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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이제 독감은 끝났죠?"
요즘 진료를 볼 때 듣는 가장 우려스러운 말입니다.
환자 수는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은 아직 끝났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2월 초로 접어든 지금은 환자 수보다 '방심'이 더 위험한 시기입니다. 진료실에서는 이 질문이 나올 때가 오히려 가장 조심해야 할 시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2025–2026절기 독감 유행은 2025년 가을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ILI)은 2025년 47주차, 즉 11월 중순에 70.9명으로 이번 절기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연말까지는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6년에 들어서면서 다시 반등했습니다. 2026년 2주차에는 40.9명, 3주차 44.9명, 4주차 47.7명으로 증가했고, 5주차에는 47.5명으로 전주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6주차 수치는 현재 집계 중입니다. 절기 유행 기준선인 9.1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현재 상황은 독감 유행이 끝나기 직전에 흔히 나타나는 '고점 정체 국면'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질병관리청 주간감시 결과, 2026년 2주차 이후 독감 의사환자분율(ILI)은 40명대 후반까지 상승한 뒤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유행 기준선(9.1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독감 유행이 정점을 지난 뒤 고점 부근에서 정체되는 국면임을 보여준다. ⓒ AI사용제작(제미나이)
"이제 괜찮다"는 판단이 가장 위험한 시점입니다
유행 후반부로 접어들면 전체 환자 수는 감소하는 듯 보이지만, 이 시기에 남는 문제는 '누가 걸리느냐'입니다. 소아·청소년에서는 환자 발생이 비교적 오래 이어지고,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감염에도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더 큽니다. 다국가 사망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독감 유행 후반부까지 호흡기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일정 수준 지속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돼 왔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 진료실에서는 "열은 없는데 기운이 없다", "다 나은 줄 알았는데 다시 컨디션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듣게 됩니다. 열이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몸이 회복됐다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흔한 착각입니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보통 이렇게 설명합니다.
"열이 떨어졌다는 건 병이 물러났다는 신호일 수는 있지만, 몸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2월 초, 예방접종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독감 예방접종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2월 1주차인 지금 시점에서는 그 의미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수행된 대규모 연구를 종합하면, 독감 백신은 성인과 고령층에서 독감 관련 입원과 중증 진행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이 효과는 유행 초기에 접종했을 때 가장 크고, 유행 후반부로 갈수록 집단 전체의 유행을 억제하는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즉 지금 시점의 예방접종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의미를 갖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이미 독감을 앓았거나 자연 면역이 형성된 사람, 젊고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게는 추가적인 이득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예방접종은 선택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반면 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임신부처럼 독감에 걸렸을 때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큰 사람에게는 지금이라도 접종이 입원과 중증 위험을 낮추는 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지금 시점의 예방접종은 '유행을 막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개인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회복기에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한약 처방이 독감 이후 지속되는 피로, 기침, 식욕 저하 같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unsplash.com
올해 독감 유행은 가장 가파른 정점은 지났습니다. 그러나 아직 충분히 내려왔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특히 2월 초는 감염 자체보다 회복이 지연되거나,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문제 되는 시기입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독감 이후 수 주간 면역 기능과 신체 회복력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 '회복기 취약 상태'가 존재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습니다. 이 시기에는 가벼운 감염이나 과로가 다시 증상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병은 물러났지만 몸의 회복이 아직 따라오지 못한 상태'로 설명합니다. 실제로 임상 연구에서는 침 치료나 한약 처방이 독감 이후 지속되는 피로, 기침, 식욕 저하 같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이는 독감을 치료한다기보다, 회복 속도를 끌어올리고 체력 저하를 보완하는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열은 내렸는데, 몸은 아직입니다"
진료 현장에서는 이 시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병은 지나갔지만, 몸은 아직 회복 중인 단계입니다." 열이 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일상 속도로 돌아가면 오히려 회복이 더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는 과도한 불안도, 섣부른 안심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 상태를 한 박자 더 살피고, 무리가 되는 일정은 조절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증상이 분명하지 않게 이어질 때 혼자 판단하기보다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올해 독감 유행은 가장 가파른 고비는 넘겼습니다. 그러나 아직 충분히 내려왔다고 말하기는 이릅니다. 독감은 갑자기 끝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가 "이제 괜찮다"고 판단한 뒤에 생깁니다.
독감의 끝은 통계 수치가 아니라, 각자의 회복 속도에서 결정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안도 방심도 아닌,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챙기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1. 질병관리청. 인플루엔자 주간감시, 2025–2026절기(02–05주).
2. WHO. Seasonal influenza: global disease burden.
3. Iuliano AD et al. Influenza-associated respiratory mortality. Lancet Infect Dis. 2018.
4. Ferdinands JM et al. Influenza vaccine effectiveness against hospitalization. N Engl J Med. 2024.