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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2.03 17:41최종 업데이트 26.02.03 17:42

"사람답게 살려면" 내게 남은 소설 속 한 문장

[서평] 소설 <인어사냥>

2022년 10월 출간된 차인표 작가의 장편소설 <인어사냥>을 우연히 읽었다. 작가가 오랜 시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해 온 흔적이 문장 곳곳에 묻어 있다.

소설은 어부 박덕무와 그의 가족이 평범한 행복을 누리던 중, 아내 임씨가 병으로 죽고 딸 영실마저 같은 병에 걸리며 시작된다. 기약 없이 죽을 날만 받아 둔 그의 가족 앞에 공 영감이 나타나고, 영실의 입에 흘려 넣어 준 '어유 한 방울'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서 '어유'는 인어를 끓여 만든 기름이다. 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이 소설에서 가장 큰 질문으로 이어진다. 병든 딸을 살리고 싶은 아버지의 선택, 자기 자식을 살리기 위해 다른 생명의 숨을 끊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공 영감은 인어의 새끼를 잡아와, 그 새끼가 울어 어미를 부르면 어미를 잡아 끓여 기름을 내자고 제안한다. 자신의 자식을 살리기 위해 행해야 하는 일들 앞에서 박덕무의 기존 가치관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 모습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을 떠올리게 한다.

 책표지
책표지 ⓒ 해결책

그러나 박덕무의 아이들은 달랐다. 딸 영실과 아들 영득은 잡혀 온 새끼 인어 남매에게 '찔레'와 '짱아'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름이 붙는 순간, 인어 남매는 더 이상 물건이나 재료가 아니게 되었다. 아이들은 인어를 살리기 위해 애쓰지만, 공 영감은 울지 않는 새끼 인어를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울어야 어미가 나타나고, 그래야 기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영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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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이가 없는 아이는 울지 않아."

그러나 그 말은 딸을 살리고 싶은 아버지에게도, 인어 기름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힌 공 영감에게도 닿지 않는다. 그 모습에 영실은 자신의 병이 낫는다 하더라도 인어를 끓인 기름은 먹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박덕무는 결국, 너는 이 기름을 먹게 될 것이라며 분노를 드러낸다. 소설 후반부에서 영실은 이렇게 말한다.

그렇지만 아부지, 아무리 그래도 나 살자고 찔레를 먹을 수 없어요. 찔레를 먹고서 살고 싶지 않아도. 비록 찔레는 사람은 아닐지언정 이치를 모르고, 도리가 없고, 판단을 못하는 짐승이 아이어요. 나와는 다를지언정 나만큼 귀하고 소중한 생명이에요. 아부지, 나도 살고 싶어요. 아부지랑 영득이랑 서로 보듬어 주며 살고 싶어요. 생명을 느끼며, 귀하게 여기며 말이에요. 그게 사는 것 아니겠어요?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숨만 쉬는 건 원하지 않아요. 그건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거니까요. 죽은 나무가 서 있다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니듯, 사람이 세월만 보낸다고 사는 게 아니잖아요. 단 하루라도 사랍답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 찔레를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해요. (225-226쪽)

자신도 살고 싶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끊어 가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영실의 태도는 이 소설의 핵심이다.

영실이는 나무처럼 살고 싶어 했다는걸. 그 누구도 해지지 않고 살다가, 생명이 다하면 다음 생명에게 자리를 고스란히 넘겨주길 원했다는 걸. 하루를 살더라도 나무 같은 사람으로 살고 싶어 했다는 걸 아부지가 잊은 것 같대요. (252쪽)

소설은 새 떼가 하늘을 덮고, 먹구름과 천둥, 해일이 마을을 삼키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치닫는다. 그 순간 서씨 할머니는 말한다.

"얘야, 먹지마라. 그건 저주야. 아무리 먹고 싶어도 먹지 마라." 공랑이 떠나자 새 떼가 하늘을 가리고,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 번개가 치고, 해일이 밀려왔다. 멀리서 마을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이 들렸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바다를 보며 서 씨 할머니는 중얼거렸다.

"사람답게 살려면 먹지 마라."(258쪽)

이 문장은 인어 기름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이미 태어난 우리는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면, 문제는 욕망 그 자체일까, 아니면 욕망을 합리화하는 우리의 태도일까.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외면할 수 없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사람답게 살려면 먹지 마라."

이 문장을 자신의 삶에 대입하는 순간, 더 이상 소설이 아니라 각자의 현실이 된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생존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유로, 혹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우리는 무엇을 삼키고 있을까. 우리는 정말로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외면한 것일까. 결국, 차인표 작가의 소설 <인어사냥>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남는다.

우리는 지금, 사람답게 살고 있는가. 우리는 그 질문 앞에서 과연 정직할 수 있는가.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인어 사냥

차인표 (지은이), 해결책(2022)


#차인표장편소설#차인표인어사냥#인어사냥#인간의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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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좋아합니다. 자연에서 만난 찰나를 기록합니다. 그 찰나에서 느낀 것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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