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 다 빠지네요."
10만인클럽 회원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기 위해 전화를 했는데, 인사 다음으로 들은 말이다. 그는 서산시 행정의 문제점을 다루는 기사를 준비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통화의 주인공은 김선영 시민기자. 그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기도 하지만, 지역언론 '서산시대' 기자이기도 하다.
김 회원의 내방(https://omn.kr/2060k)은 서산시와 관련된 기사로 채워져 있다. 평범한 서산시민의 삶을 조명하는 내용부터 서산시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까지.
그는 오마이뉴스에 2024년 5월부터 기사를 쓰기 시작했고, 2월 24일 현재까지 389건의 기사를 내고 있다. 한 달에 18건 정도의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그와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선영 10만인클럽 회원산폐장 에어돔 붕괴 현장을 취재하던 당시 모습을 ?장승재 전 도의원이 촬영했다. ⓒ 김선영
- 서산시 수의계약 등 서산시 행정의 문제점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끼리끼리 해먹는다'는 시민들의 박탈감 섞인 제보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파고들수록 이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감시받지 않는 권력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행정 문제를 끈질기게 붙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다른 기자들이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보도했던 하수관로 BTL 사업소 문제는 지역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누구도 선뜻 기사화하기 꺼려했던 사안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끝에, 현재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또한, 수의계약의 난맥상을 짚은 보도 이후에는 행정안전부 감사실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만약 제가 일하고 있는 <서산시대> 마저 침묵했다면 이 문제들은 영원히 묻혔을 것입니다. 기자가 불편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기사를 썼을 때, 비로소 자정 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 서산시 관련 기사를 계속 쓰면서 시와 관계가 불편할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솔직히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공적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가는 혹독합니다. 서산시는 지역신문인 <서산시대>에 수년째 광고를 중단했고, 공식 간담회에 배제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시청의 눈치를 보느라 민간 업체들마저 광고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된 점입니다. 재정적 어려움은 독립언론이 감내해야 할 숙명이지만,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가끔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만 좀 하시죠'라거나 '비판 기사만 쓰는 게 기자냐'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자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질문을 멈추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 기사 때문에 생긴 뒷이야기도 있을 것 같은데.
"기사가 나간 후 예상치 못한 반응들을 마주합니다. "우리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다"라며 새로운 제보를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속이 다 시원하다, 써줘서 고맙다"는 격려 전화를 받을 때면 기자가 단순히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통로라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반면 늦은 밤, 술에 취한 상태로 걸려온 거친 항의 전화를 받거나,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들을 때면 기자를 감정 배출구로 여기는 것 같아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 본인의 기사를 <서산시대> 뿐 아니라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송고하고 있는 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역 사회는 참 좁습니다. 한 다리 건너면 모두 아는 '형님, 동생' 관계 속에서 누구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문제들이 종종 침묵 속에 묻히곤 합니다. 서산시대는 그런 인맥과 관계에서 벗어나, 불편하더라도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언론이 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대부분의 지역 언론이 현 시정을 홍보하거나 동조하는 흐름 속에 있을 때, 다른 목소리와 이면의 진실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재하다 보면 지역의 문제가 서산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대한민국 어디서나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사는 지역만 이럴까?'라는 질문을 <오마이뉴스>라는 전국적 공론장에 던졌을 때, 더 나은 해법과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서산의 이야기가 전국 독자들과 연결될 때 지역 보도의 가치가 확장된다고 생각에 동시 송고를 하고 있습니다."
-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10만인 클럽에 가입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은 저에게 '기자이면서 동시에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는 시간입니다. 기사는 소설이 아니라 팩트에 근거한 기록이어야 하기에, 늘 사실 확인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10만인클럽 가입은 단순한 후원이 아닙니다. 건강한 공론장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시민으로서의 투자인 동시에, 쉽지 않은 길을 가는 독립적인 시민 저널리즘이 우리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국지는 지역의 디테일한 속사정을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각 지역의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을 담아낼 수 있는 독보적인 플랫폼입니다. 지역 기사가 단발성 소비를 넘어, 전국적 맥락에서 읽히는 해설 기사나 기획 보도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지역 담당 인력과 지원이 확대되고, 각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역 기자들이 서로 정보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가 더 단단해지면 좋겠습니다. 지역의 문제는 결국 속도보다 맥락입니다. 오마이뉴스가 그 맥락을 짚어주는 든든한 '기록의 저장소'가 되어주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