이 바닥을 칠 때다. 일이 꼬이고, 사람에게 상처받아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날에도 최소한의 태도를 지키는 일. 약속을 어기지 않고, 말을 아끼며, 묵묵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말이다.

이 사소한 반복은 어느새 '신뢰'라는 단단한 안전망이 된다. 인생의 기회는 컨디션이 좋은 날 우연히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라, 어떻게든 버텨낸 날들에 대한 조용한 보상으로 다가온다.

둘째, 틀렸음을 인정하는 유연함이다.

젊을 때는 '옳음'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한 건 '덜 다치는 법'이라는 걸 알게 된다. 세상은 내가 믿어온 정답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변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꼿꼿한 자존심이 아니라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유연함이다.

"그땐 맞았지만, 지금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

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고집은 나를 지켜주는 성벽 같지만, 결국 나를 고립시키고, 유연함은 끊어진 관계를 잇고 삶의 영토를 넓혀준다.

셋째,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이다.

이건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근거 없는 긍정도 아니다. 여러 번 넘어져 본 사람만이 갖게 되는 현실적인 믿음이다. 실패해도 삶이 통째로 끝난 건 아니라는 감각, 속도는 느려도 방향만 잃지 않으면 된다는 확신 말이다.

은퇴 후 무너지는 이들을 보며 자주 느낀다. 그 이유는 능력 부족이 아니라, 다시 일어났던 '회복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한 번이라도 스스로 다시 일어섰던 기억은 인생 후반전을 버티게 하는 가장 든든한 무형 자산이 된다.

이 세 가지 품성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다. 태도는 연습으로 빚어지고, 유연함은 실패를 통해 배우며, 다시 시작하는 힘은 넘어지는 과정을 통해 축적된다. 결국 '잘 살아온 사람'보다 '다시 살아본 사람'이 더 단단해진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사람을 볼 때 얼마나 잘났는지를 먼저 보지 않는다. 얼마나 자주 다시 일어났는지, 얼마나 덜 상처 주며 자신의 방향을 고쳐온 사람인지를 본다.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이런 품성을 가진 사람 곁에 서면 이상하게도 숨이 트인다.

인생을 버티게 하는 건 거창한 스펙이 아니다. 스펙에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품성은 닳을수록 오히려 날이 선다. 오늘의 내가 기분으로 살았는지, 태도로 살았는지가 내일의 나를 만든다. 60대 인턴인 나는 오늘도 기분 대신 태도를 챙겨 집으로 돌아간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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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60대 인턴일기

33년간 공직에 몸담고 퇴직했습니다. 지금은 은퇴 이후의 삶을 다시 배우는 60대 인턴으로 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인생 2막의 의미를 발견하는 글을 씁니다.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장년과 노년의 삶을 기록하며, 나이 들어서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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